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이 9일 신년하례에서 “불교계에 가장 시급한 일은 사부대중의 화합(和合)을 이루는 것”이라며 “출가본분사를 잊지 않고 화합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을미년 종단하례를 맞아 종정예하의 가르침을 성심으로 받겠다”며 “원로의장스님과 원로의원스님을 편안케 모시고 예하의 뜻을 실천하여, 종도들은 화합하는 지혜로써 행복한 사회를 위해 정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우리는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이러한 화답이 의례적인 언사로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종정예하의 가르침을 성심으로 받겠다’는 것을 진심으로 보여주려면 종단의 올해 사업계획에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 겉으로는 화합을 외치면서 안으로는 ‘패대기 행정’을 실시해 온 것을 우리는 이전에도 수차례 목격했다. 따라서 총무원 집행부는 종정과 총무원장이 신년하례에서 주고받은 말씀을 존중해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실천해 주길 진심으로 촉구한다.

화합은 일찍이 부처님께서도 누누이 강조하신 가르침이다. 승가는 화합과 뗄 수 없는 동일한 의미구조이며 화합은 곧 승가의 표징(標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조계종단은 소모적인 정쟁(政爭)과 강압적인 법시행(法施行) 등으로 갈등과 분란을 야기했다. 종단의 권위는 결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엄격히 종헌종법을 존숭하는 가운데 상식과 원칙을 지킬 때 권위가 서는 법이다.

그러나 종헌위배사항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서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을 통째로 강제하려다 보니 화합의 틀이 깨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종단이 지나치게 종헌을 외골수적으로 해석해 불통(不通)이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미 역대 종단에서도 몇 차례의 고비 때마다 화합승가의 정신을 발휘해 슬기롭게 해결한 전례가 있었다. 이를 거울삼아 보다 진일보한 종책이 올해엔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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