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 달 말 선학원을 상대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조계종이 문제 삼고 있는 선학원 이사회 결의 사항은 2013년 4월 11일 정관 제3조 목적 조항에서 ‘조계종의 종지종통을 봉대하고’와 제6조 임원 선출 조항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로서’를 삭제한 내용이다. 조계종은 이러한 정관 개정이 탈종을 기도하고 있는 것인 만큼 본안 소송의 판결 시까지 이 부분에 대한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선학원에 따르면 가처분 소송의 내용 대부분이 기존에 조계종의 입장에서 앵무새처럼 반복해 온 주장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한다. 이는 9월 7일자 ‘선학원 분원장 스님들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으로 선학원 전국 분원장에게 발송된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장 법등 스님 명의의 유인물 내용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한 마디로 우리는 법등 스님에게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조계종단에서 중앙종회의장과 호계원장을 역임한 분으로서 상황판단과 법 상식이 남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의 상황에선 오히려 더 깊은 낭패만을 안겨주고 있을 뿐이다.

조계종단과 선학원이 현재의 갈등관계에 놓이게 된 것은 현 집행부가 사전 충분한 여론수렴과정과 법인 주체들과의 의논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법인법을 제정한 데서 비롯됐다. 선학원은 법인법과 관련 조계종에 “만일 법인법이 제정되면 2002년 합의사항은 깨지는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조계종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선학원은 2013년 3월 11일 임시이사회에서 △종단이 선학원과 사전 협의 없이 법인법을 제정하는 때 △종단이 선학원 임원을 종단의 징계절차에 회부할 때 △종단이 기타 방법으로 선학원의 인사권, 재산권, 운영관리권 등을 침해할 때,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때 2002년 종단과 합의 후 개정된 재단의 정관을 이전의 내용으로 환원한다고 결의했다. 그럼에도 조계종은 선학원의 결의를 무시한 채 동년 3월 20일 중앙종회에서 법인법을 제정, 통과시켰고 4월 1일 공포했다. 그러자 선학원은 3월 이사회에서 결의한대로 4월 11일 이사회 결의로 2002년 합의 이전 정관으로 돌아갔다.

조계종은 즉각 힘의 논리로 대응했다. 당시 총무부장 정만 스님이 6월 중앙종회에서 “선학원에 선전포고했다”면서 임원진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예고했다. 실제로 조계종은 정만 스님의 말대로 선학원 임원진이 같은 해 6월 30일 제적원을 냈지만 이를 법대로 처리하지 않고 징계에 회부해 이사장 법진 스님과 2차로 이사 3명에 대해 멸빈 결정했다. 그리곤 선학원 이사진이 탈종하려 한다고 몰아붙이는 한편 이사진에 대해 재단을 사유화하려는 부도덕한 세력으로 무책임한 공격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법등 스님은 이러한 조계종 집행부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오히려 한 술 더 뜨고 있다. 이번 가처분소송도 법등 스님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소장에서 얼토당토않은 허위 사실을 적시하는 등 지도자 답지 않게 처신하고 있다. 

민사집행법 제300조 2항은 가처분에 대해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과연 선학원이 정관을 2002년 이전으로 돌린 것이 이를 정지해야 할 급박한 어떠한 사정이 있는 지도 모르겠거니와 만일 그렇게 급박한 것이라면 2년 5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문제를 삼는 것인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부디 이번 소송이 법등 스님의 개인적 감정이 앞선 것이 아니길 바란다. 우리는 조계종의 생떼가 법의 정의 앞에선 무력화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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