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교구 주보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신자들에게 얼마나 자주, 정확하게 알려 주었는가? 사제들은 강론과 교육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확하게 진실하게 말하였는가?”

세월호 참사 이후 429일이 지나는 시점에서 세월호 참사를 가톨릭의 눈으로 바라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가톨릭언론협의회는 18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월호 참사 1년, 한국 사회 길을 묻는다’를 주제로 제15회 가톨릭포럼을 개최했다.

가톨릭계는 세월호 참사 이후 미사와 단식, 교황 방문 등으로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포럼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행보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불교계는 빈자들의 곁을 지키라는 예수의 말씀을 얼마나 잘 지켰는가를 반추하는 통렬한 비판에서 ‘예수’를 ‘부처’로, ‘주교’를 ‘스님’으로 치환해봄직하다.

▲ 가톨릭언론인협의회는 18일 '세월호 참사 1년, 한국 사회의 길을 묻는다'를 주제로 가톨릭포럼을 개최했다.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편집인은 ‘가톨릭 정신으로 세월호 참사를 진단한다’ 제하의 발제를 통해 “세월호 참사는 신학적으로 시대의 징표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한국사회의 현재 모습을 종합하여 축소판으로 보여준 사건이며, 국가권력, 언론, 지식인, 종교의 맨얼굴이 국민들에게 노출됐다는 것이다.

김 편집인은 또 종교권력이 정치권력에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편집인은 “주교들은 정치적 판단보다 신학적 판단을 먼저 해야 하고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에서) 주교들의 현실 인식과 처신에 만족하기 어려우며 정치권력 앞에서 눈치 보는 종교권력의 어정쩡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평했다.

김 편집인은 “주교들은 ‘어떻게 하면 정치권력과 갈등을 피할까’를 연구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불의한 권력과 싸울까’ 고뇌하길 바란다. ‘어떻게 하면 권력자들과 친하게 지낼까’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낼까’ 생각하길 바란다”면서 “주교들은 그렇게 해오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사제들과 평신도도 마찬가지”라며 “이기적 신앙은 신앙도 아니”라고 일침 했다. 김 편집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하느님과 나의 관계에만 신경 쓰는 이기적인 사람들은 가짜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했다”며 “우리 교회 안에 가짜 그리스도인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편집인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이름 없는 순교자’의 범주에 포함했다. 김 편집인의 이 같은 해석은 세월호 희생자들의 종교여부를 떠나 가톨릭계가 나름의 논리와 감성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신앙 안으로 포괄시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이름 없는 순교자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 하느님 나라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세력들의 정체를 세상에 폭로하는 역할을 한다. 예수가 죽은 원인과 비슷하게 죽임 당한 사람은 순교자라고 불러 마땅하다”며 “여기에서 순교는 특정 그리스도 종파의 교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예수의 가르침이며, 이름 없는 순교자에 대한 논의가 다른 개념도 좋으니 비슷한 주제의 논의로 이웃 종교들과 학계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시했다.

김 편집인은 이 자리에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만일, 작년 8.15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미사를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위령미사로 지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교황이 팽목항을 방문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만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일과 책임을 한국주교회의에 주었다면 진실이 명백히 밝혀졌을까?’. 

김 편집인은 “그렇지 못했을 것이라는 데 한 표를 걸겠다”고 자답했다.

-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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