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존 최고본(最古本)으로 밝혀진 ‘쇼묘지(稱名寺) 소장 가나자와문고(金澤文庫) 보관 《대승기신론소별기》’. 가마쿠라시대인 1331년 무렵 필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제공=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대승기신론소》 투루판본도 독일에서 발견
“8~10세기 제작·둔황본과 함께 가장 오래돼”

현재 유통되고 있는 원효 스님의 《대승기신론소별기(大乘起信論疏別記)》 보다 300년 이상 앞선 가마쿠라(鎌倉) 시대 필사본이 일본 가나자와문고(金澤文庫)에서 발견됐다. 또 현재 전하는 《대승기신론소》 중 가장 오래된 둔황본과 비슷한 시기인 8~10세기에 필사된 투르판본 단간(斷簡)이 독일에서 발견됐다.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원장 김종욱)은 12일 오후 2시 동국대학교 본관 로터스홀에서 발표회를 열어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가나자와문고본 《대승기신론소별기》(이하 《별기》)와 투르판본 《대승기신론소》(이하 투르판본)이 잇따라 발견됨에 따라 불교문화연구원이 2017년 원효 스님 탄생 1400주년을 앞두고 추진하고 있는 ‘《대승기신론소》 정본화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별기》는 불교문화연구원 HK사업단이 일본 내 원효 저술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천학 HK사업단 교수와 도츠 아야노(道津綾乃) 가나자와문고 주임학예원, 오카모토 잇페이(岡本一平) 도요대학(東洋大學) 동양학연구소 객원연구원이 발견했다. 《별기》는 원래 쇼묘지(稱名寺)가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가나자와문고에 보관 중이다.

《별기》는 담예(湛睿, 1271~1346) 스님이 필사한 것이다. 스님은 1313년부터 의상 스님의 《법계도》, 태현 스님의 《대승기신론약탐기》 등을 필사했는데, 《별기》도 이 때 함께 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별기》는 《대승기신론소》 초고에 해당하는 문헌으로 원효사상의 이론적 기초를 살필 수 있는 대표적 저술이다. 그런데 《별기》는 현재 유통본인 ‘만치(萬治) 2년(1659년)본’을 저본으로 한 《대정신수대장경》 본과 380곳이나 다르다.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은 원효 사상을 새롭게 해석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기존 간본의 ‘往而不遍(徧)’은 《별기》에 ‘往而不返’으로 기재돼 있다. 이제껏 연구자들은 기존 간본에 따라 ‘가기만 하고 두루하지 않는다’라고 해석했는데, 《별기》에 따르면 ‘가기만 하고 돌아오지 않는다’로 해석할 수 있다. 전혀 다른 뜻이 된다는 것이다.

김천학 교수는 이에 대해 “원효 스님이 저술에서 《장자》를 많이 활용했다는 것은 연구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별기》의 ‘往而不返’은 《장자》 <소요유>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존 간본의 ‘十卷意者 欲明七識 是浪不非海相 在梨耶識海中故有生滅’라는 문장 중 ‘是浪不非海相’은 《별기》에서 ‘是浪非海’로 기재돼 있는데, 이 또한 전혀 달리 해석해야 한다. 즉, 기존 간본을 따르면 ‘물결이라는 것은 바다의 모습이 아닌 게 없다.’라고 해석하지만, 《별기》를 따르면 ‘물결이라는 것은 바다가 아니다.’이기 때문이다.

기존 간본의 ‘本由不覺 動心無起’라는 구절도 ‘본래 불각(不覺)으로부터 동심(動心)이 일어나지 않는다.’로 해석했지만, 《별기》의 ‘本由不覺動心起’를 따르면 ‘본래 불각으로부터 동심이 일어난다.’로 정반대의 해석이 된다.

김천학 교수는 “사본에 잘못된 부분도 있으나, 기존 간본의 잘못을 고칠 수 있는 곳이 상당히 발견됐다.”며, “사본과 간본을 교감해 원효 스님의 《대승기신론소별기》를 정본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학계는 19세기 후반 중국 난징(南京)의 금릉각경처(金陵刻經處)에서, 《대승기신론소》와 《대승기신론소별기》를 합쳐 간행한 《대승기신론소별기회본》(이하 《회본》)을 통해 원효 스님의 《대승기신론소》를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회본》은 편찬한 이들의 교감 근거를 알 수 없고, 《대승기신론소별기》도 일부만 수록하고 있어 연구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8세기 이후 동아시아 불교주석서에서 원효 스님의 《대승기신론소별기》를 인용한 기록을 조사해 비교 검토해 정본화하고, 재번역과 원효사상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독일에서 발견된 투르판본 《대승기신론소》. 세계 최고본(最古本)인 둔황본과 비슷한 8~10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대승기신론소》 투르판본은 원효 스님의 명성과 사상적 영향이 중앙아시아에까지 미쳤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의미 있다. 딩위엔(定源) 중국 상해사범대 교수가 발견한 투르판본은 《대승기신론소》이본(異本) 중 하나로 추정된다. 투르판본은 20세기 초 베를린박물관이 수집한 투르판컬렉션의 일부다.

딩위엔 교수는 2010년 영국 대영도서관에서 20세기 초 오럴 스타인(1862~1943)이 둔황에서 가져온 문서를 검색해 15행의 《대승기신론소》 단간을 발견한 바 있다. 또 중국 베이징대 소장문서에서 5행 단간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동양학연구소 소장 문서에서 3행, 9행, 10행의 단간을 추가 확인하기도 했다.

딩위엔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투르판본이 “둔황본과 비슷한 시기인 8~10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딩위엔 교수는 “(둔황·투르판 문서에서 발견한 《대승기신론소》) 사본 7점이 두루마리본이기 때문에 필사자와 필사 연대를 알아내는데 어려움이 크지만, 사본의 재질과 자체(字體) 스타일을 통해 대략적으로 8~10세기에 필사됐다고 단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둔황·투르판 문서에서 발견한 《대승기신론소》는) 지금까지 알려진 현존본 중 최고의 텍스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딩위엔 교수는 이어 “투르판 문서에서 새로운 《대승기신론소》 사본이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둔황 문서와 투르판 문서는 아직까지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는데, 특히 투르판 문서는 잔편(殘片)이 많고, 적지 않은 잔편이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사본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딩위엔 교수는 “둔황·투르판문서에서 발견한 《대승기신론소》는 비록 몇 점의 잔본이지만 신라 승려의 저작이 둔황·투르판 문서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 가능성이 아니라 확실한 사실임을 증명해 주었다”며 “둔황·투르판 문서에서 《대승기신론소》를 발견한 것은 《대승기신론소》가 중국 강남, 중원 등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서쪽으로 둔황과 투르판까지 전파되었음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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