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등 만드는 새싹불자

 

지난 4월 10일 함양의 모(某) 어린이집은 아기자기한 컵등을 손에 든 새싹불자들의 웃음소리로 물결쳤다. “선생님, 제 컵등 어때요. 할아버지 드리려고 하는데.” “제 손이 빨갛게 물들었어요.” “차 안에 매달려고 해요.” “선생님, 저는 2개나 만들었어요.”

고사리 손으로 컵등을 높이 올려든 채 환하게 웃는 아이들은 금선사(주지 일여 스님) 부설 연꽃어린이집 4세반(줄기반) 원생들. 아이들은 어린이집 봉축 첫 행사로 매년 컵등을 만들고 있지만, 녹색, 빨강, 분홍, 노랑, 보라 등 형형색색의 연꽃잎처럼 한 해 한 해 새롭기만 하다.

‘연꽃잎 비비기’에서 철사, 풀, 종이컵 등 자질구레한 준비물을 마련하는 ‘울력’을 감내한 선생님들도 컵등을 든 채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에 그 피곤함을 잊었다. 특히 연꽃잎을 풀칠하며 알록달록 물들었을 아이들의 손가락 끝과 눈이 마주칠 때면, 선생님들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자리했다.

등은 나눔과 보시의 공덕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나 연꽃어린이집의 아이들이 만든 컵등에는 아이들이 친구, 가족, 선생님, 부처님 등과의 인연 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는 청정무구한 신심(信心)의 공덕이 담겨 있다.

컵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풀이며, 철사며. 연꽃잎이며 먼저 갖겠다고 서로 다투었을 ‘짝’이라도 컵등을 만들고 난 후에 더욱 친해진다. ‘곱게 물든 손가락’, ‘정성스레 만든 컵등’이라는 공통분모를 서로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일여 스님은 “연꽃어린이집에서는 새싹들이 부처님의 자비와 사랑을 배울 수 있도록 매년 컵등 만들기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며 또 아이들의 컵등을 선물 받는 가족들의 반응이 너무 좋다”며 “컵등을 만드는 새싹들의 청정무구한 심성이 그 가족으로 지역으로 퍼져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꽃어린이집은 1996년부터 매년 컵등을 만들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컵등을 집으로 가지고 가는데, 자동차에 걸기고 하고 가족에게 주기도 한다. 연꽃어린이집 160여 명의 아이들은 ‘컵등 만들기 외에도 제등행렬에 참석하며, 봉축법요식장에서 율동과 노래 등의 공연무대도 마련하고 있다.

편집실 | iseonwon@iseonwon.com

 

인터뷰_일여 스님

 

불제자, 나눔의 덕(德) 익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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