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지 30년을 훌쩍 넘겼다. 한 대학의 철학과 불교철학 담당교수로서의 스무 해도 작년에 지나가 버렸다. 지나간 세월이 부끄럽고, ‘지나간 세월이 그러하였으니, 남은 세월인들 어떠할 것인가’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선다.”

권오민(경상대학교 철학과 교수)은 “초등(국민)학교 국어교과서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세월이라는 내용의 글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는 데, 이제 그것을 실감할 연배가 된 것 같다”고 고백한다.

권오민은 《불교학과 불교》를 통해 지나간 세월의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면피할 생각은 없다고 책머리에 적었다. 권 교수는 《불교학과 불교》을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의 불교학’을 주제로 쓴 글들을 모았고, 그는 좋게 말해 ‘회고와 전망’이라고 표현하기보다 속되기 말해 ‘투정’ 부려본 것”이라고 했다.
권오민은 “유구한 불교의 역사, 그 핵심인 불교학의 역사 안에서 이룩한 사상의 볼륨을 그는 수미산에 비유할 바가 아니다”라면서도 “역사의 끝자락에서 알게 모르게 남겨진 불교(학)만을 불교(학)의 모든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또 “우리나라에서의 불교학이 다만 현실동교의 일부로서 의심과 비판이 결여된 독선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거듭 고백한다.

권오민은 “독선과 주박에서 벗어날 때 비로서 세계와 소통할 수 있고, 우리의 사유를 보다 풍요롭게 할수 잇으며, 그럴 때 불교학의 ‘진실’도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권오민의 《불교학과 불교》은 불교학의 질실을 찾는 여정에서 나온 투정이자 회고와 반성이다.

《불교학과 불교》의 첫 장은 〈무엇을 깨달을 것인가〉이다. 깨달음만 강조하고 무엇을 어떻게 왜 깨달아야 하는가에 관한 교학적 반성이 결여된 데 대한 투정이다. 사실상 이책의 총론격이다. 2장은 불교 전통강원의 교과과정에 대한 투정인 〈교학과 종학〉이, 3장에는 믿음에 기초한 불교학에 대한 투정인 〈불교학과 불교〉를 다뤘다. 4장은 선에 대응하는 교로서의 불교학의 조악함에 대한 투정을 담은 〈뇌허 김동화의 불교학과〉이, 5장에는 〈우리나라 인도불교학의 반성적 회고〉가, 6장에는 〈인도불교사연구 단상〉 등을 담았다. 〈불교의 물질관에 대한 단상〉(7장), 〈연기법이 불타 자내증이라는 경증검토〉(8장), 〈4성제와 12연기〉(9장), 〈5종성론에 대하여〉(10장)에도 그만의 투정을 담았다. 그의 투정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불교를 보다 정확하고 분명하게 탐구하고 이해하자는 투정이어서 어릿광이 아니다.

권오민/민족사/15,000원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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