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더니 지금의 대한불교조계종 정치승들이 그렇다. 잊혀지는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다시금 등장한 대한불교진흥원제자리찾기특별위원회(이하 진흥원 특위). 지난 16일 진흥원 특위(위원장 · 정념스님)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분과회의실에서 열렸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또 진흥원에 대한 구박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구박의 핵심내용은 설립취지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이날 특위는 토론회 세미나 공청회 등 여론수렴과 홍보를 통해 진흥원 설립 취지를 바로 알리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2008년 구성됐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재탕 삼탕 판박이 내용이다.

진흥원과 관련된 종단 특위의 전언을 종합해 분석하면 한 마디로 ‘이권을 나누자’는 거다. 과거 장경호 설립자가 정관을 통해서도 명시했듯이 진흥원의 제1의 설립취지는 불교계 종단 지원에 있었다는 것이다. 특위는 이에 대해 초대이사에 당시 조계종 종정 서옹스님이 참여했고 임기가 만료되자 후임 종정을 새 이사로 추대한 이사회 결의를 통해서 확인된다고 주장한다. 특위는 또 1980년 10·27법난 발발 당시 진흥원이 법난을 일으킨 신군부를 지원했다며 공격하고 있다.

진흥원 특위를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당시 불교방송 이사장 영담스님이다. 불교방송 사장은 진흥원이 추천하는 인물로 선임되고 있다. 영담스님은 불교방송 이사장이면서도 사장 선임권을 갖지 못하는 데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진흥원 이사들은 재가신분이면서도 고분고분 종단 말을 따르는 스타일이 아니다. 결국 영담스님은 중앙종회의원 신분을 활용해 종회 내에서 특위 구성의 결의를 이끌어 냈다. 특위단 간사들도 영담스님 측근들로 꾸려졌다. 특위는 첫 공식 행사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선 10·27법난 지원, 당연직 승려 이사 파견 등 조계종의 권한이 주 내용으로 다뤄졌다. 심지어 당시 상무이사가 진행비를 과다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조그만 꼬투리라도 잡아 진흥원을 흠집내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이때에도 특위는 진흥원이 사유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이를 막기 위해선 종단의 권리를 하루빨리 찾아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식은 특정 정치승려에게만 국한된 것이었다. 1960~70년대 조계종과 현재의 조계종단 상황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6~70년대 종단은 재정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라서 외부의 지원이 필요했지만 현재 상황은 그 때와 다르다. 지금 특위가 진흥원을 문제 삼는 것은 마치 공양을 안 나눠 준다고 트집잡는 형국이다. 대중에게 잊혀질만하면 다시 소집되는 이런 특위는 이미 공감을 상실한 지 오래다.

현 특위 위원장 정념스님은 “(특위를 만든)영담스님의 공적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영담스님이 대표로 있는 삼화도량에 대한 무시가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잇속 챙기기에 있어선 여야가 따로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신념도 의지도 아닌 채로 심술보마냥 이루어지고 있는 진흥원 특위. 이것은 상식과 원칙을 벗어난 횡포에 불과하다. 종단 정치의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조계종으로선 진흥원의 설립취지와 부도덕성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제자리찾기를 해야 한다면 먼저 조계종이 대상 아닌가. 법난을 부른 원인과 책임을 성찰하고 통감하기보다 법난을 지원했다며 남탓하는 종단 정치승들이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종단이 잘하면 불교방송 사장 추천권도, 승려이사 문호개방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 신흠은 ‘민심편’에서 “문제가 있는 벼슬아치들이 잘못된 일이 벌어지면 백성들에게 원인이 있다며 백성을 탓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조계종단의 정치승들이 그런 꼴이다. 말을 안들면 그들은 무조건 ‘괘씸죄’로 몬다. 현 시국에서 선학원과 진흥원이 여기에 걸려들었다. 선학원이야 멸빈으로 화풀이하면 될 터이나 재가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진흥원은 어찌 할 것인지 궁금하다.

-본지 편집장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