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그르족의 음차문화(향차와 함께 먹는 낭)

3) 위구르족(維吾爾族)의 향차(香茶)

신강(新疆)의 천산(天山) 이남에 거주하는 위구르족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며 밀가루를 주식(主食)으로 하고 있다. 가장 즐겨 먹는 주식은 소맥분으로 구워낸 ‘낭(饢)’1이라는 빵이다. ‘낭’은 색깔이 누렇고, 향기로우며, 바삭바삭하여 부스러지기 쉬운 원형의 빵이다. 위구르족들은 ‘낭’을 식사할 때 반드시 ‘향차(香茶)’와 함께 곁들여 먹기를 좋아하는데, 이는 소맥분으로 구워낸 ‘낭’이 건조하여 먹을 때 목이 메이기 때문이다. 또 그들은 ‘향차’가 위를 튼튼하게 해 줄뿐만 아니라 정신도 맑게 해주는 영양 가치가 매우 높은 음료로 여기기 때문에 식사 시간 외 평소에도 ‘향차’ 마시기를 좋아한다.

남부 신강의 위구르족이 ‘향차’를 다릴 때 주로 사용하는 차호는 동(銅)으로 제작한 목이 긴 차호이다. 일명 ‘장경차호(長頸茶壺)’라고 한다. 그 밖에도 도기·법랑·알루미늄 재질의 차호도 함께 사용한다. 차를 마실 때는 작은 차완을 사용한다. 이는 북부 위구르족이 ‘우유차〔奶茶〕’를 끓일 때 사용하는 다기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통상 ‘향차’를 만들 때, 먼저 전차(磚茶)2를 작은 덩어리로 부순다. 그리고 장경차호 속에 물을 7~8부 정도 채운 뒤 열을 가한다. 물이 막 끓기 시작할 때 미리 부셔놓은 전차 덩어리를 한 움큼 쥐어 차호 속에 넣는다. 그리고 다시 약 5분 정도를 끓인 뒤, 미리 미세하게 갈아둔 생강, 계피, 후추, 당아욱 등의 향료를 적당량 끓는 찻물 속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다시 가볍게 3~5분 정도 골고루 휘저으면 ‘향차’가 완성된다.

차를 작은 차완에 따를 때에는 차와 향신료 찌꺼기가 섞여 들어가지 않도록 거름망을 사용한다. 그런데 ‘장경차호’에는 대부분 거름망이 세트로 하나씩 있어 차탕에 찌꺼기를 거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남부 위구르 지역의 시골에서는 대부분 하루 세 번씩 ‘향차’를 마시는 습속이 있는데, 통상 아침, 점심, 저녁 식사 때 마신다. 이들은 한 손엔 ‘낭’을 들고 먹고, 한 손엔 차를 들고 마시는데, 이들에게 있어 차는 해갈(解渴)을 위한 음료라기보다, 텁텁한 ‘낭’을 편하게 먹기 위한 일종의 좌식(佐食)의 개념인 ‘탕료(湯料)’ 즉, 우리나라에서 식사 때 먹는 국정도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실지로 이들에게 차는 국물이나 반찬을 대신하는 정도로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4) 회족(回族)의 괄완자차(刮碗子茶)

회족은 중국의 서북쪽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데, 주로 영하(寧夏)·청해(靑海)·감숙(甘肅) 3개 성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회족이 거주하는 지역은 고원사막이 많아 기후가 건조하고 한랭 지대이다. 열악한 환경조건으로 인해 채소와 야채가 부족하고 주로 소나 양고기 또는 치즈나 버터 등을 주식으로 삼고 있다.

찻잎 속에 함유된 다량의 비타민과 여러 가지 페놀(phenol)성분들은 채소 부족에서 오는 영양결핍을 보충해 줄 뿐만 아니라 육류의 기름기를 제거하고 소화를 이롭게 해주기 때문에, 티베트족들과 마찬가지로 회족에게 있어서도 차는 오래전부터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었다.

