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학원정상화를위한 추진위원장 법등 스님(가운데)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은 상임위원장 지현 스님, 오른쪽은 추진위원 현진 스님.

△선학원을 특별교구로 지정 △중앙종회의원 2석 배정 △원로의원 1석 배정 △선거권과 피선거권 부여 △이사장 법진 스님을 비롯한 멸빈자 4인 특별재심 통한 승적 원상회복 △정관 변경시 법인관리법이 정한 총무원장 승인과 현황보고 의무 삭제

선학원 정상화추진위원장 법등 스님이 이러한 6개 조항을 선학원에 제안하며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이하 법인관리법)에 의한 종단 등록을 요구했다.

법등 스님은 11일 오후 5시 총무원 2층 분과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통 큰 제안’이라며 두 가지 조건부를 함께 제시했다. 두 가지 조건은 선학원은 ‘대한불교조계종 재단법인 선학원’으로 명칭을 병기 등록할 것과 조계종의 종지종통을 봉대한다는 내용을 다시 정관에 삽입하라는 것이다. 또 선학원 이사 1/4을 총무원장이 복수 추천하도록 한 법인관리법 규정을 받아들이라는 주문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선학원정상화추진위상임위원장 지현 스님(총무원 총무부장)과 추진위원 현진 스님이 배석했다.

법등 스님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지난 달 28일 총무원장 자승 스님, 종회의장 성문 스님, 호계원장 자광 스님, 총무부장 지현 스님이 자리를 함께 해 협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등 스님은 “이러한 통 큰 제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합의가 되지 않으면 (협박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방법 중의 하나로 선학원에 중앙선원을 개설하겠다고도 했다.

법등 스님은 법인법을 전제로 한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선학원 이사회 결의와 관련 <법인관리법>을 폐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다만 선학원이 ‘통 큰 제안’을 받아들여 종단과 한 몸이라는 사실에 기초해 수행과 포교를 함께 해 나가자고 피력했다.

그러나 선학원이 법등 스님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우선 법등 스님이 추진위원장으로서 보여주고 있는 열의와 진정성은 인정되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성과 방식에는 여러 한계를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합의안 파기와 번복을 또 다시 부르는 허수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이날 법등 스님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법인관리법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6개항을 제안했다. <법인관리법>으로 파생된 이사장과 이사진의 멸빈 징계, 종단 · 수덕사와 그간 벌여 온 날선 대립과 갈등에 대한 상처 등에 대해선 책임 있는 지도부의 유감 표명 등 아무런 언급이 전제되지도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안된 내용의 수용 여부는 선학원에 달려 있고 이에 따른 책임과 추궁도 선학원이 져야 할 것이라는 태도다.

선학원은 1996년 1999년 2002년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종단이 파기해 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한 파기가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장치되지 않는 한 이후에도 또 얼마든지 파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종헌 제9조 3항이 존치되는 한 어렵게 이뤄낸 합의안이더라도 언제든지 번복될 소지가 많다.

더욱이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종단과 재단의 합의안은 중앙종회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발생된다. 법등 스님이 비록 총무원장과 종회의장의 협의를 구했다고 하지만 종회 통과가 보장된 상황은 아니다. 과거 1999년 양측이 어렵게 수차례의 만남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해냈지만 중앙종회가 동의를 거부함으로써 무산된 전례가 있다.

▲ 조계종 총무원 출입기자들이 법등 스님의 대선학원 제안을 취재하고 있다.

법등 스님이 제안한 6개항 또한 명분용이지 실리용이 아니다. 종회의원 2석을 얻는 대신 총무원장이 추천하는 이사 1/4 수용은 선학원이 언제든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험이 높다. 원로의원 1석과 선거권 피선거권의 참정권 회복도 큰 동기를 부여할 성질이 아니라는 점에서 선학원의 반응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선학원은 그간 이사회 결의에 따라 <법인법>을 전제로 한 대화가 불가하다는 점, 선학원 역사와 정화이념을 이해하는 집행부가 나온다면 대화하겠다는 대원칙을 상당 기간 지속해나갈 전망이다. 이번 법등 스님 제안은 선학원의 이러한 원칙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는 게 구성원들의 중론이다.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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