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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규범 질서는 안녕한가?
2015년 04월 16일 (목) 10:33:01 박병기 buddhismjournal@daum.net

 '힘이 곧 정의' 여전히 존재
 법 집행과정 엄중 감시해야

인간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회는 역사적으로 외적인 강제력에 의지하는 힘의 질서와 내적인 규범에 의지하는 도덕적인 질서라는 두 차원의 질서를 근간으로 삼아 유지되어 왔다.

   
역사의 발전은 주로 앞의 질서에 비해 뒤의 질서가 더 주목받거나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일직선으로 전개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이 두 질서가 서로 엉키면서 진퇴의 양상을 반복한 경우가 더 많았다.

우리가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처음 접했을 가능성이 높은 다양한 윤리사상은 그 힘의 질서에 맞서 도덕적인 질서를 어떻게 세울 것인지를 고민한 사상적 영웅 또는 시대적인 영웅들의 자취이다. 카스트 제도에 맞서 모든 인간들 사이의 평등한 관계와 깨달음의 가능성을 설파한 고타마 붓다의 사상이 그러하고, 각각의 직분에 맞는 도덕질서를 강조한 공자와 맹자의 사상이 그러하다. 서양의 경우에는 정의(正義)가 힘 있는 자의 의지라고 강조하는 트라시마코스의 정의관에 맞서 정말 그런 것이냐고 끈질기게 물었던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 플라톤의 사상이 바로 힘의 질서에 대항한 윤리사상사의 대표적인 자취들이다.

우리 역사는 도덕질서를 근간으로 삼아 힘의 질서를 견제하고자 한 도덕국가 조선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세계사적으로 귀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 각각 해병대와 공수부대의 힘을 앞세운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사쿠데타와도 불과 30여년의 시간 간격으로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무자비한 힘의 질서를 공유한 특이한 사례이기도 하다.

그 두 경험 중에서 다행히 도덕질서를 중심에 두는 광주 민주화 항쟁과 1987년의 시민혁명 등이 우세하여 새로운 시민사회를 구축하는데 성공을 거둔 것이 한국 민주화의 여정이었고, 2015년 현재까지도 그 여정은 진행형이다.

그런데 우리의 시민사회는 과연 제대로 정착해가고 있는 중일까? 세계 자본주의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우리 경제는 1997년 구제금융사태를 겪으면서 그 허약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그 과정에서 허둥대면서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것도 허용될 수 있고 그 허용의 과정에서 부패 고리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확산시키면서 살아가던 중에, 작년 이맘때는 300여 산목숨이 죽어가는 과정을 온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아야 했던 ‘세월호의 충격’과 마주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러고는 끝이다. 이제 제발 그런 이야기 그만하자고 짜증을 내고 극단적인 언사를 내뱉거나 행동으로 옮기는 이른바 ‘일베충’들이 혹시 내 마음 속에도 있는 것은 아닌지 섬뜩할 때가 있을 정도로 우리들의 모습은 흉하게 일그러져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고통스런 답 찾기의 과정에서 우리는 다시 우리 사회의 규범질서에 대해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전두환과 같은 조폭질서의 우두머리를 숭배하는 일부 사람들의 마음 속 질서의식이 혹시 내 마음 속에도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

힘이 곧 정의라는 트라시마코스의 생각은 지금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작동하고 있고, 그 힘은 고전적인 권력과 함께 재벌로 상징되는 돈, 그 돈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자본주의 문화권력 등으로 구체화된다. 우리 사회의 법은 바로 그 힘의 질서와 밀착되어 있고, 그 법을 만드는 사람들 또한 어느 누구도 그 질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재벌그룹 회장이자 국회의원이기도 했던 한 사람의 자살과 그가 남긴 50여자의 글자가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그 자살행위에 쉽게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를 자살로 몰고 간 우리 사회의 왜곡된 규범질서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이번 기회가 그 질서를 조금이나마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속에 투영되어 있을 그 질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어떻게 법집행이 이루어지는지를 엄정하게 감시하는 투철한 시민의식을 발휘해야만 할 것이다.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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