회족의 음차방식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괄완자차’이다. ‘괄완자차’에서 사용되는 다기는 세 종류이다. 중국에서는 속칭 ‘삼건투(三件套)’라고 한다. 세 가지도구가 한 질(세트)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삼건투는 차사발인 ‘다완(茶碗)’과 사발 뚜껑인 ‘완개(碗蓋)’, 그리고 차사발의 받침인 ‘완탁(碗托, 혹은 다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완에는 차를 담고, 완개는 향을 보호하며, 완탁은 뜨거운 차완에 손이 데이는 것을 방지해준다.

차를 마실 때는 한 손으로 완탁을 잡아들고, 또 한손으로는 덮개를 잡는다. 그 다음에 덮개를 차완의 입구 안에서 바깥으로 몇 차례 긁어낸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면, 청나라 배경의 중국영화 속에서 중국인들이 차를 마시는 광경들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이러한 장면은 회족뿐만 아니라 중국인들도 개완차(蓋碗茶)를 마실 때 늘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첫째, 차탕 표면에 떠있는 거품을 제거하기 위함이고, 둘째, 차 맛과 첨가물의 맛이 잘 섞이게 하기 위함이다. ‘괄(刮, guā)’은 중국어로 ‘(칼날로) 깎다’. ‘밀다’. 또는 ‘긁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차사발의 뚜껑을 이용해서 다완을 깎는다’ 또는, ‘긁는다’는 뜻이다. ‘괄완자차’의 명칭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괄완자차’를 마실 때는 보통 덖음 녹차〔炒靑綠茶〕를 많이 사용하며, 차를 우릴 때에는 다완 속에 차 외에 얼음사탕과 말린 사과, 건포도, 곶감, 호두, 건대추, 계원(桂圓 : 龍眼), 구기자 등 여러 종의 건과를 함께 넣는다. 어떤 이는 여기에 국화꽃이나 깨를 첨가하기도 한다. ‘괄완자차’에는 통상 기본적으로 8가지의 몸에 이로운 첨가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이름 미칭(美稱)하여 ‘팔보차(八寶茶)’라고도 한다.

‘괄완자차’는 다른 차에 비해 첨가된 식품의 종류가 비교적 많기 때문에 각 재료들이 차탕 속에서 침출되는 속도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계속 물을 부어 마실 때 마다 그 맛 또한 매번 같지가 않다. 일반적으로 ‘괄완자차’는 끓는 물을 붓자마자 곧 덮개를 덮고, 약 5분 후에 마시기 시작한다. 첫잔은 거의 차 맛 위주인데, 맑은 차향과 순후한 차 맛을 맛볼 수 있다. 다시 끓는 물을 부은 두 번째 잔은 설탕이 녹으면서 진한 단맛과 차향이 어우러짐을 맛보게 된다. 세 번째 잔부터는 차 맛은 엷어지기 시작하고, 첨가된 각종 건과(乾果)의 맛이 서로 함께 뒤엉켜 은근히 우러나오게 된다. ‘괄완자차’ 한 잔은 대략 5~6차례 우려 마실 수가 있다.

회족 사람들은 ‘괄완자차’를 마시면 마실수록 차차 맛이 좋아질 뿐 아니라, 점점 다른 맛을 맛볼 수 있다는데 묘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름기를 제거하고 생진(生津)을 촉진하며, 첨가된 각종의 건과들은 몸을 보하고 신체를 강건하게 해 준다고 여기어 ‘괄완자차’를 가리켜 ‘감미로운 양생차’라고 말하고 있다.

