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은 실제로 '먹는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자신의 신분에 맞게, 그리고 정당한 방식에 의해 섭취한 음식물이라면 갈등을 일으키거나 싸울 일이 전혀 없다. 그러나 부당한 방식으로, 사적 이익을 위해 취한 음식이라면 주위의 비난을 사게 된다.

부처님 재세 당시 음식 문제로 주고 받는 흥미로운 문답이 경전에 전해진다.

《잡아함경》 <정구경(淨口經)>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나온다. 사리불 존자가 어느 날 마을에 들어가 탁발을 한 후 나무 밑에 앉아 공양을 하고 있을 때 정구(淨口)라는 외도의 여승이 사리불 존자에게 물었다.

“존자께서는 입을 어디로 향하고 공양을 하는지요?”

그러자 사리불 존자가 대답했다.

“출가 수행자에게 떳떳하지 못한 네 가지 음식[四邪命食]이 있으니 첫째는 약물을 만들거나 농사를 지어 먹을 것을 구하는 하구식(下口食)입니다. 둘째는 하늘에 있는 별과 달과 해를 관찰하여 먹을 것을 구하는 앙구식(仰口食)이며, 셋째는 권력에 아부하거나 말재주를 부려 먹을 것을 구하는 방구식(方口食)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술이나 점 따위로 먹을 것을 구하는 유구식(維口食)이니 나는 입을 밑으로 하거나, 위로 향하거나, 사방으로 향하거나, 또는 중간으로 향하게 하고 공양을 하지 않습니다. 오직 청정한 법을 행하는 것으로써 음식을 구하여 살아갈 뿐입니다.”

출가수행자는 사리불 존자의 말씀처럼 공양물을 구함에 있어서 기교와 재주를 부리거나 권력을 등에 업는 일은 지양해야 마땅하다. 따라서 당시 인도 사회에서는 부처님의 교단에 대한 공경과 존경이 매우 높았다.

이러한 가르침을 간과하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하여 사방으로 입을 벌린다면 그 비루함이란 말할 수 없을 터이다. 더욱이 정당하지 못한 음식을 먹으면 체하기 십상이다.

우리가 진정 잘 먹고 잘 살려면 욕심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 욕심이 자신을 지배하는 한 언제든 위험지대에 놓여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참된 공양의 가치는 욕심을 덜어낸 자리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런 공양일수록 맛도 더한 법이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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