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9년, 단기 4348년, 그리고 서기로는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불국토를 꿈꾸는 이 땅의 불자님들께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길 서원합니다.

올 해는 광복 70년이 되는 뜻 깊은 해입니다. 조국독립을 염원했던 불교선각자들을 생각하며 민족해방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그런가 하면 120년 전인 1895년 이 땅에서는 갑오경장의 연장선상에서 을미개혁이 전개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1894년 봄 외세에 의한 동학혁명의 무력진압으로 시작된 갑오경장의 대부분은, 명성황후가 일제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는 을미사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전후하여 전개됩니다. 이 때문에 을미개혁은 동학혁명, 청일전쟁, 을미사변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게 됩니다.

그 후 120년이 지나 다시 을미년을 맞이하며, 이제는 능동적으로 이끌어 가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새해에도 여전히 한국사회에 대한 걱정이 한창입니다. 오죽했으면 교수들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기는 거짓된 한국사회를 빗댄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지난 갑오년의 사자성어로 선정했겠습니까? 불신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사회를 보면서, 이제는 걱정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을미년에는 한국불교가 중심이 되어 그릇된 것을 깨트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내는 破邪顯正의 호쾌한 장도를 기원해봅니다.

번뇌와 미혹으로 가득한 이 땅에서 불교부터 스스로 깨어나 열반을 깨달을 때 한국사회에도 희망의 서광이 비칠 것으로 확신합니다. 불교 스스로 뼈를 깎는 아픔을 회피하지 않고 정도정행(正道正行)을 실천할 때, 갈등과 불신으로 둘러싸인 한국사회를 향하여 破邪顯正의 일갈을 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을미년 새해, 온 세상이 청양(靑羊)처럼 평화가 가득하길 서원합니다!

불기 2559년 을미년 새해

한국교수불자연합회 회장 심 익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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