▲ <사진 = 페이스북 아이러브달라이라마(https://www.facebook.com/ilovedalailama)>

2017년 정유년 가을 9월4일경에 방한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급속도로 냉각되는 한중관계가 최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방한이 이뤄지는 9월에서 3개월만 지나면 새로 선출된 대통령 인수위가 발족되고 당연히 다음 정부가 들어선다. 아니, 10월경 대선후보가 정해지는 순간에 여야나 진영논리를 떠나 정치인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한중관계의 회복을 이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마늘파동’을 넘어선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손실 역시 빠른 시간 내에 ‘회복’을 통해서 어느 정도 원상복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통해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 ‘국격’을 높인 우리 외교는 달라이라마의 방문을 성사시켰던 미국과 여러 서방국가와 같은 위치에 단숨에 올라서는 ‘쾌거’를 이룰 수도 있는 면도 있다. 경제적인 실익은 없지만,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올라서고 UN사무총장을 배출한 우리나라의 ‘국격’은 적지 않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관계의 ‘리스크’(위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위기관리’를 우리는 구체적으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방한 시기 뿐만 아니라 달라이라마를 누가 어떤 자격으로 불러야 보다 더 우리나라의 외교적, 그리고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해 진지한 모색이 필요하다.

일단 현재의 달라이라마 방한추진위원회가 훌륭한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더라고 지금의 역량으로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불교중심적인 규모를 확장시켜 범종교적인, 특히 개신교가 많이 참여하는 그런 조직으로서의 방한 준비위원회가 결성되어야 한다. 물론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정치적인 수반이 아니라 종교적인 지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권정치’나 다름없는 티베트의 종교와 정치가 일치하는 사회에서 그런 주장은 중국에게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커다란 설득력을 얻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아무리 형식적으로라고 해도, 티베트 망명정부의 수반이 아닌 달라이라마를 ‘종교적 지도자’로서만 초대하는 것이라고 홍보해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달라이라마가 종교적인 지도자가 아닌 것도 아니다. 다만 굳이 ‘티베트 밀교’의 종교적 지도자라는 자격으로 부르지 않을 뿐이다. 특히 대승불교인 대한불교조계종 등의 종단도 금강승인 ‘티베트불교’의 라마를 부르는 것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탓을 하고는 있지만 우리 불교의 행정적인 권승들은 관세음보살의 환생이라고 하는 겔룩파의 ‘법왕’인 달라이라마에 그리 우호적이지 만은 못한 듯하다. 만약 우호적이었다면 아직까지 달라이라마가 방한하지 못한 이유는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티베트 불교의 한 훌륭한 수행자로서 성직자로서의 그를 강조하기 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적이지만 너무 종교적이지 않게 할 수 있는 ‘범종교적’인 조직을 갖추고 ‘종교간 대화’와 ‘교류’를 한다는 측면에서 달라이라마의 초청이 필요한 듯하다. 그러기에 더욱 불교 뿐만 아니라 ‘종교간 대화’에 앞장서는 몇몇 개신교단의 협력이 크게 요구된다. 물론 가톨릭을 비롯하여 원불교 등 4대종교 모두의 힘은 필수불가결한 것이기도 하다.

정말로 달라이라마를 초대하고 싶다면 오직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부르는 것이 보다 더 적절할 수 있다. 2005년 5월에 요르단의 페트라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회의 개막식에서 요르단 국왕은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극진히 예우했다. 당시 달라이 라마, 엘리 위젤 등 2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석해 지구상의 빈곤, 질병, 폭력과 같은 문제들의 해결책을 모색하며 세계평화에 기여하겠다는 의도였다. 이와 같이 성대하게는 못하지만, 달라이라마를 비롯한 다른 수상자들을 부르면 더 좋다. 하지만 그게 재정적으로든 여러 여건상 불가능하다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고 김대중 대통령의 힘을 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재단법인 김대중기념사업회(김대중재단)나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 등과 함께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추진하는 것이 ‘대의명분’을 가질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의 방한은 국가적인 ‘대의명분’을 필요로 한다. 달라이라마 추진위원회와 김대중 재단 그리고 범종교단체가 함께 그 뜻을 굳건이 하여 그를 초청한다면 정부로서도 공식적으로 크게 반대하기는 어려워진다. 특히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민적인 ‘공의’와 ‘대의명분’을 띈 ‘여론’을 쉽게 물리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최근 달라이 라마 사무실은 25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게재된 성명을 통해 “미국 의료진이 건강검진 이후 몇 주 동안 충분한 휴식을 권고했다”면서 “10월 20∼21일 예정된 미국 콜로라도 대학 방문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얼마 전 9월의 달라이라마 ‘티칭’때에도 향후 각국을 대상으로 하던 나라별 개별 ‘티칭’을 줄여서 몇 개 나라들을 한 데 묶어서 함께 ‘티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쩌면 만80세라는 노령의 달라이라마가 2017년까지 과연 버틸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태다. 그런 입장에서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한결 무거워진다.

정말 달라이라마 역시 방한하고 싶다면, 우리나라 일부 스님이나 언론만을 통해서만 ‘방한’의 뜻을 밝힐 것이 아니다. 앞으로는 세계 언론을 통해서 세계적 정치 지도자 특히 미국 대통령 등과 만난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불국토인 한국에 방문하고 싶다고 피력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하도겸 | 칼럼니스트, dogyeom.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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