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겠단 생각 없는데 우리를 밀쳐내"

선학원에서 구족계 수계산림을 봉행하여 18명의 비구와 비구니가 탄생했다. 제1회라고 했지만 선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한 수계식으로는 첫 번째가 아니다. 2000년에 수계식을 한 적이 있었는데도 제1회라고 한
것은 지금이 이전의 상황과 비슷하긴 해도 연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계식을 자체적으로 진행한 데 대해 한 도반은 “웬만하면 잘 타협해서 종단과 잘 지내지 수계식까지 따로 할 게 무엇인가? 이젠 완전히 독립하겠다는 거냐?”며 불만 섞인 전화를 했다. 다른 도반은 “썩어빠진 조계종을 버리고 이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가 조계종 절에 살고 있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많은 스님들이 종단에 환멸을 느끼고 떠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찬반이 엇갈린다.
우리로서는 조계종처럼 일손이 많은 것도 아니고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이번 일을 치른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등짝을 떠미는 조계종에 수계를 구걸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등짝을 떠민다는 게 무슨 말인가 하면 조계종의 종헌종법이 우리를 밀쳐내고 있다는 말이다.

이번 수계식만 하더라도 종단이 우리가 자체적으로 수계식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다. 조계종의 <승려법> 제19조에 의하면 “비구, 비구니가 될 수 없는 결격사유는 제8조 제1호 내지 제8호를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하였고, 제8조를 보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사미, 사미니계를 받을 수 없다.”고 하고서 “종헌 제9조 제3항의 라에 해당하는 도제”를 꼽고 있다. 그것도 “파렴치범의 전과자” 등과 함께.

<종헌> 제9조 제3항은 “본종의 승려가 사설사암을 창건하였을 때는 반드시 종단에 그 사암(재산)을 등록하여야 하며 법인을 설립했을 때는 그 정관에 당해 법인이 본종 관장하에 있음을 명기하여야 한다. 본종 승려로서 종단에 등록하지 않은 사설사암의 재산상의 권리인과 정관상 본종의 관장하임을 명시하지 않은 법인의 임직원 및 법인 산하 사암의 재산상의 권리인은 다음과 같이 그 권한을 제한한다.”라는 것이고 ‘라’는 “해당 승려의 도제는 본종의 교육기관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분원장이나 창건주의 도제를 조계종에서 수계할 수 있게 하려면 “정관상 본종의 관장하임을 명시”하라는 것이고 <법인관리법>을 수용하여 등록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재단법인 선학원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존속시키려면 재단을 종단에 등록해서는 안 되고, 종단에 등록하지 않으면 미등록 법인이 되어서 갖가지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조계종의 이른 바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 소속의 한 스님이 내게 전화하여 말했다. “선학원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탈종이나 분종을 해서 종단을 만들 생각인가?” 내가 대답했다. “우리 재단의 입장에서는 종단을 떠나겠다거나 따로 종단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종단이 우리를 밀쳐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출당(黜黨)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당원 명부에서 제명하고 당원의 자격을 빼앗음”이다. 출교(黜敎)라는 말도 있다. “신자의 자격을 박탈하여 교인을 교적(敎籍)에서 내쫓는 일”이다. 조계종은 <법인관리법>이라는 황당한 법을 만들어 법과 상식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등록을 강요한다. 우리는 100년 역사의 선학원을 지키기 위해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제적원을 제출했고 조계종은 우리 임원 4명을 멸빈 시켰다. 우리는 출종(黜宗)을 당한 것이다.

그러고도 우리에게 탈종(脫宗)이나 분종(分宗)을 할 것인지를 묻는다. 웃긴다.

-본지 편집인 · 재단법인 선학원 교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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