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카톡에 뜬 글이다. 이 소식의 진원지는 뉴스타운이란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내놓은 세월호 특별법에 관한 내용이다. 그 내용의 세부 항목들이다. 1)사망자에 대한 국가 추념일 지정 2)추모공원지정 3)추모비
건립 4)사망자 전원 의사자 처리 4)공무원 시험 가산점 주기 5)단원고 피해학생 전원 대입특례전형 수업료 경감 8)유가족을 위한 주기적 정신적 치료 평생지원 9)유가족 생활 안정 평생지원 10)티브이 수신료감면 12)전기요금 감면 13)전화요금 등 공공요금 감면 14)상속세 조세감면 15)양도세 등 각종 조세감면 혜택 16) 기타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근로자 치유 휴직 18)형제자매들에 대한 교육비 지원 19)아기보기 지원 20)간병서비스 21)화물 등 물적 피해지원 22)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 금융거래 관련 협조요청 등이다.

이 글 말미에 한 시민은 왈, 이건 국민세금으로 대체 뭘 하자는 얘기이며 삼풍백화점 참사 유족들, 씨랜드 참사유족들, 대구 지하철 참사 유족들과 형평이 안 맞는 완전히 소름 돋는 법안이라며, 이런 법은 결단코 막아야 된다는 항변을 달고 있다.

이런 글을 보고 놀란 분이 적지 않았으리라.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주요 언론에서는 왜 이런 법안 관련 심층 보도를 하지 않았는지 의아스럽다. 세월호 참사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었다. 사고 후 일 년이 다 되가는 시점이다. 이 법안에 대한 국민들의 반향도 들어봤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고심 끝에 야당이 내놓은 특별법이란 게 고작 이런 수준이었나. 앞의 몇 가지 항목은 능히 이해가 간다. 하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항목들이 많다.

이런 특별법이고 보니, 세월호 참사 사건 이후 벌어진 혼란스러웠던 우리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그간의 속내가 얼마간 이해가 되는 것이다. 사건 발생 후 야당의 문재인 의원이 이를 ‘광주 사태’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비화시키려했던 언사가 기억난다. 뿐인가.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제대로 못 잡던 정부의 처신도 큰 문제였다. 한마디로 무능했다. 사건 관련 구조적인 부패도 밝혀졌다. 불을 불로서 끄려는 정치인들의 행보가 영 마음에 안 들었다. 정치인 관련 일부 피해자들이 보인 불미스러운 폭행사건, 술집에서 벌어진 일부 피해자 가족들의 부끄러운 행동들. 이제와 돌이켜 보니, 국민 애도 반응을 극대화시켜 ‘저급한’ 수준의 타협으로 결국 이런 법안이 유도된 것만 같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이 사건은 정치적 의미를 띌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국민적 애도 반응을 이렇게 ‘사회적 차별’로까지 보이도록 일으켜서는 곤란하다.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학생들에 대한 ‘순수한 제의(祭儀)’마저 오염시키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애도 감정을 담보로 야합을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른바 이 사건은 교통사고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가 촉발시킨 집단적 참사다. 이 참사의 성격은 분명 독립운동과도 다르고, 애국 행위와도 다르고, 독재 정권에 항거한 민주 운동과도 다르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분들도 이런 혜택을 못 누리는데, 어찌 이런 법안이 나오게 된 것인가. 일부의 정치인들이 야심에 찬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에서, 그 대가로 일부 피해자들과 수상한 정치적 거래를 한 결과가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상식의 궤를 벗어난 법안이 나올 리 없다.

국회의원들 의식수준의 문제가 클 것이다. 무슨 일이 터지면, 내 쪽 혹은 자기네 당에서의 이해득실을 따지려는 생각이 우선이다. 그러니 중심을 잃고, 온갖 말재주나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쁘다. 상대의 과오만을 끝없이 늘어놓는데 혈안이다. 일부 정치 소비자의 수용에 부응해 자신의 위치성을 자리매김하기에 바쁘다. 듣기가 피곤한 일이다.

이에 정치가 ‘생물’이라고 둘러대는 사람도 있다. 비굴성을 감추기 위한 말에 불과하다. 사회 일반에서는 정직하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잖아 보인다. 너나없이 돈과 권력만을 좇는 세상이 됐다. 인의(仁義)와 도덕도 무너진 세상이다. 그런 바탕에서 이처럼 사사로움에 얽매어진 법안이 나오게 된 게 아닌가. 지도층의 올바른 언행은 분명 사람들을 화평하게 할 것이다.

-정신의학과 전문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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