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께서는 지금 병석에 계신 은사 녹원 스님이 사설사암을 만드신 적이 없다는 예를 드시며 사유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셨습니다. 본사 하나를 특정 문중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유화가 아니고 말사를 특정 문중이 차지하는 것만 사유화인지, 사설사암을 만드는 것이 사유화인지 궁금하지만 그건 논외로 치겠습니다.


아무튼 스님께서는 자신이 종단-선학원간의 갈등에 간여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유화를 말씀하시면서 “모든 것은 종단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말씀하심으로써 우리 선학원을 ‘사유화’의 범주에 넣으셨습니다. 하긴 작년 7월 종단에서 공식적으로 낸 성명서에서도 “현재의 임원진 스님들이 사익을 위해 선학원을 사유화하려는 의도로 판단”한다는 등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스님의 말씀도 같은 맥락이겠지요.

그러면 여기서 다른 건 다 놔두고 하나만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총무원장 선거가 끝나고 한 달 여가 지난 2013년 11월 18일 불교광장 모임에서 자승 스님이 “원학 스님을 주지로 내정한 이유는 종상 스님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해 11월 27일에는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지홍 스님 등 5명이 거기에 반발하는 성명서를 내고 “최근 봉은사 인사와 관련 참으로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불국사와 석굴암을 가지고 있는 종상 스님에게 강남 봉은사를 주겠다는 것입니다. 석굴암과 불국사를 가지고도 모자라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 표를 줄 테니 봉은사를 달라 했다는 것입니다. 이때 봉은사는 표로 사고파는 뒷거래가 이루어진 것입니다.”라고 폭로했습니다.

조계사와 더불어 오늘날 한국불교의 대표적 사찰인 봉은사의 주지 인사를 총무원장 선거의 논공행상(論功行賞)으로 한 것입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신 ‘사유화’의 잣대로 보실 때 이 문제는 어떻습니까?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주지 임명이었습니까?

스님께서는 이른 바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유로 다섯 가지를 꼽으셨습니다. 첫째는 사유화를 용납하지 않았던 은사 스님으로부터 배운 공심(公心)의 실천이라는 점, 둘째는 종회의원을 이십 몇 년 지냈고 종회의장, 호계원장을 역임하는 등 종단에서 입은 은혜가 크다는 점, 셋째는 선학원의 설립조사인 적음 스님이 자신의 문중과 깊은 인연관계에 있으며, 예전에 선리참구원이 직지사에 4년간 있었다는 점, 넷째는 선학원과 조계종의 문제가 어렵게 됐다고 총무원장으로부터 서너 번 전화가 와서 만났다는 점, 다섯째는 당시 후보였던 보선 스님에 대한 실망감을 꼽으셨습니다.

 선학원 이사 정원 17명 중
 조계종측 5명은 힘 못쓰고
 종회의원 81석 가운데
 선학원측 2명은 종회 장악?

특히 보선 스님이 총무원장 선거에서 패한 원인에 대해서는 “돈의 힘에 눌려서 그렇게 돼 버렸다.”고 진단하고도 “지난번 총무원장 선거 때 보선 스님을 후보로 내세웠는데 직선제를 한다고 해도 오지 않아 실망을 많이 했다. 그런 사람인줄 몰랐다.”라고 하심으로써 보선 스님이 직선제에 힘을 보태지 않은 것을 자승 스님의 품에 안긴 명분으로 삼으셨습니다. 제가 언급한 다섯 가지가 과연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 정도로 명분이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 하나, 스님께서 추진위원장을 맡으셨을 때 삼화도량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고 스님이 선학원 이사장 스님을 만나러 다닐 때도 삼화도량 내부에서는 스님의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분위기였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야당 소속인 스님이 야당 내부의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추진위원장을 맡아서 맹활약을 하고 계신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지난번 글에서 “법등 스님이 왜 저렇게 나설까? 총무원장과는 무슨 거래가 있는 걸까?”라고 의문을 제기했었죠. 스님께서는 그 글을 출력까지 해 오셔서 제게 보여주시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거래를 한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속이나 절집이나 정치꾼들이 이해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데다 더구나 2009년 9월 8일 총무원장 스님이 장주 스님에게 써 준 ‘각서’나 봉은사와 관련한 ‘종상 스님과의 약속’ 같은 것이 아직 회자되고 있는 현실에서 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그 말씀이 과연 진실일지 여전히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님께서는 부산 대각사를 예로 들면서 “경우 스님이 지금 대각사에 손을 못 대고 속가 형이 관리한다. 왜 경우 스님이 밀양에다 절을 지었겠느냐. 대각사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법인에 대한 관리를 종단에서 해야 할 명분을 거기서 찾으신 거죠. 대각사를 찾지 못했다면 군색해서 어쩔 뻔 하셨습니까?

