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년 불교와 1,700년 한국불교의 유구한 역사와 정신문화의 보고인 불조혜명을 잇고 있는 현 우리 종단은 ‘참회’라는 부끄러운 말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소납은 33대 자승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추대하고 3년간 총무부장으로 재임하며 우리 종단을 이 지경으로 만든 한 사람입니다.

총무원 집행부를 비롯한 범계 행위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만연해 있습니다. 백양사 도박사건 후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자성과 쇄신결사는 허울뿐이었습니다.

도박사건 이후 들불처럼 번진 또 다른 16명에 대한 상습 고액도박 폭로에 이어 우리 종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미를 대낮에 경찰과 기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건립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으로 납치 감금해 고문에 가까운 폭력을 행사해 관련자들이 징역형을 선고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역시 국고로 지은 한국문화연수원에서 밤샘 술판을 벌여 언론이 대서특필했고, 법인법의 형평성을 상실한 적용으로 분종사태를 초래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자성과 쇄신 결사를 전면에 내세운 종단의 민낯입니다.

어디 이 뿐입니까? 결혼하거나 성 매수를 한 승려를 문서견책하고, 술에 취해 대리운전기사를 골프채로 폭행해 징역형을 선고받아도 동국대 감사로 추천하고 수말사 주지로 임명하는 것은 무슨 연유인지 반문하고자 합니다.

종단에 비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할 종회의원이, 일부이긴 하나 온갖 위법, 탈법, 편법을 동원해 당선된 종회의원이 집행부의 홍위병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소수 야당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동안 송담 큰스님 탈종선언의 충격에 참회의 뜻으로 당면과제인 직선제에 대한 공청회 세미나를 연기하고 종회의원 선거에 임하면서 종책도 발표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불제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직능대표 선출 논란에 대해 양측이 변호사 자문을 구한 것은 사회법 소송으로 가기 위한 준비 절차를 밟은 데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입니다. 이 문제는 법적 하자에 관한 문제여서 가부를 표결할 수 없는 사안이고, 만약에 이대로 의장단을 선출하는 등 원 구성을 한 뒤 각종 표결할 경우, 이후 재심호계원과 사회법 판단으로 20명에 대해 무효가 확정되면 원구성은 물론 표결까지 모두 무효가 돼 종단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됩니다.

따라서 종단의 혼란을 막고 중앙종회가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심호계원 판단 후 중앙종회 차원에서 사회법 판단을 구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제16대 중앙종회 원 구성을 보류해야 할 것입니다.

밤샘술판 등 각종 범계에 종도, 불제자, 도반이라는 이유로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 것에 대해 참회하고, 대국민 약속이었던 계파 해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또한 참회하고 또 참회합니다.

33대 총무원장 선거 때는 그간의 폐해를 막아 선거혁명을 이뤄보자는 종도들의 염원도 있었습니다. 백양사 도박사건 직후 부실장단이 일괄사표를 낼 때는 자승 원장스님이 저에게 ‘임기 끝까지 가자’고 했습니다. 소납은 ‘그건 쇼 하자는 거다. 그럴 수 없다’며 미련 없이 총무원을 떠났습니다.

현 종회는 개헌의석을 확보하면서 총무원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은 죽었습니다. 종회는 선거과정의 불법에 이어 폭력승을 종회의원으로 출마시키고 압도적으로 당선시킴으로써 종회가 폭력을 용인하고, 은처를 용인하고, 승려의 음주소란을 용인하고, 성희롱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33대에 이어 34대 집행부는 결사의 뜻마저 왜곡하고, 기도의 의미도 변질시키고, 속인도 꺼려하는, 속인에게 절대 하지마라고 가르치는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고 있습니다.

‘욕망이 커서 이 세상의 권세만 탐하는 이는 파멸의 문에 들 것이다.’라는 <숫타니파타>의 부처님말씀이 뼈저리게 와 닿는 순간입니다.

임시의장으로 목탁을 칠 수 없다고 사료되어 의사봉을 놓고
최다선 의원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참회정진에 돌입하겠습니다.
이것이 자성과 쇄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비불교적인 언사가 있었다면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6대 임시 의장 영담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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