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미 천상과 인간의 모든 인연과 속박에서 벗어났다. 너희들 또한 그러한 속박의 밧줄로부터 벗어났다. 이제 너희들은 세상으로 나가라. 그리하여 세간의 안락과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위하여 설법하라. 세간으로 나갈 때는 두 사람이 한 길로 가지 말고 따로따로 다녀라. 이제 나도 우루벨라의 세나니가마(兵將村)로 가리라.” 《잡아함 39권 1096경》 ‘승삭경(繩索經)’

부처님의 전도선언은 곧 불자들의 사명과 직결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이르러 ‘마음만 깨끗하면 된다’는 입장에 따라 전법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불자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일부 불교계 및 단체에서는 전법의 사명을 망각한 체 사이비 불교로 빠지는 경우도 없지 않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부설 법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 ‘풍경소리’는 현대 한국불교에서 포교의 전위대로 묵묵히 활동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풍경소리’는 전국 지하철 및 철도를 중심으로 ‘자비의 말씀’을 전하고 있는 불교계의 유일한 대표적 포교단체다. 본지는 불기 2559년 을미년 새해를 맞아 오프라인에서 최고의 전법사 역할을 하고 있는 ‘풍경소리’를 찾았다. ‘화해와 나눔’의 메시지는 이미 ‘풍경소리’에 의해 지하철에 가득 탑재된 지 올해로 16년째를 맞고 있다. <편집자 주>


어느 사람이 대중을 향하여
“작은 솥 하나에 떡을 찌면 세 명이 먹기도 부족합니다. 그러나 천명이 먹으면 남습니다. 그 이유를 아시는 분?”하고 물었습니다.
아무도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멀찍이 서 계시던 노스님이 말했습니다.
“서로 다투면 모자라고 나누면 남지.”

‘나누면 남는다’는 제목으로 《송고승전》에 나오는 일화를 ‘풍경소리’가 서울시 지하철에 게시한 포스터 내용이다. 시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이러한 포스터는 현재 전국 지하철 및 철도 역사에 총 2,300개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월 제작 수량은 포스터가 5천매, 16절 크기 5천매, 5X7 크기 5천매, 엽서 크기 4만매다. 이 가운데 엽서 크기는 종교색채를 떠나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 사찰 및 관광지 등 휴게소와 화장실 등에 부착하기 딱 안성맞춤이다. 사람들은 부담 없이 읽어서 좋고 마음의 양식을 얻으니 더욱 좋다. 포교용으로 갈수록 성과가 높아진다.

그러나 수량에 비해 협찬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 2,300개의 포스터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고 하지만 협찬 사찰 및 단체는 875개에 불과하다. 전체 39.77%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없는 곳 땜질에 비용이 더 소모되므로 풍경소리 사무실 운영은 겨우겨우 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 풍경소리 회원들은 해마다 연수회를 통해 법음을 전하기 위한 원력을 다진다. 혜자스님이 대표이사로 있다.
▲ 표충사 템플스테이에서 발우공양을 하고 있는 회원 및 가족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풍경소리는 해마다 전법사업의 폭을 확대해 오고 있다. 풍경소리는 1999년 출범했다. 출범 2년째 2001년 5월 인터넷 전문업체 (주)엠쿨과 무선 인터넷 011 n-Top에 ‘자비의 말씀’ 서비스를 개시하는 업무 제휴를 맺었다. 이어 6월엔 전국 58개의 군법당에 엽서형 ‘자비의 말씀’ 7,000여 장을 배포했다. 같은 달 전국교정인불자연합과 협력해 전국 41개 구치소·소년교도소·교도소·감호소에 엽서형 ‘자비의 말씀’ 1,600여 장을 돌렸다. 이 해 부처님오신날을 전후로 82일간 봉축열차를 운행해 호평을 받았다. 이 공로로 당시 대표이사였던 성운스님(현 삼천사 주지)이 고 건 서울시장으로부터 표창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아암 어린이 돕기 위해
첫 불교문화체험전 개최
해마다 봉축기간 전후로
모금행사 펼쳐 나눔 실천

소아암 어린이 환우를 돕기 위한 불교문화체험전도 2004년 처음으로 개최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소아암 어린이 돕기 제1회 불교문화체험전을 잠실 롯데월드 3층 롯데민속박물관에서 갖고 여기에서 들어온 수익금 1,500만원을 소아암 협회에 전달했다. 다음 해에도 소아암 어린이 돕기 행사를 대표이사 혜자스님이 주지로 있던 도선사에서 전개해 소아암을 앓고 있는 2명의 어린이 가족들에게 각각 500만원씩을 기부했다. 소아암 어린이 돕기 성금 모금행사는 해마다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 대표 이사 혜자스님이 소아암 환자 돕기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도 펼쳤다. 2013년 4월 서울어르신상담센터를 대상으로 명상집단상담 프로그램 ‘마음 챙기기’를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또 4월부터 원주시 행구동 노인정을 방문해 12월까지 매주 금요일 봉사활동을 펼침으로써 불교와의 친근성을 도모했다.