그렇지만 스님! 스님께서는 특수한 사례를 들어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계십니다. 현재 법인들 가운데 그런 위험에 처해 있는 경우가 어느 정도 되어야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이지요. 거기에 대한 저의 대답은 “법인은 놔두고 조계종이나 잘 하도록 신경을 쓰시라”는 것이었습니다. 스님 면전에서 여러 번 같은 말씀을 드렸으니 기억하실 것입니다. 법인에 소속된 입장에서는 염려를 해주시는 게 눈물 나게 고마운 일이지만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격이니 조계종 걱정이나 하시라는 겁니다.

스님께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대화를 하자고 요구하셨습니다. 저는 선학원의 입장이 지난 5월 15일에 낸 결의문에 다 들어있다고 말씀드리면서 결의문에서 언급한 내용이 선행되지 않으면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도 스님께서는 “<법인관리법> 가운데 마음에 들지 않는 조항의 개정을 요구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법인관리법>을 전제로는 어떤 대화도 거부하고 있는데도 <법인관리법>의 개정을 요구하라는 것은 우리 선학원의 입장을 묵살하는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우리의 말은 전혀 듣지 않으시면서도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대화하자고 떼만 쓰십니다. 참, 딱한 일입니다.

스님께서도 인정하셨습니다만, <법인관리법>에 관한 한 칼자루는 종회가 쥐고 있습니다. 종법을 언제든지 제정ㆍ개정ㆍ폐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령 <법인법>에 비해 <법인관리법>이 우리 선학원에 조금 유리하게 되어 있을지라도 결과는 불문가지(不問可知)입니다. 그 이름이 무엇이든 법인과 관련된 조계종의 ‘법’을 선학원이 받아들이는 그 순간 현 집행부와 종회의원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지게 될 것이니까요. 우리 선학원 전국분원장회의까지 쫓아다니며 애를 먹이던 수덕사 대중들이 지금 저토록 조용한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들은 때를 기다리는 거미와 같습니다. 법등 스님이 쳐둔 거미줄에 선학원이 걸려들기만을 잠자코 기다리는 것입니다.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선학원에 중앙선원 개원하겠다"
 대명천지에 이런
 협박이 어찌 가능합니까? 

아무튼 우리의 우려를 어느 정도 미리 생각하셨던지 스님께서는 <종헌>을 언급하시면서 거기에 해당 조항을 넣을 것처럼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먼저 <종헌>에 명문화하면 될 것입니다. 그것은 대화를 통해 추진될 내용이 아니며, 종단에서 먼저 <종헌>에 명기할 경우 대화의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저의 처소에서 지난 5월 11일 추진위가 제시했던 ‘협의안’을 다시 한 번 말씀하셨습니다. 공문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 그 내용을 살펴보면 △멸빈 징계된 이사진 4인의 지위 원상회복 △선학원을 특별교구로 지정 △선학원 특별교구에 종회의원 2석 배정 △선학원 추천 원로의원 1석 배정 △분원장급 임원에 대해 선거권, 피선거권 제한 철회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의 제7조(정관 변경의 종단 승인)과 제18조(법인현황 보고)의 의무조항은 선학원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등 6개항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멸빈자 4인에 대한 복권과 선거권ㆍ피선거권 제한 철회를 마치 큰 선심이라도 쓰시는 것처럼 말씀하셨습니다. 종단 내부에서도 우리 임원들 4명에 대한 멸빈 징계는 잘못된 심판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도 스님께서는 멸빈된 의현 스님과 원두 스님이 복권되기를 원했지만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씀하시면서 우리를 복권시켜주는 것이 대단한 것인 양 공치사를 하셨지요. 따지고 보면 그런 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종헌> 제128조에는 “징계를 받은 자로서 비행을 참회하고 특히 선행 또는 공로가 있는 자에 대하여는 집행중이라도 징계를 사면, 경감 또는 복권시킬 수 있다. 다만, 멸빈의 징계를 받은 자는 제외한다.”라고 명문화 되어 있습니다. <종헌>의 이 조항으로는 복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신 스님께서는 <호계원법> 제54조를 적용하면 복권이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이 글의 독자를 위해 참고로 말씀드리면 <호계원법> 제54조는 징계가 확정되었더라도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 4개항의 경우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세속의 법리상 상위법에서 규정한 내용을 하위법에서 뒤집을 수 있을 거라고 보지는 않지만 조계종이라는 곳이 언제나 그런 것처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곳이다 보니 이 또한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명확하게 밝혀둡니다. 멸빈된 다른 스님들은 특별재심을 청구할지라도 저는 아마 그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습니다. 부당하게 멸빈 시킨 것이니 당사자들이 책임지고 복권시키는 것이 당연합니다.

