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어린이가 쓴 동시가
 책으로 나와 화제
 '잔혹 동시'로 명명된 작품
 충격적 표현 많아,
 아이들에게 글쓰기 교육
 매우 중요하단 사실 인식해야


최근 한 어린이가 쓴 동시가 책으로 출판되면서 세상이 시끄럽다.


일부 언론에서 재빨리 ‘잔혹동시’로 명명한 그 작품에는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등 동시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과 끔찍한 삽화가 그려져 있어 충격을 주었다. 이런 표현이 문제가 된 것은 그 증오의 대상이 ‘엄마’란 사실 때문이다. 학원에 가라고 재촉하는 엄마에게 동시 속의 화자는 마음속으로 그런 잔인하고 끔찍한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문학적 용어로 ‘카니발리즘(cannibalism, 食人習俗)이라 하는 이런 표현은 우리나라 신소설에 자주 등장한 적이 있다. 어떤 이는 이 동시에서 문학성을 찾기도 하는데, 실제로 이 동시는 “…먹어”란 구절이 반복되어 일정한 운(韻, rhyme)을 따르고 있다. 또 이 시는 학원에 가기 싫은 아이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일 뿐 확대해석할 게 아니며, 그것 말고는 좋은 작품이 많다고 옹호하는 이도 적지 않다.

요즘 어린아이들은 솔직하고 당당하게 제 생각을 표현한다. 그들의 태도는 우리들의 어렸을 적 모습과 전혀 달라 놀랍기까지 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솔직하고 당당하라고 가르친 게 바로 어른들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 스스로 건방지고 되바라지게 성장한 게 아니라, 그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그런 태도를 요구한 어른의 바람대로 큰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기를 주장하라고 가르쳤지만, 정작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가 어떤 것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제 감정이나 기분을 순간적으로 폭발시키는 것도 솔직, 당당한 태도로 오해하게 되었다.

서울 등 대도시에 사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방과후 학원에 가는데, 그것을 즐기는 아이는 거의 없을 터이다. 아이들은 엄마 명령대로 학원에 가기는 하지만 속으로는 동시와 같은, 어쩌면 그보다 더 위험하고 끔찍한 상상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제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며, 그런 날것의 표현을 ‘문학’이라 하지 않는다.

잘 알다시피 문학은 허구의 세계를 다룬다. 그것은 문학이 ‘거짓’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사실(事實)과 다른 진실(眞實)을 다룬다는 뜻이다. 문학이 역사나 실록과 다른 것은 현실 체험을 있는 그대로 기술(記述)하지 않고 상상으로 재구성한 점에서 찾아진다. 따라서 자기 체험이나 생각을 생생하게 날것 그대로 표현하는 것을 문학에서는 선호하지 않는다.

문학에서는 날것의 표현을 다듬고 정돈해 가급적 아름답고 세련된 표현으로 바꿀 것을 권장한다. 문학을 하는 이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언어 감각을 증진시키고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하지만 문제가 된 글에서 ‘동시(童詩)’ 특유의 순수함과 천진함을 발견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린이에게도 야수적 폭력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야만성을 절제하지 않고 마구 드러내는 아이의 언행을 수긍하거나 칭찬하는 게 어른의 도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이 어린이의 글이 공간되었을 때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일부 어른들의 무책임과 장삿속, 그리고 ‘잔혹동시’란 그럴 듯한 낙인을 찍은 언론의 경박함이 이 아이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는 올바른 글쓰기를 가르칠 교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대학에서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까닭이다.

상황이 그렇더라도 아이들에게 올바른 글쓰기를 가르쳐야 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많이 읽고 분석, 비판해야 하므로 저절로 학습능력이 키워진다. 좋은 글을 읽고 쓰다보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거나 사소한 말꼬리를 잡고 시비 거는 일이 얼마나 하찮고 부끄러운지 알게 될 것이다.

-동국대 문창과 교수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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