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봉당 석산 큰 스님!
큰 스님의 영전에 향 하나를 사릅니다.
오늘 거추장스러운 환의(幻衣)를 벗어던지고 일체 걸림이 없는 본래면목의 자리로 귀적(歸寂)하시니 얼마나 기쁘십니까?

향은 매운재가 되어도 그윽한 향기가 오래 남듯이, 큰 스님의 법신(法身)은 가고 없어도 법신에 계합하는 일단영광(一段靈光)은 찬란히 이 사바세계를 비출 것입니다.

큰 스님의 영전에 등 하나를 올립니다.
노구에도 흐트러짐 없이 정진하셨던 큰 스님의 행장을 후학은 두고두고 귀감 삼을 것입니다.
등불도 언젠가는 꺼지지만 무명(無明)을 밝히던 불빛의 잔영이 오래 남듯이, 대해(大海)를 뒤집고, 수미산(須彌山)을 거꾸러뜨리며, 허공(虛空)을 타파하던 큰 스님의 기량(技倆)은 불멸(不滅)할 것입니다.

큰 스님의 영전에 꽃 한 송이 바칩니다.
아름다운 꽃도 조락하면 귀근(歸根)하는 게 자연의 이치이지만, 큰 스님의 가르침은 대중의 가슴에 새 움을 틔울 것입니다. 큰 스님께서 대중에게 전한 무연자비(無緣慈悲)의 꽃은 대중의 마음 연못에도 꽃씨를 뿌려 개화할 것입니다.

꽃비 오는 이 좋은 계절에 큰 스님이 떠나신다는 것이 못내 아쉬움이 남지만, 큰 스님의 법력으로 우리 대중은 자신을 이끌고 다니는 주인공(主人公)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큰 스님!
도솔천 세계의 소리를 옮겨온 것 같았던 큰 스님의 염불을 다시 들을 수는 없지만 큰 스님의 법성(法聲)이 남아 있는 곳곳마다 우리 대중은 귀의심을 더욱 키워 스님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큰 스님!
말 없는 행동으로 하나를 물어도 열을 가르쳐주시던 큰 스님의 선교방편(善巧方便)으로 우리 대중이 안지(安之)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제 우리는 육신을 거두어 자재한 세계에 들어가시는 스님에게 인사드립니다. 훨훨 날아가소서. 생전의 유지와 덕화는 그대로 두시고 빈 손 빈 몸으로 거리낌 없이 자유로이 가십시오.

두 손 모아 스님의 환지본처(還地本處) 가는 길에 훈향을 흩뿌립니다.

불기 2559(2015)년 3월 19일

지봉당 석산대종사 장의위원회 위원장 송운 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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