또 94년부터 이루어졌던 선거권ㆍ피선거권의 제한도 명백한 오류입니다. 종단에서 잘못한 점을 바르게 고치는 것이므로 부끄러워하며 참회해야 하는 것인데도 선심 쓰듯이 하는 건 여간 웃기는 일이 아닙니다. 멸빈자를 복권할 때 관련자들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합니다.

종회의원 2석과 원로의원 1석을 배정하겠다는 문제도 그렇습니다. 제가 “우리가 단 한 번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스님께서는 대뜸 말씀하시기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한 것”이라고 하시면서 “똑똑한 사람이 종회에 들어오면 종회를 다 휘저을 수 있고, 원로 한 분이 원로회의에서 선학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선학원에 기회를 줄 테니 종회와 원로회의에 들어와서 잘해보라는 말씀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원로의원 문제는 놔두고 종회의원 2석만 가지고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스님께서는 “똑똑한 사람이 들어오면 종회를 휘저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게 되어 있는 종헌종법을 무시하고 만장일치의 박수로 통과시키는 스님들이 모인 곳이 종회 아닙니까? 그 사실을 스님께서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그런 상황인데도 우리 선학원이 추천하는 종회의원이 종회를 휘저을 수 있다고요?

그런데 스님께서는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종회의원 2석을 줄 테니 선학원의 이사 4분의 1을 달라”고 하시면서 “이사 3분의 2가 되어야 정관 개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4분의 1은 힘을 못 쓴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2013년 3월 5일 당시 조계종 총무부장 지현스님이 “이사 정족수 3분의 1을 종단이 추천한다고 해도 법인 이사회에서 중요 사안을 결정할 때 종단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스님께서는 이번에 지현 스님과 마치 입을 맞춘 것처럼 똑같은 말을 하셨습니다.

정리해 보면, 스님께서는 선학원 이사 정원 17명 중 조계종측 5명은 힘을 못 쓰는데 종회의원 81석 가운데 선학원측 종회의원 2명은 종회를 휘저을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거론하면서 “서로 모순되는 말씀이 아니냐?”고 말씀드렸더니 할 말이 없어진 스님은 그냥 너털웃음으로 넘기셨습니다. 스님은 저를, 그리고 선학원의 임원과 전 구성원들을 우롱하고 계신 겁니다.

기왕 추진위가 제시했던 협의안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지난 5월 12일 추진위가 우리에게 보낸 공문에는 추진위가 제안한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스님께서 앞서 말씀하신 6개항이지요. 그리고 추진위에서 우리 선학원에 요구한 2개항에 이어 다음과 같은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협의안의 제안에도 선학원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종단은 선학원에 중앙선원을 개원한다.”

