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수술 해놓고 환자에 잘못 전가하는 꼴

“선학원 문제는 종단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선학원은 이제 독립종단이나 다름없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23일 오후 출입기자단과 남산 산책과 저녁 공양 후 가진 다담에서 법인법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선학원과의 관계에 대해 종단 차원의 해결 노력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스님은 “선학원은 좋은 취지로 설립됐지만 사찰을 사유화하고 종단 간섭을 피하려는 사찰들이 들어가면서 잘못됐다”며 “애종심도 소속감도 없다. 종단과의 갈등이 좋은 명분을 준 것 같다. 독립하기 위해 멸빈을 기다리는 사람들 같다”고 말했다.

스님은 “선학원이 정관을 변경해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는데 종단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느냐”며 “종지종통 봉대를 정관에 명시한 후 대화를 하겠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종헌·종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종단보다는 수덕사와의 관계가 더 얽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스님은 “수덕사와 선학원 간의 문제는 수덕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승스님의 이런 발언은 종단 수장으로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마치 의사가 수술을 엉터리로 해놓고 환자에게 잘못을 전가하고 있는 격이다.  

한편, 스님은 종회의원을 87명으로 늘리고 최근 법인등록을 마친 대각회를 특별교구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중앙종회의원 증원은 대각회 지분으로 중앙종회의원 두 명을 배정하고, 재적승이 500명 이상 되는 교구에 1명씩을 더 배정하는 등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재적승이 100명도 안 되는 관음사와 500명이 넘는 통도사가 똑같이 종회의원을 두 명 선출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스님은 대각회 특별교구화에 대해서도 “별 문제가 없다”며, “본사가 폐지된 제20교구 선암사를 대신하는 교구본사화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산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앙분담금을 동결하지 않으면 5~10년 후에는 예산 규모가 5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한 스님은 “분담금을 줄이지 않으면 교구에서 문화·복지·포교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며, “교구가 지역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분담금을 동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분담금으로 예산을 짜는 일은 이제 한계상황에 이르러 수익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일반사업체와 같은 수익사업은 위험하므로 부담이 적은 로열티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로열티 사업의 일환으로 판매하고 있는 감로수를 1200만 불자가 한 병씩만 사줘도 분담금 문제는 해결된다”며 “인식 전환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30년 정도의 장기적인 안목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계종총본산성역화불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스님은 “조계사를 성역화하고 주변의 경복궁, 인사동을 잇는 관광벨트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차장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조계사 앞 도로를 지하주차장화해 줄 것을 서울시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님은 또 “지상도로도 찻길을 줄이고 자전거 도로를 넓히는 등 시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려운 일들이 많지만 임기 내 첫 삽을 뜨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성역화불사가 시작되면 종무기관 일부와 신행단체가 입주해 있는 전법회관을 헐어야 할 것”이라며 “입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포교원과 교육원을 국제선센터와 봉은사로 각각 내보내거나, 국제선센터로 모두 내보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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