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있기에 인간은 짐승보다 낫다. 그러나 바르게 듣고 바르게 말하지 않으면 짐승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요즘처럼 인터넷과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발달된 현대사회에서 악의적으로 꾸며낸 이야기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악성 루머로 인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선거 기간 중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진 “오바마 대통령은 무슬림이다”는 소문에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일절 대응하거나 진실을 밝히려 하지 않았다. 소문이 잠잠해지길 기다릴 뿐이었다.

부처님은 《잡아함경》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록 나쁜 소문이 퍼졌다 해도 고행하는 이는 그것을 기꺼이 받는다. 괴롭다고 스스로 해쳐서도 안 되고 그것으로 번민하지도 말라. 소리만 듣고 놀라는 것은 숲 속의 짐승 꼴이니 짐승처럼 가볍고 성급한 마음으로는 출가법을 이루지 못하리라. 그대는 마땅히 참아 그 나쁜 소문을 마음에 두지 말라. 마음을 잡아 태산처럼 굳게 하는 것이 출가한 사람의 법이니라. 함부로 남이 떠드는 말로 말미암아 내 몸을 나쁜 도적으로 만들지 말라. 떠도는 말에 흔들리지 않으면 너 또한 아라한이 되리라. 네가 스스로 네 마음을 아는 것처럼 여러 하늘도 그렇게 알고 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소문을 듣고 흥분하는 행위를 ‘짐승’에 비유하셨다. 짐승처럼 가볍고 성급한 마음으로는 출가법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신 것이다. 소문은 바람이다. 가속이 붙고 팽창하면 엄청난 폐해를 줄 것 같지만 일시에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다.

특히 소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언급하는 것은 또 다른 억측과 오해를 부른다. 이럴 땐 침묵이 최고의 대응방식이다. 침묵의 세계는 시비분별이 없으므로 투명하다. 오직 참고 침묵하면 항상 이기기 마련이다.

법진스님 / 본지 발행인. 재단법인 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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