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연세대 문과대학 외솔관 건물에서 ‘한국선학회 2015년 춘계학술세미나’가 열렸다. 필자는 그 학회의 회장직을 금년 1월 1일부터 2년을 임기로 수행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세 세션으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다. 선학(禪學)과 관련하여 첫째는 사상과 역사 부분이고, 둘째는 명상과 사회 부분이고, 셋째는 문학과 예술 부분이었다. 각 세션별로 발표자 5명과 토론자 5명 총 30명, 거기에다 인환스님(선학회 고문, 동국대 선학과 명예교수)의 기조발제, 또 사회자 3명을 모두 합치면 선 관계 전문학자 33명이 참여했다. 참석자도 약 160여명에 달하는 규모가 제법 큰 세미나였다. 

 이번 학술세미나를 통해
 학회의 폐쇄성 극복하고
 '공개 필요' 교훈 얻어


이번 세미나를 보면서 필자는 이러 점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미나 이후 그 소감을 공론화 하여 학회에 가 향후 가야할 방향에 대해 독자들과 공감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선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의 용어 소통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위에서도 열거했듯이 이번 세미나에는 문학 연구자, 역사 연구자, 명상 연구자, 철학 연구자, 예술 연구자 등이 대거 등장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자신의 분야’에서는 그런대로 통용이 되는데, ‘자신의 분야를 넘어서서’는 상대적으로 소통이 안 되고 있었다. 그 결과, 서로가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점에 대해 서로가 사용하는 용어의 공감대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감했다. 향후 선학회가 솔선해서 이 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둘째는 동일한 주제 내지는 영역을 대상으로 전공을 달리하는 연구자들이 학술적 토론을 할 때에 서로가 갖추어야 할 연구자의 예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겠고 또 상대의 의견을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문학을 전공하시는 어떤 대학의 교수께서 발표를 했는데, 청중에 앉아있던 어떤 나이 많은 교수가 “이 논문은 학부생 리포트 수준만도 못하다”는 발언을 했다.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다. 전공의 경계를 넘어서서 발표할 때에는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셋째는 발표 시간에 대한 문제인데, 일부이기는 하지만 발표자와 토론자 중에 정해진 시간을 엄수하지 않는 사례가 생겼다. 결국 세션별로 청중들이 이동하는 데에 장애가 생겨 예정시간 보다 약 1시간 세미나가 길어졌다.

주어진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해서 그랬다고 이유를 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최 측에서 이번 세미나는 200자 원고지 40매 내외로 청탁을 했다. 그리고 청탁할 당시부터 발표자께, 주장을 분명하게 하고, 그런 주장을 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그리고 이런 주장이 학문 연구에 있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경계를 넘어서서 학문적 소통을 하고, 또 연구자의 인적 교류를 하자는 발상에서였다.

넷째는 선불교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도 절실하게 체험했다. 인환스님의 기조발표는 110호실에 모두 모여서 진행했는데, 나중에 온 청중은 자리가 없어 들어가지 못했다. 세 세션을 나누어 진행하면서 공간문제가 해결되었다. 참여한 연 인원은 160명을 웃돌았다. 마지막 종합토론은 처음 모인 장소로 다시 모였는데, 이때에도 약 80여명이 남으셨다. 선학도 인문학의 중요한 한 분야인데, 세상 사람들은 인문학에 대해 목말라 하고 있다. 이런 세상의 수요를 불교학 관계 연구자들은 주목하고 부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섯째는 학회운영에 대한 방법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는 학회장으로서 필요한 경비 조달에만 주력했다. 이번 세미나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나아가 운영 및 역할 분담 등 일체를 두 분의 부회장님과 네 분의 실무이사님들께서 상의하고 협력했다. 각자 명실상부하게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내셨다. 학회의 운영은 폐쇄성을 극복하고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

이상의 경험을 살려서 다음의 가을 세미나에서는 좀 더 알차고 내실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연세대 철학과 교수 ·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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