5) 몽고족의 함내차(咸奶茶) 3

몽고족은 주로 내몽고자치주 및 그 경계에 인접하고 있는 성(省)이나 지역에 흩어져 분포하고 있다. 함내차를 마시는 것은 몽고족의 전통적인 음차습속이다. 그들은 하루에 한 끼 식사를 하더라도 차는 반드시 하루에 세 번 마시는 습관이 있다. 주부들이 매일 이른 아침에 일어나 맨 먼저 하는 일은 바로 전 가족이 하루 온종일 마실 수 있는 ‘함내차’를 한 솥 끓이는 일이다. 몽고족은 뜨거운 차 마시기를 좋아하여 아침에 일어나면 맨 먼저 차를 마시며 소기름으로 볶은 기장을 먹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준비한다. 마시다 남은 차는 약한 불 위에 올려놓고 언제든지 수시로 마실 수 있도록 한다. 통상 온 가족이 정식으로 식사하는 것은 저녁에 방목을 마치고 귀가한 후 한 차례뿐이지만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세 끼 ‘함내차’를 마시는 것은 결코 거를 수 없는 일이다.

몽고족이 마시는 ‘함내차’는 주로 ‘청전차(靑磚茶)’나 ‘흑전차(黑磚茶)’4를 주재료로 사용하며, 차를 끓이는 기구는 쇠솥을 사용한다. ‘함내차’를 만드는 방법은 먼저 전차를 잘게 부순다. 그리고 깨끗하게 씻은 쇠솥을 불 위에 올려놓고 2~3kg의 물을 채운다. 물이 막 끓기 시작하면 미리 잘게 부숴 둔 전차 25g 정도를 넣는다. 물이 다시 끓기 시작하면 5분후에 물 양의 5분의 1 가량 우유를 타 넣는다. 약간 휘젓다가 다시 적당량의 소금을 첨가한다. 잠시 후 솥 속의 ‘함내차’가 다시 보글보글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차가 완성된 것이므로 즉시 차완에 따라서 마시면 된다.

실지로 ‘함내차’를 끓이는 데는 매우 까다롭고 치밀한 기술이 요구된다. 차탕 맛의 우열, 영양성분의 정도와 차를 사용하고 물을 넣고 우유를 타는 것, 그리고 선후 순서에 맞춰 첨가물을 넣은 등, 이 모든 것이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차를 늦게 넣는다든가 아니면 차를 넣고 우유를 타는 순서가 뒤바뀐다든가 하면 차 맛을 제대로 낼 수 없으며, 차를 다리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면 또한 차의 향과 맛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몽고족들은 “오직 그릇과 차와 우유, 소금과 온기 등 다섯 가지 요소만 잘 조화를 이룬다면 향긋하고 맛있는 ‘함내차’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까닭에 몽고족 부녀들은 모두 ‘함내차’를 끓이는 솜씨를 익히고 있다. 대부분의 처녀들은 철이 들면서부터 모두 어머니로부터 세심하게 차 끓이는 기술을 전수받는다. 처녀는 시집갈 때 신혼의 덕담을 주고받는 친지와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차를 끓여내 솜씨를 발휘해야 한다. 만약 제대로 끓여내지 못하면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단정하고 치욕으로 여기게 한다.

6) 동족侗族)과 요족(瑶族)의 ‘타유차(打油茶)’

운남·귀주·호남·광서성 등의 인접지역에 살고 있는 동족과 요족 등 소수민족들은 예로부터 대대로 손님이 찾아오는 것을 좋아한다. 비록 서로 간에 풍습은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유차(油茶)를 즐겨 마시고 있다. 그래서 명절이나 집안에 경사가 있을 때나 혹은 친지나 친구 등 귀한 손님이 방문할 때면 그들은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지극정성으로 준비한 차를 손님에게 대접한다.

현지에선 유차를 만드는 것을 일러 ‘타유차’라고 한다. 타유차는 일반적으로 네 단계의 순서를 거쳐서 만든다. 첫째는 차를 선택하는 단계이며, 통상적으로 두 가지 차 중에서 선택한다. 하나는 전문적으로 볶아낸 말차이고, 또 하나는 방금 차나무에서 따온 어리고 연한 차싹의 새순이다. 차는 사람들 각자의 입맛에 따라 선택하여 결정한다.