아니, 스님! 이게 무슨 말입니까? 재단법인 선학원의 ‘중앙선원’에 조계종이 ‘중앙선원’을 개원한다고 하였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선학원에 일방적으로 ‘제안’한 6개항과 대한불교조계종이 선학원에 일방적으로 ‘요구’한 2개항을 우리 선학원이 받아들여야 하지만, 선학원이 그 ‘제안사항’과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선학원의 ‘중앙선원’을 조계종이 차지하겠다고 공언한 것입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적광 스님 폭행사건에서 이미 충분히 보여줬지만, 조계종이 아무리 법보다 주먹을 앞세우는 집단이라고 하더라도 이처럼 공공연히 우리를 협박하다니, 대명천지에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뒷방 공사도 아니고 어떻게 이걸 공식적인 공문에 실을 수 있습니까? 스님의 정신상태가 과연 정상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스님께서는 총무원장이 추천하는 선학원 이사의 3분의 1을 분원장 중에 추천해야 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이 또한 선심 쓰듯이 하신 말씀입니다.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분원장 중에 이사를 추천하겠다는 것은 내부 분열을 꾀하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재단 내부에서 갈등이 일어나도록 획책하겠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이사의 3분의 1을 장악하고 나서 훗날 법을 개정하여 2분의 1로 만들고, 다시 모든 이사를 총무원장이 추천하게끔 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 걸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하고 있는 우리 재단이 그걸 받아들일 거라고 믿으십니까? 스님께서는 순진하신 겁니까, 아니면 순진한 척하시는 겁니까?

제가 스님께 “선학원은 1921년에 만들어졌고 조계종은 1962년에 만들어졌다. 먼저 만들어진 법인을 조계종에서 관리하겠다고 하는 것은 소급적용을 하는 것이다.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라는 취지로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스님께서는 정부입법을 예로 드시면서 “정부 입법은 소급적용을 하는 것도 있고, 부칙에 넣거나 적용을 예외로 하는 것도 있다”는 내용의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헌법> 제13조 제2항을 살펴보면,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였습니다. <헌법>에서는 소급입법 자체를 못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소급입법에 의해 국민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법인관리법>은 조계종에서 법인을 장악하고 관장하기 위해 만든 법으로, 종단의 이 같은 의도에 대해 반기를 드는 법인에 대해 불이익을 주도록 만든 법이기 때문에 제가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법인관리법>은 엄격히 말하면 ‘법’이 아닙니다. 그것은 1996년, 1999년에 이은 2002년의 합의를 깨뜨리는 빌미가 되는 ‘규약’에 불과합니다. 우리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스님께서는 저에게 오셔서 “내가 여기 오는 걸 이사장 스님한테 허락 받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사장 스님으로부터 확인하기로는 스님께서 우리 이사장 스님께 열 두 번이니 사전 약속 없이 불쑥 찾아가셔서 “지금부터 이사 스님들을 만나러 다니겠다.”고 하시니까 이사장 스님이 “내가 가라고 한다고 가고, 가지 말라고 한다고 안 가겠느냐? 가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내가 가지 말란다고 안 갈 거냐? 나한테 올 때 사전에 단 한 번이라도 약속을 한 적이 있느냐. 어차피 스님 마음대로 할 것 아니냐. 알아서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그 말씀은 “가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스님께서는 그 말을 마치 이사장 스님한테 허락을 받은 것처럼 말씀하셨습니다.

저의 처소를 떠나시면서 스님께서는 “이사장 스님을 15번 찾아갈 계획이었고 이사들을 5번씩 찾아갈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스님께서는 다수의 선학원 이사 스님들을 방문하셨습니다. 그 중에는 문전박대를 당하신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스님의 이성적이지 않은 행보는 문제 해결에 있어서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지난 6월 5일 이른 바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장 법등’ 스님 명의의 공문이 도착했습니다. 그 공문을 통해 스님께서는 “지난 5월 12일 이사장 스님과 대화를 요청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도 불교저널을 통해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 및 <종헌> 제9조3항을 폐지하지 않는 한 일체의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습니다. 결의문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결의문은 누가 보더라도 선학원이 종단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뒤를 이어 스님께서는 뜻밖에도 “이미 선학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조계종과 선학원이 하나라고 인정한다면, 공식적인 대화의 장에서 의견을 나눠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인 대화의 장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습니다.”라는 황당한 말씀하셨습니다. 내용을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사족(蛇足)을 덧붙인다면 이렇습니다.

