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은 흑백, 백색이 아닌 회색이다. 누구 편도 아니다. 화쟁(和諍)의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 제3지대에 서고자 한다. 관념이 아닌 실제를 들여다 본다. 진영이 아닌 진실의 편에서 사안을 보려 한다.”

<신동아> 5월호 ‘국가미래전략을 묻는다’는 기획 대담 인터뷰 내용에서 기자는 도법 스님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기자의 말마따나 도법 스님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화쟁인사로 꼽히고 있다. 그 역시 갈등과 분란이 있는 곳이면 달려가 화해시키는 게 자신의 임무이자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조계종단 내 자신이 이룩한 대표적인 화쟁의 성과로 명진 스님과 현 총무원장 간 대립을 보였던 봉은사 문제를 내세웠다. 그는 “화쟁의 논리로 봉은사 문제를 다뤘다”면서 “명진 스님이 조금 불만스럽게 됐지만…. 70~80%는 잘 풀렸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도법 스님의 어법을 들여다보면 매사 이런 식이다. 제주 강정마을을 비롯해 쌍용자동차 해고자 등 극심한 대립의 현장을 찾아가 문제를 풀었고 거기엔 자신의 역할이 뒷받침됐다는 사실을 은연중 과시한다. 특히 쌍용자동차 노조원 해고 문제와 관련해 그는 “사람의 고통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도법 스님은 1998년 정화개혁회의가 총무원 청사를 점거하고 있을 때 총무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었다. 당시 사법부가 정화개혁회의의 총무원 퇴거를 결정했고 도법 스님은 승자의 입장에서 명예롭게 총무원장 직무대행을 후임에 인계하고 나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도법 스님은 지금 화쟁인사로 우뚝 선 입장에서 보자면 몹쓸 짓을 한 가지 저질렀다. 그는 기관지 <불교신문>의 사장 자격으로 당시 3명의 기자를 해고했다. 정화개혁회의의 편에 섰다는 것이다. 기관지령에 의하면 불교신문 발행인은 종정, 편집인은 총무원장이다. 월하 종정이 그때 정화개혁회의를 지시했지만 불교신문 기자들이 거기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 신문발행을 중단하면서까지 중립적 자세를 견지했다. 이도 하나의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러나 도법 스님은 자기가 총무원을 나가기 전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불교신문 인사위원회를 열어 세 명의 기자를 본보기로 해고했다. 자신이 이끌었던 총무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다.

도법 스님의 말처럼 과연 봉은사도 화쟁의 논리로 잘 풀어진 것인가? 현재 봉은사는 총무원장 선거에 공헌한 은전의 대가로 거래되고 있는 대표적 사찰로 회자되고 있다.

이런 도법 스님이 의현 스님 건으로 또 종단 전면에 나섰다. 재심호계원은 지난 달 18일 94년 개혁종단 때 멸빈된 의현 스님을 종헌 규정을 무시하면서까지 구제했다. 호계원장 자광 스님을 비롯해 참석한 재심호계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멸빈을 무효화하고 공권정지 3년의 심판을 내렸다. 그러자 교계단체들의 비난 성명이 잇따랐다. 삼화도량을 비롯해 참여불교재가연대, 정의평화불교연대 등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여기에 94년 개혁주체세력으로 참여했던 실천불교전국승가회도 재심호계원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따지자면 총무원장에 대한 성토나 다름없었다. 특히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23일 ‘교단자정센터에서 보는 서의현 전 총무원장 재심호계원 결정에 대한 문제점들’이라는 논평문을 내고 독신 비구종단의 정체성에 대한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의현 스님과 함께 멸빈 당한 원두 스님도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종단의 사법행정을 공격했다. 모든 화살이 총무원장에게 집중되는 양상이었다.

같은 날 도법 스님이 또 나섰다. 100인 대중공사 7월 의제로 ‘의현 스님 재심판결 논란’을 다루기로 결정한 것이다. 도법 스님은 자성과쇄신결사본부장과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그는 의현 스님 재심 판결을 여법히 해결하면 종단의 사법기관인 호계원은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고 보는 것인가? 가장 중요한 건 종단 권력의 시녀로 역할하고 있는 호계원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도법 스님은 또 다시 ‘사람의 일’로 근본적으로 시급한 ‘제도개혁’을 은폐하는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안에선 살생부를 자행하고 밖에선 화쟁을 부르짖으며, 사람의 일로 권력을 좇는 사람이 정작 중요한 제도개혁을 방치하고 있는 두 얼굴을 지닌 이, 가장 먼저 종단에서 도려내야 할 이가 도법 스님이다.

-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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