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단식 중인 김영국 연경연구소장과 고공농성하는 최장훈 학생회장을 격려했다.

교무이사 한북 스님과 함께 2일 오후 1시 30분 동국대학교 만해광장 옆 농성장을 찾은 법진 스님은 동문으로서 그동안 찾아오지 못한 미안함을 전하며 격려했다.

법진 스님은 “동문이 학교를 바로세우기 위해 고생하는 데 선배로서 와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김영국 거사와 최장훈 학생의 단식과 고공농성에 대해 걱정했다. 법진 스님이 찾은 날은 김영국 거사 단식 14일째, 최장훈 학생회장 고공농성 43일째가 되던 날이다.

법진 스님은 “최장훈 동문이 참 고생이 많다. 절도의혹 이사장하고 표절의혹 총장이 물러나고 바로 설 때까지 고생해 달라. 선배들도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법진 스님은 “우리(법진·한북 스님 등)도 절도 의혹 이사장이 호계원장 할 때 멸빈 당했다. 멸빈 당하고도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진 스님은 “학교는 바로 세워야한다. 종단이 법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학교법인은 학교법인대로, 재단법인은 재단법인대로, 복지법인은 복지법인대로 운영되어야 한다. 종단이 모든 법인을 장악하고 소유하려는 ‘갑질’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영국 거사는 이에 대해 “옳으신 말이다. 학교는 학교로서 운영되어야 한다.”고 했다.

▲ 단식투쟁 13일째를 맞고 있는 김영국 동문을 방문한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가운데). 왼쪽은 교무이사 한북스님.
▲ 이날 격려 방문에 한만수 교수회장이 자리를 함께 하고 대화를 나눴다.

법진 스님은 “종단은 법인에 대한 시각이 근본적으로 비뚤어져 있다. 소유하고 장악하려다 보니 학교까지 그런 것이다.”며 “요즘 시대는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학교를 바로 세우는 일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고 했다.

법진 스님은 승가학과 74학번으로 동국대학교 동문이다. 현재 선학원 총무이사인 송운 스님은 석림동문회 회장을 지냈다.

법진 스님은 “동문차원에서 학교를 바로세우는 데 열심히 나서야 하는데, 방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김영국 거사는 “최장훈 동문이 크게 고생하고 있다. 6월 4일 큰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학생과 교수, 동문, 불교단체와 시민단체에서 참여할 예정이다. 교수들도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만수 회장은 “교수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면서 하루치 식비 남는 걸 모아 학생들에게 컵라면을 사주고 있다. 학교를 바로세우지 못하는 교수들이 미안함과 부끄러워 이렇게라도 하고 있는 것이다.”고 했다.

법진 스님은 “동국대 사태는 학교 109주년 역사 속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일이다.”고 우려했다.

한만수 회장은 “만해광장과 만해 시비가 있는 곳에서 단식과 고공농성을 하는 상황이 매우 부끄럽다.”고 했고, 김영국 거사는 “만해 스님의 정신 이어가고 있는 선학원이 종단 개혁의 큰 핵심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

법진 스님은 “무엇보다 동문과 학생, 교수 등 학교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학교 문제를 해결해 최장훈 동문이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오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김영국 동문의 단식에 많은 동문들이 힘을 모아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진 스님은 만해 스님의 시 ‘알 수 없어요’에 나오는 구절에 김영국 거사를 비유했다.

법진 스님은 “김 동문이 동문들의 뜻을 모으는 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만해 스님 시처럼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어 활활 타오를 것이다. 미력하나마 동문회 동기회 등에 적극 알려 협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만수 회장은 “날씨가 더워 김 동문과 최 동문의 건강이 걱정이다. 지난주 건강검진을 했다. 체력이 떨어져 혈압과 혈당이 낮아졌다. 자칫 현기증으로 넘어질 수 있어 걱정이다.”며 “이번 주에도 의사를 모셔 검진하려 한다. 우리 학교에 병원이 있고 의사와 학교 보건소 간호사도 있지만 외부에서 의사를 불러 왕진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법진 스님은 “학교가 학교구성원들의 건강과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연락해 달라. 언제든 달려오겠다.”고 했다.
법진 스님은 김영국 동문을 만난 뒤 전화를 통해 최장훈 학생도 격려했다.

▲ 조명탑에 올라가 고공농성 중인 최장훈 학생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건강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는 이사장 법진 스님.
▲ 최장훈 학생회장이 법진 스님을 내려다보며 통화에 응대하고 있다.

법진 스님은 “최장훈 동문. 고생이 너무 많아요. 같은 동문으로서 애쓰는 데 도와주지 못했다. 마음으로 깊게 격려하고 있다. 원하는 바가 이루어질 것이다.”며 건강을 염려했다.

최 학생회장은 “건강은 괜찮습니다.”고 하자, 법진 스님은 “그래도 높은 곳에서 현기증이 나면 큰 일 날 수도 있다. 조심하라.”고 했다.

법진 스님은 “김영국 동문과 자주 격려하고 후원하도록 하겠다. 또 보자.”고 했다.

이날 법진 스님의 방문이 만해 스님의 싯구처럼 타고 남은 재가 심지가 되고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 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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