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절은 도심에 자리잡고 있다. 내가 보성선원에 주지로 부임해 온 이래 3개의 목표를 세우고 그 실천을 위해 노력해 왔다.

첫째는 신행공간으로서의 역할이다. 한 마디로 불자 아닌 사람을 불자로 만들고, 이미 불자인 사람은 믿음이 더 굳건해지게 만드는 게 신행공간으로서의 역할이다. 우리절은 다른 절과 마찬가지로 신도들의 신심을 다지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만 별로 내세울 것은 없다. 우리절이 정작 자랑하고 싶은 것은 어린이ㆍ청소년법회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도량은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그 수가 50명에서 100명까지 들쑥날쑥하지만 예쁘고 순수한 아이들은 온 도량을 휘젓고 다니며 활기를 불어넣는다. 아이들의 소리를 들으면 나는 안도감이 생긴다.

둘째는 복지공간으로서의 역할이다. 우리 보성선원에서 그간 실행했던 몇 가지로 복지 운운하긴 어렵지만,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장 먼저 월 3회 노인급식을 꼽을 수 있다. 우리 동네의 어르신이든 아니든 묻지 않고 잘살고 못살고를 따지지 않는다. 처음엔 산채비빔밥으로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재료를 불문하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제공한다. 주1회의 공양을 나는 꿈꾼다. 뿐만 아니라 반찬 도시락도 배달한다. 우리 동네에는 홀몸어르신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분들 가운데 의탁할 곳이 없는 30가구에 1주일치 반찬을 제공한다.

‘자비의 나누기’ 행사로는 김장을 우선 꼽는다. 7년 전부터 해남에서 배추를 직송하여 순전히 국산재료로만 정갈하게 담가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에 제공하는데 대부분이 독거노인이다. 팥죽나누기도 한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팥죽을 끓여먹지 못하고 쓸쓸하게 동지를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6년 전부터 시작하였는데 반응이 꽤 좋다.

쌀나누기에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쌀과 된장, 쌀밥과 김치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민족이고 보면 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절 신도 가운데 복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절에 쌀을 시주하는데 그럴 때마다 주민센터를 통해 쌀이 필요한 집을 파악하고 형편껏 나눠준다. 영정사진 촬영도 뺄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절에서 액자로 만들어드린 분이 700~800분 가량 된다. 지금은 대상자가 없어서 잠시 쉬고 있다.

저소득 가구의 아이들을 위한 것으로는 가장 먼저 교복나누기가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는 시점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교복매장과 특약을 맺고 상품권을 발행하여 아이들에게 직접 전달한다. 아이들은 매장에 가서 교복을 고른 후 상품권으로 값을 치르고 교복매장에서는 그 상품권을 모아 우리절에 교복값을 청구한다. 아이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몸에 맞는 교복을 선물할 수 있다.

다음은 장학금 전달이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면 지역의 초등학교 3곳에 장학금을 전달하는데 기초생활수급자의 수를 기준으로 학교별로 배분을 한다. 비록 액수는 많지 않지만 아이들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맛보게 하는 소중한 기회이다.

셋째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이다. 나는 사찰이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음악감상회와 영화감상회, 영화관람 등을 하였으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더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다시 한 번 시도할 예정이다.

공치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보성선원이 위치한 지역주민들은 우리 동네에 이런 절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말한다. 다른 동네 사람들은 우리 동네에도 이런 절이 있으면 참 좋겠다고 말한다.
나의 새해 소망은 단 하나다. 모든 사찰이 ‘최소한’ 우리절과 같은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본지 편집인, 대구 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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