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족계 수계산림 지원자들이 일제히 삼배를 올리며 수계자 서원을 하고 있다.

재단법인 선학원 제1회 구족계 수계산림 고불식이 27일 오후 2시 30분 교육도량인 부산 금정사 금강계단에서 엄수됐다.

이번 금정사 금강계단 구족계 수계산림은 교육이사 철오 스님을 전계사로 한 3사7증이 구성돼 1박2일간 새로이 배출될 비구 15명, 비구니 3명 등 총 18명의 수계자를 지도한다.

선학원 법진 스님은 고불식에서 ‘계기완고(戒器完固) 정수징청(定水澄淸) 혜월방현(慧月方現)’이란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에 나오는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법어를 시작했다. 법진 스님은 “무릇 계의 그릇이 완전하고 견고해야 선정의 맑은 물이 담기고  지혜의 달이 바야흐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선가귀감》의 말을 인용해 “음란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모래를 찧어서 밥을 하는 것과 같다. 살생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제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다. 도둑질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새는 그릇에 물이 차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거짓말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똥으로 향을 만들려고 하는 것과 같다.”면서 “이런 것들은 비록 많은 지혜가 있다 해도 다 악마의 길을 이룰 뿐이다.”고 말했다.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자 법진 스님이 수계산림 고불식에서 법어를 하고 있다.
▲ 비구니 인례사 영은 스님이 고불식에서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스님은 초기경전 《숫타니파타》의 “행위가 사람의 귀천을 결정한다.”는 말씀과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다니며 진리를 구하다가 마지막에 실천을 상징하는 보현보살의 행원을 최고의 진리로 내세우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마지막으로 법진 스님은 ‘출가하여 중이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몸이 편안하려는 것도 아니며,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는 것도 아니며, 명예와 재물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고 죽음을 면하려는 것이며, 번뇌를 끊으려는 것이요, 부처님의 혜명을 이으려는 것이며, 삼계에 뛰어나서 중생을 건지려는 때문이다.’라는 서산대사 《선가귀감》의 말을 전체가 합송하는 것으로 법어를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전계사 철오 스님은 고불문을 통해 “오늘 이곳 금정사 금강계단에서 재단법인 선학원 구족계 수계산림을 열게 되었다.”면서 “수계제자들이 숙세의 선근공덕으로 세속의 인연들을 다 여의고 큰 서원을 발하여 불조의 혜명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고했다.

이어 선학원은 비구 인례사 한북 스님이 낭독한 수계산림 청규에서 △수계자들은 조용한 마음으로 묵언하고 자기를 살펴야 한다. △수계자들은 조용한 마음으로 질서를 지켜야 한다. △수계자들은 조용한 마음으로 예불, 참회, 공양, 수업에 임해야 한다. △수계자들은 조용한 마음으로 금정사 경내를 배회하거나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수계자들은 조용한 마음으로 대중화합을 깨뜨리지 않아야 한다. △수계자들은 조용한 마음으로 삼사칠증과 인례사의 지시에 순응해야 한다 등 6가지를 제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 퇴방한다고 밝혔다.

▲ 전계사 철오 스님이 계목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청규 낭독 후 수계 입방자들은 일제히 장궤합장한 가운데 공적 스님이 대표로 나서 “이제 크나큰 정진의 마음을 일으켜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모두 대해탈을 얻게 하겠나이다.”면서 “허공계는 다함이 있을지언정 저희들의 서원은 끝없사오니 모든 불보살님들께서 저희들의 서원을 증명해 달라.”고 서원했다.

비구니 인례사 영은 스님은 발원문을 통해 “수계제자들과 여러 대중이 삼가 한 마음으로 동참하여 부처님 앞에 지성으로 발원한다.”면서 “오늘의 수계공덕을 모든 중생들에게 베풀어 악도와 사도에 떨어지지 아니하고, 부처님의 깊고 넓은 행업을 성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수계 입방자들은 오후 3시부터 구족계 계목에 대한 강의를 두 차례에 나눠 듣는 등 수계산림 첫 날 일정의 정진에 들어갔다.

수계식은 모든 일정을 치르고 난 내일 오전 9시 비구계 수계, 10시 비구니계 수계에 이어 11시 30분부터 보살계가 설해진다.

한편, 이번 수계산림에는 2명의 스리랑카 국적의 수계지원자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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