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 용주사 주지가 처자식을 거느린 처사로 확인됐다는 소식은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당사자인 성월 스님은 사실무근으로 법적조치에 나서겠다고 하고 있지만 현재의 정황으로 보아 이를 폭로한 용주사중진비상대책위의 말에 더 신뢰가 간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용주사비대위는 지난 20일 ‘성월 주지 산문출송을 위한 제6차 선언문’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확인했고 주변 사람들의 증언도 확보했다”고 했다. 자칫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렇듯 대외적으로 천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확신을 갖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용주사를 대표하는 전강문도회가 이 문제로 31일 대중공사를 갖는다고 문중 스님 및 사찰을 상대로 소집공지를 했다는 소식이다. 문도회의 한 스님은 “처자식이 확인된 만큼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절에서 내쫓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해 문도들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용주사는 주지하다시피 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속해 있는 문중의 본사다. 용주사 비대위가 ‘용주사 바로 세우기’를 들고 나오는 배경에는 문중의 큰 어른인 송담 스님의 탈종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송담 스님의 탈종 역시 돈과 범계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용주사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자승 스님은 이번 용주사 주지 문제와 관련해 이를 비호하거나 왜곡된 방법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권력을 동원해 대중의 뜻을 거스르는 결과를 내놓을 경우 오히려 거센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경고한다.

대중공사를 통해 정화를 이룰 것이냐, 아니면 대중공사마저 정화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주저앉느냐? 한국불교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험무대가 이번 송담문도회의 대중공사로 희비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우리가 31일 대중공사를 예의 주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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