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과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로 인해 빈정 상한 적을 누구나 한번 쯤 겪었을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꼴불견으로 ‘허세 떠는 사람’이 1위로 꼽힌 적이 있다. 가볍게 처신하는 사람보다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 더 밉보이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허세와 교만을 떠는 이들은 《법화경》에도 등장한다. <방편품>에 의하면 어느 날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려 하시자 5천 명의 증상만(增上慢)들이 자리를 박차고 퇴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증상만이란 교만하기 짝이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러한 무리가 《법화경》을 설하시려는 부처님 말씀을 들을 필요가 없다며 왜 퇴장한 것일까?

《법화경》은 증상만들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놀라 부처님의 설법을 듣지 않고 퇴장했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도에 반대하며 의심을 일으키기 때문에 손해 본다고 생각해서 놀란다. 둘째는 보살행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놀란다. 셋째는 번뇌가 너무 많기 때문에 생각이 뒤바뀌어 놀란다. 넷째는 대승적인 회향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에서 놀란다. 다섯째는 자신들을 속였다고 생각해서 놀란다.

또 《법화현의》에 의하면 증상만은 일곱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잘못된 공덕을 갖추고 있는 것, 둘째 오직 성문의 가르침이 최고라 생각, 셋째 대승이 최고라고 생각, 넷째 실제로는 없으면서 있는 척, 다섯째 산란하여 선정에 들 수 없으면서도 선정에 능숙한 것처럼 말함, 여섯째 대승법을 설하면서도 대승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않음, 일곱째 공덕이 전혀 없는 증상만이다.

부처님 재세 당시 삿트야 니간타라는 장로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총명과 지혜가 뛰어났으나 자아도취에 빠져 교만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는 철판으로 배를 싸고 다녔다.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겨 물으면 “지혜가 터져 나올까 두렵기 때문이다”고 으스댔다. 이런 그가 어느 날 부처님을 찾아와 어떤 이를 가리켜 장로라 하는지 물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장로인가? 머리카락이 희다고 해서 장로인가? 그의 나이 헛되이 늙었으니 그것은 속이 빈 늙은이일 뿐. 진실과 진리와 부드러움과 불살생과 절제로서 더러운 때를 벗어버린 사람, 그를 진정한 장로라 하네.”

삿트야 니간타는 얼굴이 발개져 부처님께 참회의 예배를 올렸다. 자신을 겸허히 하여 교만을 버릴 때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법이다.

법진 스님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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