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용모가 단정한 한 젊은이가 찾아와 부처님께 인생에서 실패하는 일이 왜 생기는지 물었다.

부처님은 “젊은이여! 성공하는 것도 알기 쉽고 실패하는 것도 알기 쉽다.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는가.”라며 말씀을 시작하셨다.

부처님의 말씀을 요약하면 △나쁜 친구를 사귀는 일 △남을 속이는 일 △도박과 여자에 빠져 재물을 허비하는 일 △정절을 저버리는 일 △게으르고 성내기를 잘하며 주지육림에 빠지는 일 △능력에 맞지 않은 욕심을 내고 사치하는 일 △인색해서 공양할 줄 모르는 일을 들었다. 부처님은 이들을 하나하나 열거하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부모나 나이 많은 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공양할 줄 모르며, 부모형제를 때리거나 욕하는 사람,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비난하고 헐뜯는 사람, 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높은 경지에 오른 척하는 사람도 파멸의 문에 이른 사람이니라. 이렇듯 실패와 파멸에 이른 길은 이미 눈에 환히 보이는 것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험하고 두려운 길임을 알아 멀리하고 피해야 하느니라.”

《잡아함경》 48권에 나오는 말씀이다.

부처님의 이 말씀은 한마디로 자기의 본분(本分)을 저버리지 말라는 당부다. 자기 본분을 지키는 일이란 매우 소중한 가치다. 불교에서 분본이란 ‘인간의 본래 모습’ 또는 ‘자신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천연 그대로의 심성(心性)’을 말한다. 마음에 가식이 있거나 꾸미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마음을 지닐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선가에선 예로부터 본분수각(本分手脚)이란 지도방법이 있다. 인간의 본래모습으로 되돌아가게 하기 위한 적절한 교습법을 말한다. 또 인간의 본래 모습에 철저한 선승(禪僧)을 본분종사(本分宗師)라 하여 존경했다. 본분에서 일탈하면 싸움이 일어나고 갈등이 증폭된다. 본분을 다할 때의 삶은 거룩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불자들이라면 본분을 지키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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