그 다음은 첨가할 재료를 선택한다. 타유차는 통상적으로 미리 준비해 둔 땅콩알맹이, 강냉이(팝콘), 노란콩, 깨, 찹쌀보리경단, 삶아서 말린 죽순 등을 첨가한다.

세 번째는 차를 끓이는 단계이다. 먼저 불을 지피고 그 위에 솥을 올려놓고 솥바닥이 달궈지면 솥에 식용유를 적당하게 넣는다. 기름 표면에서 파란연기가 오르기 시작하면 즉시 적당량의 찻잎을 놓고 뒤척이며 볶는다. 찻잎에서 맑은 향기가 나기시작하면 약간의 깨와 소금을 넣고 다시 수차례 뒤척이며 볶은 뒤, 솥에 물을 붓고 뚜껑을 덮은 뒤 3~5분 정도 끓이면 ‘타유차’가 완성된다. 완성된 유차는 솥에서 잘 휘저어가며 국자로 떠서 차완에 옮겨 담아 차를 대접하거나 마신다. 이렇게 해서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만들어 마시는 향긋하고 상큼하며 신선한 ‘유차’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만약에 경축절이나 연회 때 사용할 ‘유차’라면 계속해서 네 번째 단계를 진행한다. 네 번째 단계는 '배차(配茶)'이다. 배차는 바로 차와 잘 어울리게 첨가해 넣는 음식재료들을 뜻한다. 준비해 둔 여러 가지 식재료들을 꺼내 차완 속에 넣어 차를 따를 준비해둔 뒤, 기름에 볶고 끓인 차탕 속의 차 찌꺼기를 건져낸다. 그리고 차탕(茶湯)을 식기 전에 곧바로 여러 가지 첨가물이 담긴 차완에 따르고 손님께 접대할 준비를 한다.

이상의 네 단계를 거쳐 유차를 완성하면 손님께 차를 대접하는 ‘봉차(奉茶)’를 행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주부들이 유차를 다 만들어 갈 무렵, 집주인이 초대한 손님들을 탁자에 둘러앉도록 청한다. 유차는 그 안에 첨가되는 내용물이 많아서 젓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신다기’ 보다는 ‘먹는다’는 말이 더 적합하다. 그래서 그들은 “유차를 먹는다〔吃油茶〕”라고 표현한다. 유차를 먹을 때 손님은 주인의 열정과 정성 어린 접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차탕을 마실 때 ‘쩝! 쩝!’ 소리까지 내며 첨가물을 씹어 먹는다. 이것은 유차의 맛을 칭찬할 뿐만 아니라 주인의 ‘유차’ 끓이는 솜씨가 비범하다고 칭송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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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낭(饢, náng) : 위구르족과 카자흐족들이 주식으로 먹는 음식으로 소맥분을 반죽하여 구운 빵의 일종.

2) 전차(磚茶): 압축시켜 돌처럼 굳혀 만든 긴압차(緊壓茶)의 일종이며, 벽돌 형태로 만들었다하여 ‘벽돌 전(磚)’자를 써서 ‘전차’라 부른다.

3) 함내차(咸奶茶)는 중국어로 ‘시옌나이차(xian-nai-cha)’로 발음하며, 함(咸, xian)이란 짠맛이란 뜻이고, 내(奶, nai)는 우유를 뜻한다. 즉, ‘짠맛 나는 우유차’란 뜻이다.

4) 청전차(靑磚茶)는 녹차를 쪄서 곧바로 압착시켜 만든 긴압차로 발효가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의 전차 를 뜻하며, 흑전차(黑磚茶)는 보이차의 숙병과 같이 악퇴(渥堆) 과정을 통해 발효된 차를 압착시켜 만든 긴압차이다. ‘악퇴’는 보이차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과정의 하나로, 찻잎에 물을 뿌리거나 혹은 물에 적시어 쌓아 두는 과정을 뜻한다.

박영환 | 중국 사천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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