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차 대한불교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협의회 발표문을 보며 몰상식과 몰염치의 극치를 봅니다.

지난 20일 수덕사에서 열린 제41차 대한불교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협의회를 취재한 <불교닷컴>의 기사를 보면 휴~하는 한숨이 나옵니다. 명색이 조계종단 교구본사 주지라는 승려들의 역사 인식이 이처럼 몰상식 한 것인지 아니면 몰염치 한 것인지에 대한 회의 때문입니다.
기사 말미에는 ‘선학원의 설립주체는 조계종입니다’라는 보도문이 첨부돼 있고 내용은 선학원의 조계종단 탈종을 엄단하겠다는 것입니다.

1921년 선학원 창립과 발전과정을 기억합니다.

조선총독부는 한일합방 후 불교계를 통제하기 위해 1911년 사찰령을 제정하자 1912년 당시 불교종단인 원종은 말사를 거느린 30개 대표사찰로 구성된 조선불교선교양종각본산주지회의원(朝鮮佛敎禪敎兩宗各本山住持會議院)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사찰령에 따라 모든 사찰의 주지는 총독부의 승인을 받은 승려만 임명됨에 따라 조선불교계는 조선총독부 정책에 적극 부역하게 됩니다. 이런 무단통치의 시기를 거치며 자각한 불교도들은 1919년 3.1만세운동을 일으킵니다. 3.1독립운동을 겪은 조선총독부는 무력만을 이용한 식민지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문화통치란 유화정책을 들고 나옵니다. 이때 일본불교의 영향을 받은 대처승단과 일제 정책에 부역하는 친일불교를 거부한 독신 승려들이 1921년 모여 만든 절이 지금의 선학원입니다.

선학원은 설립 후 재정적 어려움을 겪다 1926년 범어사 한성포교당으로 바뀌고 1931년 한의사란 직업을 가진 김적음 승려에 의해 1934년 재단법인 선리참구연구원으로 전환됩니다. 이후 전국수좌대회를 열어 1935년 조선불교선종을 만들고 독신 승려들이 중심이 된 선풍운동을 통해 일제 강점기 한국불교의 맥을 전승합니다.

조계종이 선학원을 만들었다는 건 자식이 부모를 낳은 논리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1908년 설립된 원종에서 이어진 ‘조선불교’란 종단이 1950년대부터 시작된 대처 비구승들의 분규 후 정부의 조정으로 1962년 설립한 대한불교조계종에 모태를 두고 있습니다. 선학원 설립 당시 존재조차 하지 않은 단체의 승려들이 선학원을 설립한 주체가 이제는 대한불교조계종단이라 주장합니다.
선학원 설립주체는 1911년 원종에 대항해 박한영,진진응,김종래,한용운,김학산,김보정,김율암,이회성,조신봉,김청호,장기림,신경허,송종헌,김석연,송학봉,도진호,백용성,김탁,김호응 등이 설립한 조선임제종에 그 뿌리가 있고, 임제종이 일제에 의해 강제 해산당한 후 임제종에 참여한 독신 승려들이 모여 만든 사찰입니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주장대로라면 이 당시 선학원을 지원한 수덕사, 직지사, 범어사 등은 당시 모두 대한불교 조계종이란 종단에 소속된 사찰이어야 합니다. 지금의 조계종단이 출현하기 41년 전 당시 사찰들이 선학원에 지원한 금전이 지금의 조계종단이 지원한 금전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선학원이 성립되었다는 것은 아들이 부모를 낳았다는 황당한 논리입니다. 이런 역사의 왜곡을 교구본사 주지를 하는 승려들이 주장한다는 것에 대해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조계종의 종지 종통을 봉대하지 않으면 불교가 아닙니까?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발표문에 조계종의 종지 종통을 봉대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 종지 종통을 따르던 조계종의 대표적 선승인 송담스님이 조계종과는 가는 길이 다르다고 탈종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조계종 지도급 승려들의 도박, 폭력, 음주 등 범계행위가 잊힐 즈음 또다시 승려들의 각종 추문들이 사회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교구본사마다 주지선거는 돈 선거와 사회법에 고소, 고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법보사찰 해인사 방장선거까지 돈 선거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동국대학교 경우 성보절도혐의를 받는 승려가 이사장으로, 논문을 표절한 승려가 총장으로, 사기, 간통, 모텔 경영으로 비난 받는 승려가 이사로 취임해 사회의 지탄과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조계종 교육의 수장이라는 승려는 불교자본가론과 깨달음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주장을 연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용주사 쌍둥이아빠 산문출송을 요구하는 전강문도회와 신도들의 시위, 봉은사 주지 연임 반대를 요구하는 신도들이 거리에 나오고 있습니다.

이성적 사고를 가진 집단이 추구하는 종지와 종통이 살아 있는 종단이라면 이정도로 타락한 범계행위가 만연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또한 이런 사태에 대해여 침묵하는 소속 종단 승려들을 보면 이곳에 승단이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자경단의 출범과 선학원을 다시 봅니다.

최근 조계종은 선학원측의 사찰접수를 막기 위해 전국적인 자경조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의 발표문을 보면 조계종단에 협력하는 사찰은 자경조직을 이용해 선학원으로부터 보호해주겠다고 합니다. 그저 웃음이 나올 뿐입니다.

선학원은 비구 대처 분규 이후 좋고 큰 절을 찾아간 승려들로 인해 종단의 지위에서 일개 재단법인으로 퇴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계종이란 이름을 선호하는 승려들이 사설사암을 등록해 놓는 곳으로 까지 전락했습니다. 선학원이 현재 창립 당시 유지를 얼마나 실천하는지 비평 받아야할 부분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선학원을 보며 조계종단의 주장처럼 선학원측에 절을 뺏기지 않기 위해 전국적인 자경단을 만들어 절지키기에 나서야 할 정도로 역량을 가진 곳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제 과거처럼 절을 두고 폭력으로 뺏고 뺏는 시대가 다시 반복 된다면 한국불교로서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계종단과 선학원의 분쟁이 더 많이 가진 자가 모든 것을 다 가지기 위한 분쟁으로 변질되지 않길 바라며 진정한 불조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만든 종단이라 자처한다면 이제 자신들이 내세운 종지와 종통을, 실천을 통해 사회에서 증명하길 간곡히 부탁드리며 두서없는 글을 정리 합니다.

나무부처 나무진리 나무그대, 청년여래(바른불교재가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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