‘풍경소리’가 전법의 활동 속에서도 본격적으로 나눔을 소재로 삼게 된 것은 2013년. 나눔운동본부에서 나눔교육거점기관으로 지정해 충북충주지회를 맡게 됐다. 850만원을 지원해 충주지역에서 나눔예비활동가 대상 교육이 실시됐고 풍경소리 포스터를 통해 나눔캠페인을 전개했다. 특히 나눔교육 워크숍을 개최해 나눔운동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성과를 이루자 이러한 공로가 알려져 대한불교진흥원이 제정한 대원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게시판에 실린 글 모아
 '풍경소리 1~4권' 출간
 지난해 성북구에서 청소년
 정신건강 프로젝트 수행

풍경소리가 추구하는 ‘나눔’은 물질적 베품보다 정신적 베품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하면 ‘법보시(法布施)’다.

사무실이 소재한 성북구를 상대로 취약청소년 정신건강실태조사 프로젝트를 따낸 것은 명상을 보급하려는 ‘풍경소리’의 원력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지난 해 3월 ‘풍경소리’는 프로젝트가 채택된 데 따라 5월 성북아동청소년네트워크, 함께하는 성북마당, 성북사회적경제 연합회 등 성북지역 만들기 및 청소년 교육단체에 가입했다. 이어 8월에 성북지역 청소년 정신건강실태조사를 시작해 연말에 보고회를 성공리에 마쳤다. 또 서울노인복지관(관장·희유스님)과 노인상담 명상 프로그램 보급을 위한 MOU도 지난 해 5월 맺었다.

군법사가 없는 군부대를 대상으로 법회지원 및 ‘자비의 말씀’ 보급도 10여 년째 해왔다.

▲ 풍경소리는 군법사가 없는 군부대를 대상으로 해마다 법회지원을 해오고 있다.


 나눔교육 거점기관으로
 충북 충주지회 운영
 나눔운동 성과 기하자
 재작년 대원상 수상해


내부적으론 ‘자비의 말씀’ 나누기 포스터 보급처도 꾸준히 늘려 나갔다. 출범 첫 해 9월 서울지하철공사 소속 115개 역사에 460개 게시판을 설치한 ‘풍경소리’는 같은 해 12월 서울지방철도청 소속 수도권 전철 100개 역사에 게시판 설치 승인을 받았다. 이어 2000년 5월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147개 역사에도 ‘자비의 말씀’ 설치 승인을 받는 등 전구간 365개 역사에 게시판을 설치하게 된다. 부산교통공단 소속 55개 역사에 220개소의 게시판이 설치된 것은 2001년 4월. 인천지하철공사 소속 22개역은 2002년 3월에, 2004년 6월엔 광주광역시 도시철도공사 구간 1호선 1구역 13개 역사에 26개 게시판을 달았다. 또 2005년 4월엔 천안, 두정, 성환, 평택, 서정리 등 천안선에 16개의 게시판이 설치됐다. 같은 해 대구 지하철공사 소속 2호선 26개역에 게시판 설치 승인, 2011년 3월 경춘선 18개 역사에 게시판 부착 등 ‘풍경소리’의 법음 전하기는 꾸준히 지속 확산됐다.

물론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먼저 서울지하철공사법우회, 철도청불교단체협의회, 도시철도공사법우회 등이 ‘풍경소리’의 행보에 작지 않은 도움을 안겼다. 진각종의 경우엔 2001년 연말 수도권 전철 역사 게시판 제작설치비를 전액 협찬했다.

불자 문학가와 화가들도 빠뜨릴 수 없는 지원군이었다. 수필가 맹란자씨를 비롯 김원각 원로시인 등과 판화가 강행복씨, 화가 박준수 · 조병완 작가 등은 ‘자비의 말씀’ 포스터 글과 도안을 책임진 인물. 글과 그림이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자 《풍경소리 1》(2001. 샘터사 간), 《풍경소리 2》(2004. 샘터사 간), 《풍경소리 3》(2009. 샘터사 간), 《풍경소리 4》(2012. 샘터사 간)가 책으로 발간돼 꾸준히 인기를 누리며 팔리고 있는 스테디 셀러로 남고 있다. 특히 정진권 선생의 ‘한 생각 바꿨더니’란 글은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말하기 듣기’ 국정교과서에 채택되기도 했다.

시련도 있었다. 2012년 8월 서울도시철도가 풍경소리 철거계획을 통보해 왔다. 무상설치기간이 끝났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풍경소리 게시판 철거를 반대하는 Daum 아고라 청원이 온라인에서 거세게 번졌다. 반대여론이 들끓자 서울시는 한 달 만에 철거계획을 백지화한다고 선언했다. 공공기관에서 상업성을 지나치게 앞세운다는 시민들의 비판이 주효했던 것이다.

2015년 첫날, ‘풍경소리’는 화해와 나눔의 메시지를 안고 달리고 있다. 세상을 깨우는 열차의 기적소리처럼 화해와 나눔으로 따뜻한 새해를 맞기를 모든 이들은 한결같이 염원한다.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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