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이종우, 장영우, 고영섭, 인환 스님, 홍기돈, 김준혁.

한국불교선리연구원(연구원장 법진 스님, 이하 ‘선리연구원’)은 2월 20일 제 4차 월례발표회를 개최했다. 인환 스님(선리연구원 고문) 등 30여 사부대중이 동참한 가운데 고영섭 교수(동국대 불교학과) 사회로 진행된 월례발표회에서 장영우 교수(동국대 문예창작학과)의 논문 ‘한국 현대소설과 불교’가 불교를 소재로 한 한국 현대소설의 의미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날 장 교수는 불교를 제재로 한 한국 현대소설을 시대 순으로 살펴보면서 “소재주의 유혹에서 벗어나 불교적 세계관과 상상력, 불교문학의 외연과 내포를 확장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을 강조했다.
장 교수가 주제발표에서 살펴본 작품은 이광수의 『세조대왕』과 『원효대사』, 김동리의 『솔거』 연작과 『등신불』, 김성동의 『만다라』이다.
▲ 장영우 교수.
이광수의 『원효대사』에 대해 장 교수는 “이광수는 작품창작 경위에 대해 ‘그가 내 마음을 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우리 민족적 특징을 구비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것은 작중인물 원효에게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상당부분 이입했음을 고백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특히 요석공주와의 관계로 청정비구의 자신감을 상실한 원효의 심정을 표현한 대목은 조국과 민족을 위한 자신의 행동이 변절 혹은 친일행위로 해석되는 현실에 대한 고뇌와 불만의 투사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원효대사』에서 『화엄경』『법화경』등 경전인용이 빈번해 편안한 독서를 방해하고 『대일경』의 일부마저 인용하는 것은 이 소설이 불교사상을 내재화하지 못하고 자신의 사상을 전달하기 위한 방으로 삼았다는 비판의 근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동리의 『솔거』 3부작에 대해 장 교수는 “『솔거』『잉여설』『완미설』 세편의 연작소설 가운데 표면구조상으로나마 불교와의 친연성을 보여주는 작품은 『솔거』 한 편에 불과하다”며 “이 작품에서조차 불교는 삶의 허무를 초월하려는 작중인물의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 솔거와 같은 예술적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으로 불화 모티브가 전경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등신불』과 관련 장 교수는 “소설의 결말 부분은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언표로 요약되는 선종의 비의를 성공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에 힘입어 일반에게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며 “『등신불』은 ‘나’의 출가의 ‘만적선사’의 소신공양 등 매우 중요한 불교적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들이 불교의 기본 정신과 많은 부분에서 불화와 충돌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불교소설로 평가하기 곤란한 문제들을 내포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장 교수는 김성동의 『만다라』에 대해 평가하면서 “기존의 불교소설이 성취했던 높이를 단숨에 뛰어넘은 문제작”이라며 “이 소설의 강점은 한 작가의 절실한 출가 체험을 바탕으로 한 강렬한 핍진성과 진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장 교수는 『만다라』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러나 지산의 파계가 자칫 진정한 수행인 거처럼 과장하는 일체의 행위는 경계돼야 마땅하다”며 “지산과 법운이 강한 동류의식으로 맺어진 배경에는 그들이 자신의 문제(화두)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패배의식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러한 자포자기적 심리 상태에서 연출된 행동이 감상적 허무주의의 벽을 넘어서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불교를 제재로 한 한국 현대소설의 흐름의 한계성을 지적하면서 “전정한 불교문학이란 그것이 취급하고 있는 제재나 등장인물의 신분과 상관없이 불교적 진리와 가치관을 추구하는 내용의 작품이어야 한다”며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은 열여덟의 어린 나이에 사창가에 팔려왔지만 형무소 죄수들에게 보시의 삶을 실천하는 백화의 모습을 통해 불교소설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홍기돈 교수.
한편 이번 월례발표회에서 장 교수의 발제 논평에 나선 홍기돈 교수(가톨릭대)는 “근대라는 시점에서 불교소설은 불교사상 이를테면 불일불이(不一不二)라든가 자타불이(自他不二)를 담아내기에 근본적이 어려움이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현행 문학 제도의 바깥까지 아우르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불교소설이라고 하면 소재 차원에서 분류한 것일 뿐 사상의 측면에서 접근한 것은 아니었다”는 데 주목한 홍 교수는 “문면에 굳이 불교가 소재로 등장하지 않더라도 사상의 측면에서 조명하여 불교소설의 문맥으로 재배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불교의 가르침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를 깨닫는 것이며, 이는 불교 소설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도 한 가지 방편”이라고 강조했다.

편집실/

▲ 문을식(좌상), 공만식(우상), 유근자(좌하), 정영식(우하).
한국불교선리연구원(원장 법진 스님)은 2월 11일 제2회 ‘선리연구원 학술상’ 수상자 4명을 확정?발표했다. 올해 처음 마련된 ‘우수상’ 수상자에는 문을식 박사(원광대 강사)가 선정됐다.
문 박사의 논문 ‘용수의 『십주비바사론』에 나타난 출가보살과 재가보살의 계에 대한 연구’는 수계와 지계 문제를 대승 논.서에 근거해 풀어 보려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계와 율에 대한 재조명과 현실적 응용은 시급한 문제이며 본 연구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좋은 지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학술상에는 공만식 박사(동국대 강사)가 논문 ‘초기불교의 음식과 수행의 관계에 대한 고찰’, 유근자 박사(동국대 강사)가 논문 ‘간다라 출가유성 불전도(佛傳圖)의 연구’, 정영식 박사(부산대 강사)가 논문 ‘간화선과 화엄의 관계-대혜종고를 중심으로 해서’ 등으로 각각 선정됐다.
우수상은 500만원, 학술상은 3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되며, 시상식은 오는 5월2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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