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준 작가의 작품 ‘금붕어를 위한 소나티네’(왼쪽 위)와 ‘수평 달걀 구르기 TV’(왼쪽 아래), ‘톨스토이’(오른쪽).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고 백남준 작가의 유작 12점이 불자들을 만난다.

학고재갤러리는 새해 첫 전시로 3월 15일까지 백남준 개인전 ‘W3’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지난해 하반기에 열린 항저우 삼성현대미술관 ‘우리가 경탄하는 순간들’ 전과 학고재상하이 ‘백남준을 상하이에서 만나다’ 전에 출품됐던 작품 12점이 출품된다.

전시 제목인 W3는 미래 미디어 환경을 예측한 백남준 작가의 대표작이다. 총 64개의 모니터로 구성된 ‘W3’는 인터넷을 지칭하는 ‘World Wide Web’을 의미한다. 백남준은 이미 1974년 ‘전자 초 고속도로(Electronic Superhighway)’란 단어를 만들어 웹문화와 대중매체를 예견한 바 있다. 백남준 작가는 일상적이고 권위적인 사물이었던 텔레비전을 예술적인 소재로 탈바꿈시켜 관객들의 미적 사유를 촉발하고 있다.

전시회에는 선불교와 동양의 샤머니즘에 영향 받은 백남준 작가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도 여럿 선보인다.

그중 ‘금붕어를 위한 소나티네’는 선사상이 투영된 명상적인 작품이다. 1960년대 텔레비전 수상기를 내부 회로를 모두 들어내고 금붕어의 사적 공간으로 변화시킨 작품이다. 금붕어는 브라운관이 없는 TV 상자 안에서 브라운관을 대신하는 메시지이자 메시지 전달자로 존재한다. 텔레비전 안에서 유유자적하는 금붕어를 통해 관람객은 이것이 실제인지 허구인지 구분을 할 수 없는 특별한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수평 달걀 구르기 TV’는 불교의 윤회사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모니터에서 태아처럼 웅크린 성인 여성이 달걀 형상 안에 갇혀 허공을 굴러다니는 모습이 재생된다. 백남준 작가는 이 작품에서 생성과 소멸의 원리를 달걀 같은 모습으로 표현했다. ‘수평 달걀 구르기 TV’는 “관람자가 예술의 주인이며 관람자와 예술은 하나”라고 말한 백남준의 예술철학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관객은 TV 밑에 있는 송신기로 강약을 조절해 달걀의 모습을 왜곡시키는 등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

톨스토이는 대문호로 인정받고 있으면서도, 서구사상에만 치우치지 않고 동양사상을 연구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탁마했다. 그는 중국어를 배울 정도로 동양사상, 특히 노장사상에 관심이 많았다. 작품 ‘톨스토이’는 선불교를 자신의 작품세계에 받아들여 서구의 매너리즘과 오만에 대항한 백남준 작가가 대문호 톨스토이를 통해 자신의 예술정신을 투영한 작품이다.

윤재감 하우아트미술관 관장은 “백남준이 이 ‘전자시대’의 특징인 변동성과 비결정성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동양의 샤머니즘과 선불교의 영향이 매우 컸다.”며, “이번 전시회는 국내 관람객에게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 거장이자 전설이 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경험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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