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율성 보장·보광스님 사퇴·문제이사 퇴진 등 요구

“스님들은 사생의 자부이고 인천의 사표라고 배웠습니다. 불자와 국민들에게 비우고 내려놓으라고 자신 있게 말씀할 수 있을 때 불자와 국민은 스님들을 자애로운 아비요 스승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먼저 솔선수범해서 방하착하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그럴 때만이 자랑스러운 종립학교 동국대학교는 우뚝한 학문의 전당으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떨쳐 나아가는 한국불교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역대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단과 대학원 학생회장단이 25일 오후 7시 동국대 문화관 초허당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장 선출 과정의 외압논란으로 불거진 동국대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고, △자승 원장 등 조계종 수뇌부 5인의 공개 참회 △대학 자율권 보장 △최근 문제가 불거진 부적격 이사들의 퇴진 △논문 표절이 밝혀진 보광 스님의 총장 후보직 사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총장 선출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 등 5개 항을 요구했다.

역대 회장단은 기자회견에서 ‘대학의 자율성은 어떠한 경우에도 보장되어 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해, “종단 수뇌부가 외압을 행사한 것은 치욕적이고 몰상식적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침탈한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김희옥에 대한 총장 후보 사퇴 요구가) 종단 계파 간 정치적 거래와 논공행상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순수해야 할 학문의 전당을 정치 거래의 대가로 전락시킨 몰상식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역대회장단은 또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단순한 외압이 아니라 지성의 숨결을 질식시키는 일”이라며, “조계종단은 권력과 세력으로 학교를 좌지우지할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어 “과거 동국대학교는 조계종단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의해서 발전 기회를 상실해왔다”고 지적한 역대 회장단은 “모교를 종단 정치의 부속물로 전락시키는 잘못된 행태를 기필코 끊어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는 △장운(17대, 독어독문학) △황찬익(19대, 국어국문학) △김성규(20대, 사학) △안진우(27대, 국어교육) △유병문(28대, 불교학) △구장주(29대, 경영학) △구준서(30대, 전자공학) △김호중(31대, 불교학) △이승복(32대, 반도체학) △김홍민(33대, 지리교육) △주진완(34대, 국어교육) △유영빈(35대, 경영학) △박인우(42대, 윤리문화학) △김무성(43대, 교육학) △최장훈(44대, 정치외교학) △남보라(45대, 국어교육) △정원빈(46대, 기계공학) 등 학부 총학생회장과 △김태광(32대, 국어교육) △이상현(35대, 경영학) △황주상(42대, 인도철학) △조승연(44대, 윤리문화학) 등 학부 부총학생회장, △장시기(1986년, 영문과) △박정진(1998년, 정외과) △이석종(1999년, 불교학과) △이영재(2000년, 정외과) △이주환(2001년, 사회학과) △이창희(2008년, 북한학과) △최장훈(2015년, 정치학과) 등 역대 대학원 학생회장단이 동참했다.

역대 회장단은 기자회견 후 총학생회를 방문, 후배들을 격려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대학의 자율성은 어떠한 경우에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모교, 동국대학교는 109년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민족사학입니다. 4대문 안에 자리한 유일한 종합대학이며 불교의 정신을 사회 전반에 펼쳐나가려는 종립대학이기도 합니다. 일제강점기에는 1회 졸업생인 만해 한용운 스님을 비롯한 선각자들의 독립정신이 뿌리 깊게 배어 있고, 196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나라의 근대화와 민주화 과정에서는 수많은 동문을 배출하며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주역으로 키워냈던 명문사학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우리 모교가 근래 들어 다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하고 과거 3대 명문사학의 명예를 되찾아 나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동문들은 자랑스러운 우리 모교의 발전상을 바라보며 내심 자긍심을 느끼고 이런 결과를 마련한 학교의 이사진과 교수님, 재학생, 교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일련의 긍정적 변화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하고 동국 가족 전체가 치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1일 자승 총무원장을 비롯한 5인의 종단 수뇌부가 코리아나호텔에서 당시 이사장인 정련스님과 김희옥 총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며 외압을 행사한 것은 109년 동국대학교 역사에서 치욕적이고 몰상식적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침탈한 사건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더욱이 그 이유가 조계종단의 계파 간의 정치적인 거래와 논공행상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순수해야 할 학문의 전당을 어두운 밀실에서 주고받는 정치 거래의 대가로 전락시키는 몰상식의 극치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그런 물의를 일으켜서 총장으로 선출하려는 총장후보도 차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만큼 학문적 양심이나 부끄러움을 망각한 분이라는 점에 이르러서는 자괴스러움까지 들게 합니다. 교수이자 스님이기도 한 총장후보가 그 동안 쓴 논문의 대다수가 표절로 밝혀졌는데도 사퇴의사를 표명하기는커녕 한 마디 사과도 없는 것을 보면서 학자의 양심은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존경받아야 할 종교인의 자질마저도 거리에 내팽개쳐진 것이 아닌가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는 시기마다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했던 역대 총학생회장으로서 더 이상 동국대학교의 자율성이 훼손되고 학교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을 더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단순한 외압이 아니라 지성의 숨결을 질식시키는 일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대학의 생명은 학문의 자유와 이를 보장하기 위한 운영의 자율성입니다. 이 자유와 자율성이 침해받는 한 대학은 지성의 산실이 될 수 없습니다. 조계종단은 동국대학교를 설립한 주체이지만 지금처럼 권력과 세력으로 학교를 좌지우지할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과거에도 우리 동국대학교는 조계종단의 정치적 역관계에 의해서 발전의 기회를 상실해왔던 기억이 종종 있어 왔습니다. 이제는 학교 발전의 발목을 잡는 조계종의 과도한 간섭과 자율성 침탈을 거부합니다. 이번에야말로 자랑스러운 우리 모교를 종단 정치의 부속물로 전락시키는 잘못된 행태를 기필코 끊어버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합니다. 지난 2월 5일 동국대학교 연구진실성조사위원회에서 논문 30편 중 18편을 공식 표절로 판정한 보광 스님을 총장으로 선임하려는 의도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우리 후배들에게 표절총장 이름으로 졸업장을 받게 할 수는 없습니다. 보광 스님은 총장 후보에서 즉각 사퇴해야 하며, 차기 총장 선출은 학교 구성원 전체의 지혜를 모아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어야 합니다.

사태를 오늘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 있는 스님들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약속이 있어야 합니다. 자승 총무원장은 지난해 12월 코리아나 호텔에서 이 문제가 발단했음을 직시하고 조속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합니다.

스님들은 사생의 자부이고 인천의 사표라고 배웠습니다. 불자와 국민들에게 비우고 내려놓으라는 자신 있게 말씀할 수 있을 때 불자와 국민은 스님들을 자애로운 아비요 스승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먼저 솔선수범해서 방하착하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그럴 때만이 자랑스러운 종립학교 동국대학교는 우뚝한 학문의 전당으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떨쳐 나아가는 한국불교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

하나, 동국대학교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자승 원장을 비롯한 조계종 수뇌부 5인은 공개 참회하라.

하나, 조계 종단은 더 이상 대학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 말고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하라.

하나, 최근 문제가 불거진 부적격 이사들은 즉각 이사직에서 물러나라.
하나, 논문 표절이 밝혀진 한보광 교수는 총장 후보직을 사퇴하라.

하나, 동국대 이사회는 동국대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총장 선출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불기 2559년 3월 25일
동국대학교 역대 총학생회장단 / 동국대학교 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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