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용운 스님께서는 자주와 유신을 주창하고 앞장서 실천하시며 나라의 독립과 불교의 개혁을 위해 일평생을 헌신하신 민족의 스승이십니다.


만해스님께서 입적하신지가 올해로 71주기가 되었지만 그 긴 세월 동안 만해스님을 추모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여전한 것은 만해스님의 공덕이 수승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하여, 매년 추모식이 열릴 때마다 많은 분들이 만해스님의 높고 높으신 뜻과 걸림 없는 실천행을 칭송하고 이를 본받아야 한다고 역설해왔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 매우 안타깝게도 불교계에서는 많은 분들이 만해스님의 빈자리가 점점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사회가 종교를 걱정해야 하는 시절이라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많아지는 것을 보면 만해스님의 빈자리가 점점 더 크게 느껴진다는 말이 결코 헛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만해스님께서는 불교의 중흥을 위해서 불교의 대중화와 이를 위한 청년포교의 강화 그리고 전통이라는 미명으로 포장된 승가의 구습 개혁을 제시하시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몸소 앞장서시었습니다.

만해스님께서 승가의 구습 개혁을 위해 제시한 내용은 승려의 자질 향상과 불자에게 생계를 의존하지 않기, 기강확립, 생활불교 등입니다.

올해 2015년은 만해스님께서 입적하신지 71주기이자 94년 종단개혁 21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 불교계, 특히 장자종단임을 자임하는 조계종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부끄럽게도 각종 언론에 종단 집행부와 중진스님들의 범계행위가 잇달아 보도되어 1700년 한국불교의 위신은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는 처지입니다.

만해스님께서는 승려도 혼인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주량 조절만 가능하다면 음주를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는 불교의 대중화를 위한, 풀어 얘기하자면 속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뜻일 뿐이지 만해스님은 일관되게 승가의 기강확립, 바꿔 말하면 부처님 법대로 살기를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현재 종단 집행부와 중진스님들 중에는 만해스님의 손가락만을 보았는지 은처와 음주를 일삼고 이도 모자라 닭 벼슬보다 못하다는 중 벼슬을 얻기 위해서 돈을 뿌리고 도박을 취미 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종단권력을 차지한 스님들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치고 오이 밭에서 신발 끈 고쳐 매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가 보아도 욕심이 숨겨있다고 의심할 만한 종법을 만들어서 승가와 종단을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조계종에서는 지금, 불교의 대중화가 아니라 불교의 사유화를 위해서 거리낌 없이 각종 범계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만해스님께서는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것이 똥이나 송장이 아니라 바로 31본산의 주지들이라며 일제에 빌붙어 사는 그들의 행위를 질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만해스님께서는 일제의 강요로 학생들에게 학병에 나가라고 강연을 하고 다니던 조선어학회의 이극로(李克魯)가 조선어학회를 살리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한 일이라고 자신의 행위를 변명하자‘더럽게 변했구나. 어찌 그리 어리석은가. 그것이 오래 갈 것 같은가?’라고 질책하신 적도 있습니다.

삭발염의한 사람으로서 티끌만큼이라도 염치가 있다면 마음 속 깊이 되새겨보아야 할 얘기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만해스님의 추모식은 이제 만해스님께 한없이 부끄럽기만 한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내년 72주기 추모식은 한국불교가 세계일화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정화와 개혁의 성과를 만들어서 만해스님의 은덕에 보답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불기 2559(2015)년 6월 29일

동국대학교 석림동문회장 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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