공문의 내용대로라면 마치 조계종과 선학원이 하나라는 사실을 우리 선학원이 밝힌 것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선학원은 ‘조계종과 하나’라는 표현을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스님께서는 우리가 하지도 않은 말을 마치 한 것처럼 교묘하게 왜곡하여 내놓으셨습니다. 만약 우리가 조계종과 하나라고 ‘인정’까지 한다면 우리가 공식적인 대화의 장에 나가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제가 주고받은 공문과 성명서를 살펴보았습니다. ‘하나’라는 표현은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선학원 관련 시중(示衆)’을 통해 “대한불교조계종과 선학원은 그 뿌리가 하나”(2014년 7월 8일)라는 표현을 쓰신 적이 있고, 중앙종회 (재)선학원 종단 회수를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낸 입장문에서 “조계종과 선학원은 하나의 뿌리”(2015년 2월 12일)라고 하였으며, 추진위원장 법등 스님께서 “선학원을 설립한 스님들이 조계종단을 창립했다. 그래서 선학원과 조계종은 하나”(2014년 3월 11일)라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반면, 우리 선학원은 “선학원과 조계종이 비록 존재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한 뿌리라는 인식”(2014년 3월 26일), “정화불사를 통해 ‘대한불교조계종’을 탄생시킨 모태”(2014년 6월 30일), “민족불교의 성지이자 정화불교의 산실”(2014년 7월 30일), “선학원을 중심으로 정화운동을 전개하여 오늘날의 대한불교조계종을 탄생시켰다”(2014년 11월 3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하나’라고 하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뜻, 마음, 생각 따위가 한결같거나 일치한 상태”입니다. 이 해석을 우리의 현안 문제로 대입시켜 볼 경우 인사권, 재산권, 운영ㆍ관리권 등이 단일 체계 아래에 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선학원과 조계종은 하나가 아닌 별개의 조직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자체 규약인 종헌종법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재단법인 선학원은 <정관>과 관련 내규를 근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별개의 조직이기 때문에 2002년 합의에 따라 조계종은 2003년 3월 27일 <총무원법> 제24조에 선학원의 권리보장 조항을 신설하고 “재단법인 선학원의 인사권, 재산권, 운영·관리권 등 재단법인으로서의 고유권한을 일체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입니다. 조계종과 선학원이 ‘하나’라면, 처음부터 <총무원법>에 이 같은 내용을 넣지 않았을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우리 선학원의 공개적 대화 거부를 공격하기 위해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조계종과 선학원이 하나라고 인정”했다고 왜곡하신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미 4번의 공문과 다수의 입장문 혹은 성명서를 통해 이미 밝혔지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힙니다. <법인관리법>과 <종헌> 제9조 3항이 존재하는 한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선학원과 조계종의 역사를 이해하는 집행부가 들어선다면 대화에 응할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선학원이 조계종의 모태로서 그 뿌리가 같다고 하더라도 ‘하나’는 아닙니다. 그러므로 조계종이 선학원을 흡수하여 억지로 ‘하나’로 만들려는 시도에 동의할 수 없으며, 그런 의도가 있는 한 우리의 길을 무소의 뿔처럼 갈 것입니다. 아울러 조계종이 법인을 관리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입니다. 송담 큰스님의 탈종사태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 앞으로도 법인들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기 치사한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바로 지난 5월 16일에 있었던 연등회와 무차대회, 그리고 17일에 있었던 봉축문화행사 이야기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불교저널>은 이번 행사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조계종이 <불교저널>의 출입금지를 아직 풀지 않았고 (재)선학원의 이사장 스님에게 초청장조차 보내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님께서는 그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만약 스님께서 우리 이사장 스님께 초청장이 발송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계셨다면 스님은 우리 앞에서 쇼를 하신 것이고, 만약 그 사실을 모르셨다면 종단 내에서 ‘추진위원장’ 스님의 위상은 없는 것입니다. 1회용품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스님께서는 어느 쪽입니까?

-본지 편집인 · (재)선학원 교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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