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 문제는 진지한 대화가 부족했다. 선학원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은 대화이다.”

불교계의 한 언론에 실린 이 말을 한 사람은 이른바 ‘선학원 정상화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법등 스님이다. 법등 스님은 지난 2월 26일 교계 기자들과 만나 “선학원과의 대화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선학원
정상화 추진위원회의 활동계획도 함께 발표했다고 한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나는 세 가지를 먼저 지적하고자 한다. 법등 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의 당부도 있었고, 특별법에 의한 추진위가 설치됨에 따라 진정성 있게 진지한 대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먼저 묻는다. 우리와 대화하고 협상하기 위한 모든 권한을 총무원장과 종회로부터 위임 받았는가? 이전에도 종단의 대책위 스님들이 우리 선학원과 협상하여 합의를 도출했다. 그렇지만 두 번이나 종회에서 거부하여 무산됐다. 96년과 99년의 일이다. 이번에는 그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둘째, 자승 총무원장은 작년 10월 23일 교계 출입기자들과 남산 순환길을 걸으면서 “선학원과의 관계는 이미 끝난 사안이다. 선학원은 독립국이다. 정관에 의해 운영되는 법인이 정관을 변경해 독자적인 길을 걸으면 이미 끝난 것이 아니냐.”라는 무책임한 소리를 했다. 이때는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을 멸빈 시킨 직후로, 그 이후 필자를 포함하여 선학원의 이사 세 명을 추가로 멸빈시켰다. 그런데 지금 와서 무슨 위원회를 만들고 대화하자고 한다.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인가.

셋째, 필자는 ‘선학원 정상화 추진위원회’라는 명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선학원의 주권을 종단으로 환수하고자 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이 위원회를 설립하도록 한 근거가 되는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특별법>이라는 명칭도 그렇다. 이 표현들은 ‘현재의 선학원은 비정상적’이라고 하는 것을 전제로 ‘선학원을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을 추진하겠다’는 말이다.

조계종의 권승들은 선학원에 딴지를 걸기 이전에 스스로 한 번 돌아봐야 한다. 과연 조계종은 정상인가?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면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부터 고소든 고발이든 해야 순리다.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으면 ‘선학원 정상화 추진위원회’라는 명칭을 버려야 한다. 낯간지럽지 않은가? 온갖 속어와 비어로 총무원장과 종단의 실세들을 비난해도 입도 벙긋 못하면서 ‘선학원 정상화'를 운운하다니!

본론으로 들어가자. 법등 스님이 이날 한 말이 적지 않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면 대화를 하자는 것이고, 대화를 해서 “법인법 이전 2002년 합의 수준으로 관계를 복원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참 허망하기 짝이 없는 목표다. 고작 법인법 이전 2002년 합의 수준 관계복원이라니! 잘 살고 있는 선학원에 <법인법>이란 걸 만들어 2002년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고 온갖 평지풍파를 일으키더니 이제 와서 그 이전으로 돌아가자고?

그렇다면 법등 스님에게 또 묻는다. 첫째, 제정된 <법인관리법>과 선학원 임원에 대한 멸빈 징계를 백지화하겠다는 뜻인가? 둘째,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관련자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 종법에 따라 징계를 하겠다는 뜻인가? 셋째, 널리 알려져 있는 내용이지만 <법인법>은 지난 2011년 3월 제186회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총무원장 명의로 발의됐다. 이 문제의 최초 시발점이 바로 자승 총무원장이다. 총무원장이 책임을 지고 공개적으로 참회하겠다는 뜻인가? 이 세 가지가 선행되지 않고서 무슨 대화가 가능하겠는가.

지난 2월 12일 이른바 ‘중앙종회 선학원 종단 회수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낸 ‘입장문’이라는 것에는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
“선학원 이사들은 불조의 혜명을 등지고 종단을 떠나 재산분쟁 권리투쟁으로 선학원의 청정성을 더럽히고 있다.” 이건 선학원 이사들을 이만저만 모욕하는 말이 아니다. 그러면서 “분원장들이 바로 생각하고 행동에 나서라”고 부추기고 분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다짐까지 한다. “중앙종회는 선학원의 제자리 찾기에 온 힘을 기울여 선학원의 설립 정신을 회복하겠다.” 법등 스님이 기자회견을 하기 불과 2주 전에 나온 글이다.

“선학원의 권력을 독점한 이익집단으로 전락한 이사회”라고 우리를 헐뜯는 ‘중앙종회 선학원 종단 회수를 위한 특별위원회’! 야당인 삼화도량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진정성 있게 진지한 대화에 나서겠다”는 ‘선학원 정상화 추진위원회’ 위원장 내정자 법등 스님! 어느 쪽 말이 본심인지 파악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르고 뺨치기에 불과하고, 진정성이 없는 쇼에 불과하니까.

-본지 편집인 · (재)선학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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