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6일자 불교신문의 1면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명의의 공고가 게재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공고라는 것이 참으로 특이하고 괴상했습니다.

우선 그 공고에는 제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편하게도 공고의 내용을 다 읽고서야 무슨 공고인지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고는 공고의 명의가 총무원장이 아니고 총무원이었습니다. 최근 조계종출판사가 각 사찰에 추석선물세트를 구입하라고 보낸 공문을 보면 그 명의가 ‘㈜조계종출판사 대표이사 자승’이라고 명기되어 있는 것처럼 공문의 명의는 기관의 장 또는 단체의 대표 명의로 하는 것이 상식인데 말입니다. 물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명의로 된 공문이 종종 있어왔던 터이니 조계종의 종통을 봉대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그리고 그 공고는 8월 31일 현재 조계종 홈페이지에 게시조차 되어 있지 않습니다. 해당 불교신문은 8월 25일 화요일 밤에 인쇄가 되었으니 그 공고의 내용은 8월 25일 이전에 확정하였음이 분명한데 말입니다.

또한 그 공고는 내용이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법리에도 어긋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 공고의 내용은,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에서 정한 권리제한 유예기간이 지난 7월 31일자로 종료되어서 이제부터 권리제한 조치를 할 건데 조계종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선학원 정상화에 협조한 선학원 분원의 창건주 및 분원장과 그 도제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권리제한조치를 미루겠다는 것입니다. 요점만 얘기하자면 선학원을 등지고 조계종에 귀순하는 선학원 승려는 처벌 안하고 특별히 봐 주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공고에는 권리제한조치를 언제까지 유예할 것인지, 유예기간이 빠져 있습니다. 다만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장인 법등 스님이 지난 8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선학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라고 해서 유예기간을 추측해볼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가 조계종 총무원에 속한 위원회도 아니고, 법등 스님 또한 총무원 소속 종무원이 아니라서 “선학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라는 얘기가 법적 효력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차라리 총무원 총무부장이 그런 얘기를 했다면 법적 효력이 있을 터인데 말입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선학원 문제가 조계종이 바라는 대로 해결이 안 되어서 선학원이 분종을 하게 되면 조계종에 협조한 선학원 분원의 창건주 및 분원장과 그 도제들은 어찌될까요? 선학원에서는 가만 두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조계종에서는 신분보장하고 정착금은 주는 건가요? 이왕에 할 공고라면 권리제한조치를 유예하는 임시조치 보다 신분보장과 정착금(주지나 종무직)을 주는 화끈한 항구적 조치를 약속하는 것이 훨씬 더 약발이 있었을 터인데……. 권리제한조치를 유예하는 임시조치를 철썩 같이 믿다가 낙동강 오리알 되면 그 인생 누가 책임을 지나? 필자가 보기에 그 공고는 선학원 승려들의 지적 수준을 길거리 바사기 정도로 여긴 것은 아닌지 한심한 생각이 먼저 듭니다.

따지고 보면,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 제22조에서 정하고 있는 ‘권리제한’이라는 것이 선학원 입장에서 보면 별게 아닙니다.

제22조는, 법을 어기면 1. 선거권 및 피선거권, 2. 승려복지에 관한 각종 혜택, 3. 각종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기관 종무직, 4. 선원 및 각종 교육기관 입방, 5. 교육, 포교기관 교직 및 임직원, 6. 각종 증명서 발급, 7. 종단 명칭 사용, 이렇게 7가지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내용인데 이번 공고에서도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경우 종전대로 제한을 하겠다는 것이니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나머지 조항들은 선학원이 자체해결하면 별 문제가 없으니 크게 선심 쓰는 것이라 할 것도 아닙니다.

사실,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 제23조 제1항의 경우는 선학원 소속 승려들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제23조 제1항은 법을 어긴 ‘사찰보유법인’(선학원이 해당됩니다.)의 임직원, 소속사찰 권리인 및 관리인을 공권정지 5년 이상 제적의 징계에 처하도록 명시하고 있고, 조계종 소속의 승려와 신도라면 누구든지 위 법조항에 근거하여 선학원 소속의 승려를 호법부에 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절대 착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착각이란 그 공고를 호법부에 고발하는 것을 유예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에서 징계와 관련하여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부여된 권한은 딱 한 가지, 미등록법인(선학원)의 임원을 호법부에 고발할 수 있는 권한(제23조 제2항)입니다. 물론 조계종 총무원장이 막강한 힘을 이용해서 조계종 사부대중에게 선학원 소속의 승려들을 호법부에 고발하지 말라고 ‘은밀히’ 압력을 행사(대놓고 하면 종법위반이 되기 때문)하고 그 압력이 그대로 먹힌다면야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은 스스로 “어려서 출가해 정화한다고 절 뺏으러 다니고, 은사(전 총무원장 정대 스님) 스님 모시고 종단 정치하느라 중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라고 고백한 적이 있어서 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무슨 약속을 하던 그대로 믿기에는 꺼림칙한 구석이 많은 것이 사실 아닐까요?

그리고 조계종 종헌과 종법 어디에도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 제22조에서 정하고 있는 ‘권리제한’의 시행을 유예할 수 있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권리제한’의 시행을 유예한다면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입니다. 위법이라는 얘기입니다.

이처럼 그 공고는 참으로 특이하고 괴상합니다.

비록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이런 저런 추한 의혹을 받고는 있지만 그래도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을 발의한 당사자고 더구나 중앙종회의장을 무려 4년 동안이나 했는데 어찌 그런 공고가 나왔는지 참으로 모를 일입니다.

그 공고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지난 7월 23일 서황룡 옹에 대한 재심호계원의 판결에 따른 후속 행정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공언한지 불과 한 달 뒤에 나왔습니다. 어느새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종헌・종법마저 초월한 무애의 경지에 들었나 봅니다.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인데 그나마 다행스럽게 무애의 경지에 들어 불법의 모범을 보이는 자승 큰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둔 조계종은 엄청 자랑스럽겠습니다. 더구나 총무원장의 임기가 2년 정도 더 남아 있으니 든든하기도 하겠고요.
어려서 출가해 정화한다고 절 뺏으러 다니고 종단 정치하느라 중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

아무튼 오늘과 같은 조계종을 만드느라 참 수고가 많습니다.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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