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교사회연구소가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1회 이상 절에 가는 불자는 1.9%에 그친다. 사찰이 불자에게 점점 멀어지고 있거나 불자가 사찰에 자주 갈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절이 더 이상 산속 깊은 외딴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대두되는 이유다.

조계종 포교원(원장 지원 스님)은 10일 오후 2시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보현실에서 제3차 지역공동체 포교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광주 선덕사(주지 원묵 스님)와 시흥 대흥사(주지 원돈 스님)가 각각 지역공동체 포교 사례를 발표했다. 두 사찰은 지역공동체 포교의 핵심으로 ‘공공성’을 꼽았다. 불자뿐만 아니라 지역민 모두가 종교적 저항감 없이 왕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조계종 포교원은 10일 제3차 지역공동체 포교 워크숍을 개최했다. 워크숍에는 포교연구실과 불교사회연구소, 결사추진본부 등이 참석했다.

광주 선덕사는 90년대 광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사찰이었지만 2000년대 주지 스님의 건각 악화와 내부 반목 등으로 침체기를 겪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도량을 정비하고 마을사랑방과 대안도서관 등을 개설하며 사세를 일으키고 있다.

선덕사 주지 원묵 스님은 먼저 법회와 불교학당, 기도 등을 통해 사찰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도량을 리모델링하며 시도들에게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2013년 출범한 광주전남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통해 시민사회활동을 전개하고, 대안도서관 ‘틔움’을 개관하며 종교에 상관없이 마을 주민들을 사찰 안으로 포섭했다. 또 주지 스님과 종무소 직원 등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아 전문성을 갖춘 카페를 개설해 ‘마을사랑방’이라 명명하는 등 사찰의 문턱을 낮췄다. 지난 5일에는 도량이 위치한 밤실마을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공동체 ‘밤실마을 돌봄-나눔 네트워크’를 출범했다.

원묵 스님은 “주민들에게 절에 와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감동이 사람을 바꾼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절이 구심이 되어 지역사회가 삶을 협동하는 공동체가 이뤄진다면 굳이 포교니 전법이니 하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 시흥 대각사 주지 원돈 스님과 광주 선덕사 주지 원묵 스님이 사례발표를 했다.

시흥 대각사도 ‘흥부네 책 놀이터’ 도서관을 통해 지역민과 함께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과 편부·편모·조손가정이 많은 지역 특성상 어린이 청소년 공동체 형성에 집중했으며, 산중사찰의 접근성 보완을 위해 경내 본점뿐만 아니라 정왕동 주택단지에 공간을 마련해 1호점을 개소하는 등 ‘부처님이 마을로 내려오는 벙법’을 구현했다.

대각사 흥부네 책 놀이터는 주지 원돈 스님이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청소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면서 탄생했다. 책 몇 권을 마련해놓고 아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해야겠다는 원력을 세우자 보리출판사, 정왕어린이도서관, 월곶도서관, 현암사 등에서 도움의 손길이 뻗어왔다. 대각사는 향후 정왕동 주택단지에 위치한 1호점을 시화초등학교 근처로 이전해 더욱 적극적인 어린이 공동체로 역할 할 계획이다.

원돈 스님은 “불교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불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일”이라며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사찰에 오는 분들만 대상으로 하는 포교를 넘어, 올 수 없는 형편의 취약계층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포교원은 8월 11일 오후 2시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보현실에서 한마음선원과 정토회의 사례를 청취하는 제4차 워크숍을 실시할 예정이다.

-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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