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된 불교문화재의 종합 방재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사진은 2008년 3월 수덕사에서 열린 사찰 소방 합동훈련 장면.
민족의 자존심이랄 수 있는 국보 제1호 숭례문이 최근 화재로 하루 만에 잿더미로 변했다. 경비시스템이 허술하고 접근이 용이한 목조건축물은 화재 위험에 쉽게 노출돼 방재(防災)·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제2의 숭례문과 낙산사 화재’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불교계에는 국보급 목조문화재가 많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발간한 『2007년 문화재연감』에 따르면 2006년 12월 31일 현재 국보로 지정된 사찰건축물은 총 13곳으로 목조문화재의 59%를 차지한다. 보물인 사찰건축물은 목조문화재의 약 55%인 67건이다. 이와 함께 불화 9건 불상 36건이 국보로, 불화 74건 불상 82건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외에 사적이나 천연기념물, 비지정문화재까지 합친다면 불교계 문화재 수는 더 될 것으로 추정된다.
실재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발간한 『2006년도 화재통계 연감』에 따르면 2006년 한해 동안 사찰에서는 63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1997년부터 2004년까지 8년 간 사찰에서 416건의 화재가 발생해 해마다 약 50건 이상 화재가 일어났다(『2004년도 화재통계 연감』참조). 또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동안 32건의 문화재에 화재가 발생해 8억9천여 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그러나 문화재는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고, 복원에 많은 돈이 투여돼 실제 더 많은 손실을 가져온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사용자부주의·방화가 원인
그렇다면 왜 이같은 사찰 화재가 발생하는 것일까. 1997년부터 8년 간 사찰 화재의 원인은 전기에 의한 화재가 약 42%를 차지했고, 사용자의 부주의에 의한 화재가 24%, 방화에 의한 화재가 6%를 차지했다.
조계종이 발간한 『2006 주요사찰 방재대책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5년 4월 발생한 낙산사 화재는 산불에 의한 것으로 보물 제479호 낙산사 동종이 종각과 함께 불에 타 사라졌다. 보물 제163호였던 전라남도 화순 쌍봉사 대웅전은 1984년 신도들이 연등을 거는 과정에서 부주의로 불이 나 전소됐다. 김제 금산사의 대적광전(보물 제476호)은 타종교 광신도의 방화로 전소되고 봉안돼 있던 탱화와 불상 등이 모두 소실됐다.

허술한 관리, 제3의 화마(火魔) 우려
이처럼 많은 불교문화재가 화마에 휩쓸려 사라지는 재난을 겪었지만, 아직 불교문화재관리 수준은 허술하다. 3년 전 낙산사 화재 후 정부는 중요 목조문화재 124곳에 정해 방재시스템 구축에 나섰지만 문화재청이 방재대책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해인사와 봉정사, 낙산사, 무위사 등 4곳에 불과하다. 불교문화재뿐만 아니라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숭례문에도 설치된 소방시설은 소화기 8대와 상수도 소화전이 전부였다.
11일 경북도와 경주시 등에 따르면 경주 지역의 경우 311점이 국보, 보물, 민속자료 등으로 지정돼 있으나 이 가운데 스프링쿨러가 있는 곳은 전무하다. 화재감지기는 불국사 등 3곳에만, 옥외소화전도 불국사, 석굴암 등 12곳에만 설치돼 있다.
2005년 낙산사 사고 후 국가차원에서 사찰문화재 방재시스템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조계종은 언제든지 제2, 제3의 ‘숭례문 화재’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계종 문화부는 “권역별 30개 주요사찰 방재대책 현황조사 결과 사찰은 △소방용수 부족 △비효율적 소화전 배치 △화재경보시스템 미비 △방화수림에 대한 인식 부족 △상황 발생시 행동지침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의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행동지침의 경우 문화재청이 2005년 12월 ‘문화재별 화재 위기 현장대응 메뉴얼’을 만들었으나, 실제로 불이 났을 때 필요한 사항과 문화재의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 지침이 없다. 이외에도 소방 훈련이나 교육 문제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정부 차원서 예산 확대해야
그렇다면 향후 불교문화재의 화재를 막으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조계종 측은 현재 각 사찰별 방재대책 수준 편차가 심하므로 현황조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는 문화재 소방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주변환경 △정비 제도 개선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 조계종 문화부은 “이번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목조 건축물에 대한 종합적인 방재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예산의 증액과 관련 법규 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철주/전 만불신문 기자

예산부족으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오던 전국 124곳 중요 목조문화재에 대한 첨단방재시스템 구축이 국보 1호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대폭 앞당겨질 전망이다. 또 문화재 방재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문화재 화재 대응 매뉴얼도 마련된다.
문화재청은 2월 24일 방재시스템 조기구축과 관련 법령 및 기준을 정비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는 중요문화재 화재 종합대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안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이번 숭례문 화재로 목조문화재에 대한 방재 대책이 시급해짐에 따라 이르면 내년까지 2개년에 걸쳐 124곳에 모두 방재시스템을 조기 구축키로 했다.
또한 숭례문 화재 진압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관련기관 사이에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정밀실측도면 등 문화재에 대한 정보도 소방당국에 미리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실효성이 떨어지는 현재의 문화재 화재대응 매뉴얼을 개선, 보완해 문화재의 유형과 주변 환경을 고려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하고 소방, 전기, 가스 등 시설물 설치 및 유지관리 기준과 문화재 개방 관련 안전기준을 정비하는 등 문화재 방재 제도도 손질할 방침이다.
당초 문화재청은 양양 낙산사 화재를 계기로 지난 2006년 전국 124곳 중요 목조문화재를 선정해 첨단 방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관련 예산 15억 원을 확보해 합천 해인사, 강진 무위사, 안동 봉정사, 양양 낙산사 등 4곳에 최첨단 방재시스템을 구축 시범사업을 연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해인사의 경우 팔만대장경판전을 산불 등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방수포 시설이 설계변경 승인을 받지 못해 시공자체가 미뤄지고 있는 등 나머지 120곳 문화재에 방재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최소 20년 이상이 걸린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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