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불과 몇 개월 되지 않은 기간 내에 전직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두 분의 국민장과 국장을 치렀다. 국민적 관심이 지대했던 이 두 차례의 장례의식은 여법하게 치러졌지만, 국민들 각 개인이 느끼는 감성은 제각각 다를 것이다. 이는 자신의 나이나 집단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두 국민장과 국장을 치루는 동안 보수와 진보진영 논객들의 서슬 시퍼런 주장들과 정당간의 치열한 공방을 많이 지켜보았다. 거기에다가 인터넷상에서 따라붙는 댓글의 수준과 내용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한 보수진영의 노교수는 노무현 전대통령 생전의 검찰 조사와 관련, “국민에게 사과하는 의미로 자살하라”고 퍼붓고, 또 김대중 전대통령의 대북정책 비판과정에서도 “뒷산에 올라가 투신자살해야 한다”는 등으로 ‘막말’시비마저 일었다. 유명한 논객조차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주장만 내뱉는 일이 하나의 풍토가 되어 우리사회의 유행이 될까 무섭다.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져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 누가 보지 않는다고 하여, 절제되지 않는 막된 표현으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은 큰 구업(口業)을 짓는 것이다. 더구나 타인의 주검을 주제로 한 질 낮은 댓글은 더더욱 해서는 안 될 일들이다.

보살은 사섭법(布施, 愛語, 利行, 同事)을 닦아야 한다. 그 중에서 두 번째가 애어섭(愛語攝)이다. 즉 온화하고 사랑스런 말로써 다른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남이 곤란에 처했을 때는 온화하고 사랑스런 말로써 반드시 위로해야 한다. 둘째, 사람은 모두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설사 나쁜 사람이라 하더라도 좋은 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항상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칭찬해야 한다. 셋째, 격려하는 말로써 잘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우어 주어야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가 세계최고의 IT강국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IT강국은 막된 표현으로 자신과 남을 해치며 어지럽게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절제되고 성숙한 표현문화가 자리매김 할 때 가능한 것이다.

법진 스님 | 발행인·(재)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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