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소문난 글재주, 원철 스님이 촌철살인의 묘로 허를 찌르고, 때로는 배꼽 빠지게 웃기는 선사들의 화두이야기를 경쾌하게 풀었다.

원철 스님은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 첫 머리에 “선불교의 신화 같은 이야기를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내어 ‘일상 종교’인 선종의 진면목을 드러냄으로써, 그 일화가 뜻하는 당시의 일상을 읽어 낼 수만 있다면, 오늘날의 그것도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닌다. 고전이 가지는 영원한 생명력의 원천이 여기에 있는 까닭이다.”라고 적었다.
원철 스님은 선종승려들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현실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생명력은 ‘일상 종교’로 손색이 없다고 보았다.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는 “수행자로서의 엄격함과 칼날 같은 정신력 뒤꼍에서 묻어 나오는 인간적인 번민과 고뇌 그리고 넉넉한 인정이 때로는 가슴에 더 와 닿아, 그야말로 ‘사람 냄새’가주는 아름다움”이었기에 이것을 일상에서 드러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원철 스님은 선사들의 이야기를 신화로 박제하는 것을 경계했다. 신화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 살리려 했고, 과거의 이야기로 변한 선불교의 신화를 오늘 우리의 또 다른 현실로 이끌어 냈다. 우리의 현재에서 선불교의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 넣고, 진정한 의미를 끄집어냈다.

원철 스님은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를 통해 선종 1,700 공안이 법칙화되어 박제된 느낌을 갖게 만든 것은 현대에 새로운 화두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화두는 만들어진 당시에는 일상적인 생명력, 그 자체였다. 현대에서 그 생명력은 토종의 창조적 공안이 나와야 한다고 스님은 보았다.

파릉 선사에게 한 납자가 물었다.
“어떤 것이 취모검입니까?”
“산호 가지마다 영롱한 달빛으로 흠뻑 젖은 것과 같지.

“선사의 답변이 시적이다. 무사풍의 질문에 문사풍(文士風)으로 대답한 것이다. 무가 정법을 전제하지 않으면 그건 한갓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무라면 장군 출신 혜명 스님이 나무꾼 출신인 혜능 행자에게 무릎을 꿇는 것과 같은, 법에 대한 간절함으로 이어질 수 없다. 그렇긴 하지만 말법시대에는 힘이 전제되지 않으면 법 또한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일뿐이다.” 원철 스님은 이렇게 해설했다.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는 각 이야기에 일러스트를 넣어 재미를 더했다. 만화가 이일우가 일러스트를 맡았고, 독특한 화두이야기를 독특하게 펜끝으로 그렸다.

원철 스님/호미/12,000원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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