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경》에서는 대열반을 얻는 중요한 수행으로 오행과 십공덕을 설하고 있다. 오행·십공덕에 대해서는 역대 주소가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오행·십공덕의 관계에 대해서는 약·광(略廣), 천·심(淺深)으로 보아 오행을 ‘간략히(또는 얕음) 열반행을 밝힌 것’이라 했다면 십공덕은 ‘자세히(또는 깊음) 열반행을 밝힌 것’이라도 한다. 또는 ‘오행을 닦으면 십공덕을 증득한다’는 등의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오행 십공덕은 <현병품> 제18부터 <고귀덕왕품> 제22에 설해져 있다. 오행은 보살이 열반을 얻기 위한 다섯 가지 행으로 영아행·병행·성행·범행·천행을 말하는데, <현병품>, <성행품>, <범행품>, <영아품>에 설해져 있다. 십공덕은 <고귀덕왕품>에는 6회에 걸쳐 설해져 있다.

이 《열반경》의 법을 실천하면 십공덕을 얻어 성문 벽지불과 같지 않은 대열반의 도를 얻는다고 한다. 이 번호에서는 그 첫 번째 공덕으로 다섯 가지 일〔五事〕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열반경》을 수행하면 얻는 다섯 가지 일이란 첫째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깊고 비밀스러운 법장을 들을 수 있고, 둘째 《대열반경》을 듣고 온갖 방등대승경전의 깊은 이치를 모두 알게 되며, 셋째 방편과 진실의 세 가지 의심을 영원히 끊게 되고, 넷째 지혜의 마음이 바르고 곧아지며, 다섯째 여래의 비밀한 법장의 뜻을 안다는 것이다.

첫째, 지금까지 들을 수 없었던 깊고 비밀스러운 법장은 《열반경》에서 밝힌 중요한 법문을 말한다. 곧 불성, 일체삼보, 사덕, 열반상주, 여래열반에 관한 진리이다.

일체중생이 다 불성이 있다는 법문은 《열반경》을 상징하는 표제어이기도 하다. 중생들이 지금은 비록 선업 악업으로 육도를 윤회하면서 갖가지 즐거움과 괴로움을 겪고 있지만 모두 불성을 가지고 있어서 부처님의 법문을 잘 지니고 실천하면 반드시 성불할 수 있다는 희망과 누구나 불도를 이룰 수 있다는 실천의지를 북돋아주는 법문이다. 오역죄를 지은 일천제로부터 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성이 있다는 선언은 이 경에서 들을 수 있는 비밀법장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이러한 평등불성을 일체중생이 가지고 있으므로, 일체삼보인 부처님과 교법과 승가가 차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도의 구경을 성취하신 부처나 불도에 들어가도록 인도해주는 비밀법장의 법보나 불성을 가지고 있는 승가의 중생들은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삼보의 성품과 모습은 항상하고〔常〕, 안락하고〔樂〕, 진실한 아(我)이고, 청정하다〔淨〕는 열반사덕(涅槃四德)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처는 열반에 들어감이 없이 세상에 머물러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부처님이 입멸에 들어감을 보고 열반에 들었으므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는 오해라는 것이다. 부처가 입멸에 들어간다고 보는 것은 중생들의 차별상에서 본 것이요, 여래는 세상에 항상 계시어 멸함이 없다는 것이다.

끝으로 여래의 열반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며, 유위도 무위도 아니며, 유루도 무루도 아니며, 이름도 아니고 이름 아님도 아니며, 미래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며, 십이인연도 아니고 십이인연 아님도 아니어서 이런 깊은 법장을 밝히는 것이 《열반경》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법문은 세간의 사베다, 비가라논(毗伽羅論), 위세사론(衛世師論), 가비라논(迦毗羅論), 일체의 주문, 의방(醫方), 기예(技藝), 도참서 등에서 듣지 못하는 법문이므로 비밀법장이라 하고, 비불략(방광 방등한 대승경전이라는 뜻)을 제외한 11부경에서조차 없었던 비밀의 이치를 이 경전으로 알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열반경》을 듣고 이익을 얻는다는 것은 《대열반경》을 듣고 온갖 방등대승경전의 깊은 이치를 모두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열반경》은 마치 거울과 같고, 횃불과 같고, 지혜의 해와 같으니 남자나 여자나 밝은 거울 속에서는 분명하게 자신을 비추어 알 수 있고, 어두운 방에서 횃불을 들면 모든 물건을 볼 수 있으며, 이승들에게 지혜의 해와 같이 부처님의 도를 보게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밝게 비추어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경에서는 이 경을 실천하는 중요한 방법 다섯 가지를 밝힌다. 곧 이 경을 듣기만 해서는 알 수 없으니 경을 쓰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다른 이에게 설하고, 그 뜻을 생각하면 이치를 밝게 알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우리가 이 경의 법문을 듣기만 하면 불성이 있다는 것을 남을 통해 듣고 보지는 못하기 때문이며, 이 경을 자신이 직접 읽고 외우고 다른 이에게 말하고 뜻을 음미하여 생각하는 이야말로 불도를 보게 된다는 수행 방법을 일러준다.

셋째, 방편과 진실의 세 가지 의심을 영원히 끊게 된다는 것은 사물의 이름과 이치에 대한 의심을 여의고, 상·락·아·정에 대한 여덟 가지 전도심을 여의고, 방편과 진실상의 의심을 여의게 된다는 것이다. 방편과 진실의 의심이란 성문승, 연각승, 불승(佛乘)이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의심이다. 《열반경》을 듣고, 쓰고, 읽고, 외우고, 설하고, 뜻을 잘 생각하는 이라면 이러한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심은 불교공부하는 데 장애를 초래하는 것들이다. 성문승·연각승은 중생의 근기에 맞추어 여래가 방편으로 베풀어 놓은 가르침이요, 결국은 열반상주의 불승으로 인도하는 진실을 밝히는 것을 알 수 있다.

넷째, 지혜의 마음이 바르고 곧아진다는 것은 《열반경》을 듣고, 보고, 쓰고,해설하고, 뜻을 잘 생각하면 바르고 곧은 뜻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마음에 의심이 있으면 소견이 바르지 못하여 곧지 못하다. 범부들은 유루의 삶을 항상하고 안락하고 내가 있다고 보아 청정하다고 알지만, 여래는 무상하고 고이고 부정하고 무아인 줄로 안다는 것이다.

다섯째, 여래의 비밀한 법장의 뜻을 안다는 것은 중생들이 다 불성이 있어서 범한 계율을 참회하고, 법을 비방한 죄를 닦아 없애고, 오역죄를 끝내고, 일천제를 멸하며 결국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름을 말한다. 《열반경》을 듣고 읽고 뜻을 음미하면, 이들은 중생의 전도심으로부터 벗어나 불가사의한 비밀법장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곧 중생이 비록 무아이지만 세상에 업과 과보가 있으며, 비록 오온이 무상하여 소멸하지만 선악의 업은 없어지지 않으며, 내지 비록 생사윤회의 속박이 있으나 속박을 받을 이가 없고, 비록 열반이 있으나 열반할 이가 없는 깊은 이치를 안다는 것이다.

이기운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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