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께서는 일흔 가까운 연세에도 불구하고 종단의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그 열정은 분명 후학들의 귀감이 될 것입니다. 다만 그 열정의 방향에 대해 다소 의문이 있기에 공개적으로 편지를 드립니다.


스님께서 저를 찾아오시겠다는 전화를 하셔서 제가 문자로 드린 답신은 “누추한 저의 처소에 방문하겠다 하시니 더 없는 영광이지만 공식적인 체널이 아닌 개인적인 만남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됩니다.”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께서는 5월 17일 오후에 예고도 없이 방문하셔서 저를 당황하게 하셨습니다. 그런 저돌적인 행보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우리 입장에서 봤을 땐 그냥 헛수고일 뿐입니다.

스님께서 저의 처소에서 하신 말씀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선학원과 조계종의 관계 문제였고, 또 다른 하나는 조계종 내부 문제에 관한 말씀이었습니다. 종단 문제와 관련하여 스님께서는 금권선거를 막는 방법으로 직선제와 결선 추첨제 같은 걸 말씀하셨지만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저는 완전 직선제를 주장한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선학원과 조계종의 관계에 있어서는 제가 먼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스님의 현재 공식 직함은 대한불교조계종의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입니다. 따옴표로 표시한 것은 그쪽의 주장일 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라는, 이 말을 풀어보면 대한불교조계종이 선학원을 정상화시키기를 위해서 추진하는 위원회라는 의미입니다. 선학원이 비정상이므로 정상으로 만들겠다는 뜻이죠. 여기서 하나 묻습니다. 선학원의 어느 부분이 비정상입니까? 사회통념과 법리에도 맞지 않는, 법적 지위가 임의단체에 불과한 조계종이 <민법>에 의해 그 지위가 보장된 재단법인을 대상으로 ‘법인관리법’이라는 황당한 이름의 규약을 만들어 법인을 관장하고 통제하려고 드는 것이 이번 일의 본질입니다. 과연 어디가 비정상입니까? 조계종입니까, 선학원입니까!

또 제가 몇 차례나 언급했습니다만,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범계 의혹이 각종 언론을 장식했잖습니까? 이번 초파일 직전에는 <시사IN>이 봉축특집호(?)를 내놨습디다. 내용이 궁금하시면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 인물이 총무원장으로 있는 대한불교조계종이 비정상입니까? 아니면 그저 묵묵히 수행하고 포교하는 스님들로 구성된 우리 선학원이 비정상입니까?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지, 누가 누구에게 정상화 운운하는 겁니까? 그리고 대화를 하자면서 상대방을 ‘비정상’이라고 지칭하면서 대화를 하자고 하면 누가 대화에 응하겠습니까?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선학원 정상화 추진위' 명칭도 문제

또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종헌종법에 의해 탄생된 기구라고 설명하셨는데 이른 바 ‘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의 설치 근거가 되는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특별법’이라는 게 원래 ‘선학원 주권환수를 위한 특별법’이었습니다. 주권환수 운운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종회 내부의 문제 제기 때문에 바꾼 것이겠지요.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주도한 세력이 종회 내에 ‘(재)선학원 종단 회수를 위한 특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존속하고 있습니다. 회수라니요! 선학원을 종단에서 회수하겠다니 이게 무슨 말입니까? 선학원이 조계종의 모태라는 사실은 상식을 어느 정도 갖춘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일인데, 조계종이 모태인 선학원을 회수한다니 이런 배은망덕(背恩忘德)한 일이 어디에 있습니까? 지면이 좁습니다. 다음에 또 말씀드리지요.

-본지 편집인 · (재)선학원 교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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