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장 선거를 둘러싼 일부 조계종 인사들의 모습이 실망스럽다. 자승 총무원장 재임선거 때 선거대책본부장을 역임한 승려 한보광 교수가 우여곡절 끝에 총장단일 후보까지 된 상태에서 ‘표절판정’을 받았다. 그런데도 학자들 간의 문제라는 건지 총장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조계종 승려인 자승 총무원장과 한보광 교수의 뒤에 같은 조계종 승려인 황일면 동국대 이사가 든든한 ‘백업’으로 나섰다. 녹취록이 위조된 것으로 보이는 최근 이사회에서 의장이 폐회를 선언한 이후 이사장이 선출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전임 이사장 정련스님의 임기가 끝난 다음 날인 12일에는 이사장이라고 자칭한 일면 이사가 새벽 2시께에 적지 않은 자기 측 승려들과 함께 용역으로 보이는 4명의 건장한 장정을 대동하고 출근, 이사장실을 지키던 학생들과 대치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금요일 밤 팟빵 정봉주의 전국구 ‘생선향기’가 ‘난장판 동국대 & 간통승려’편을 내보냈다. 자승 총무원장 측 동국대 이사 승려 한 명이 간통전력이 있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거짓이라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이 확실하다. 이와관련 총무원 홍보팀은 "방송내용조차 들은 바 없다"며 "방송을 들어야 입장을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봉주 전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해당 승려는 동국대 이사직은 물론이고 조계종 승려 신분도 내놔야하는 ‘멸빈’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것이다.

얼마 전 일면 이사는 학생·동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면서 “2001년 1월 28일 22살 청년의 간을 이식받았다. 당시 의사는 내게 2개월밖에 못산다고 했다. 그러던 내가 지금까지 살고 있다. 내게는 하루를 살아도 덤이다. 그런 내가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고 했다. 그런 사람이 신변보호를 위해 자기 측 승려들과 왜 동행했을까? 새벽 2시에 왜 출근했느냐는 질문에 일면 이사는 “오다 보니 그랬다. (임기가) 0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대로 두면 학교는 망한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물러나자”는 정련 이사장의 유시를 받아 직무대행을 맡게 된 영담 스님은 사실 현 사태는 종단에서 막무가내로 김선근 이사 선출을 요구할 때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보아온 총장 후보에 대한 사퇴외압, 부도덕한 표절총장 선출 강행, 법과 규정을 무시한 이사장 선출 등 모든 행위가 우리가 익히 접했던 조계종단의 절 뺏기 싸움과 닮았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이것이 오늘의 조계종의 현주소이고 본 모습이다.”

야당 삼화도량 대표 영담 스님은 “시련은 학교를 더욱 강건하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시련을 겪으며 동국대학교는 한층 성숙해질 것이다. 대한불교 조계종도 부끄러움을 자각하기 시작하면 변화의 용트림을 시작할 것이다”며 정련 이사장의 말을 전했다. 조계종 권승들이 이제라도 진정으로 참회하고 새로운 수행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불자들의 바람을 더는 저버리지 않았으면 하다.

인도에 불교가 사라진 적이 있다. 아니 지금 인도에는 불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세기말에 우리나라에 불교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다행히 지난 14일 참여불교재가연대 허태곤 상임대표를 비롯해 바른불교재가모임의 우희종 교수와 김종규 변호사 등이 새 대표로 선출됐다. 지방에서부터 달려온 회원들을 비롯해 수많은 회원이 5시간 반의 토론을 거친 것이라서 더욱 의의가 깊다. 재가불자들의 참된 불교에 대한 열망에 힘입어 우리나라 불교의 불씨는 그리 쉽게 꺼지지는 않을 듯하다.

송담 스님의 탈종 이래 조계종 모태인 만해 한용운이 세운 선학원(이사장 법진)도 조계종과 결별을 선언했다. 착한 스님인 선학원 이사 한북스님 등을 멸빈시킨 조계종이 뒤늦게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를 만든다고 한다. 한 가지 궁금하다. 이미 다 죽여 놓고 무슨 대화를 하겠다는 건지? 또 누가 누굴 정상화하겠다는 것인지? 추문이 끊이지 않는 조계종이 지금 무엇인 더 급한 것인지? 선학원이 아닌 조계종 정상화로 방향을 돌리기 바란다. 15일 밤 9시 30분 선학원 정법사 창건주이자 법진 스님의 은사인 석산 큰스님(97)이 열반했다. 오랜 기간 병시중을 들었던 상좌들의 슬픔이 클 것이다. 우리 불교 현실이 너무 슬프다.

* 이 칼럼은 사부대중 모두가 부처님 구도의 길을 가기 위한 자성과 쇄신 등 공익적 목적으로 일부 전문가와 신도들의 의견이나 우려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하도겸 | 칼럼니스트 dogyeom.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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