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이러한 화답이 의례적인 언사로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종정예하의 가르침을 성심으로 받겠다’는 것을 진심으로 보여주려면 종단의 올해 사업계획에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 겉으로는 화합을 외치면서 안으로는 ‘패대기 행정’을 실시해 온 것을 우리는 이전에도 수차례 목격했다. 따라서 총무원 집행부는 종정과 총무원장이 신년하례에서 주고받은 말씀을 존중해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실천해 주길 진심으로 촉구한다.
화합은 일찍이 부처님께서도 누누이 강조하신 가르침이다. 승가는 화합과 뗄 수 없는 동일한 의미구조이며 화합은 곧 승가의 표징(標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조계종단은 소모적인 정쟁(政爭)과 강압적인 법시행(法施行) 등으로 갈등과 분란을 야기했다. 종단의 권위는 결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엄격히 종헌종법을 존숭하는 가운데 상식과 원칙을 지킬 때 권위가 서는 법이다.
그러나 종헌위배사항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서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을 통째로 강제하려다 보니 화합의 틀이 깨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종단이 지나치게 종헌을 외골수적으로 해석해 불통(不通)이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미 역대 종단에서도 몇 차례의 고비 때마다 화합승가의 정신을 발휘해 슬기롭게 해결한 전례가 있었다. 이를 거울삼아 보다 진일보한 종책이 올해엔 펼쳐지길 기대한다.
불교저널
budjn200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