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史, 물꼬 트겠습니다"

 

“한국불교 근·현대사의 중요한 거점인 선학원을 입체적으로 연구하며, 그 위상을 다져나가는 중임을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상임연구원으로서 최선의 노력으로 최대의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4월 17일부로 한국불교선리연구원(이하 ‘선리연구원’)의 두 번째 상임연구원으로 임용된 오경후 박사(41·사진). 그는 ‘최선의 노력’과 ‘최대의 성과’라는 말로 상임연구원으로서의 각오를 보였다.

지금까지 불교사학계에서는 근·현대 불교사의 중요 승가공동체로 ‘선학원’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지만, 정작 ‘선학원’을 연구 주제로 삼기보다는 종단사의 일부분으로만 다루어 왔을 뿐이었다.

이로 인해 선학원은 종단사 연구 과정에서 드러난 단편적인 성과만으로 조명될 수밖에 없었고, 그 위상이 축소·왜곡되는 수모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에서 선리연구원이 불교사학 전공자를 상임연구원으로 임용한 것은, 기존의 불교사학계 풍토를 개선하고 선학원 연구의 폭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우선 1910년부터 선학원 관련 1차 사료를 모으고,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진행해 ‘역사자료집’ 발간을 서두르고 싶습니다. 이는 선학원 정사(正史)의 궤적을 찾아내고, 선학원 연구 주제를 새롭게 발굴하기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합니다.”

오 박사에 따르면, 기존의 선학원 관련 연구 주제와 성과들은 ‘지나치게 중복되며, 답습되고’ 있는데, 이는 ‘한정된 사료에만 의존한 채 선학원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 박사는 새로운 사료 발굴을 위한 전(全) 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찾아낸 역사자료를 재해석하는 일을 선결 과제로 삼고 있다. ‘역사자료집’ 발간만이 선학원 연구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책상에만 머물기보다, 발로 뛰는 연구원’이 되겠다는 각오입니다. 선학원 창설 당시 관련 사찰을 방문해 서고를 뒤지고, 당대 선학원 관련 스님들의 문집에서 관련 사료를 모으고, 당대 선학원 상황을 반추해 행간(行間)을 읽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근·현대 불교사에서 선학원의 위상을 정립하고, 구체적인 활동을 밝히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오 박사는 1920년대 한국 불교계의 원대한 포부에서 선학원이 창설되었지만, 지금에서는 그 정신을 계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역사·문화적 관점에서 설립 정신을 분석해, 그 정신을 현대화, 대중화하는 로드맵(Road Map)을 세우는 데에도 관심을 갖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