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을 믿지 않고는 들어가는 법이 없다. 이야기나 의문, 공론 또는 이치를 아는 것으로 알 수 없다. 비록 아는 것이 없고 이치를 몰라도, 믿을 신(信)만 확실하면 저절로 쑥 들어간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의논해 보았자 헛수고다.
불법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들어가지도 않는 법이다. 우리는 거의 모양과 형식으로 하는 중노릇일 뿐이다. 중노릇이 모양으로 되어가는 법은 아니다. 그까짓 모양이 불법을 아는데 무슨 필요가 있는가. 모양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은 무명의 탈을 한 껍질 더 뒤집어쓰고 짐승의 업을 짓는 것일 뿐이다. 탁한 물이라고 해서 불법이 아닌가. 탁한 물도 젖는 것은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젖는 것이 물의 성품이기 때문이다. 불법의 성질도 이와 같이 되어있다.
불법이란 것은 무엇을 닦고 닦을 것이 아니며, 닦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도리는 모르고 마음을 닦는 것은 마치 똥으로 거울을 닦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이름 있다고 하는 물건들의 법문을 아무리 좋게 수록한다 해도 그것 역시, 그 물건들이 뱉어 놓은 가래침이고 똥덩어리다.

편집실/


춘성 스님은 1891년 3월 30일 설악동에서 태어나, 1901년 11세에 백담사로 출가, 13세에 만해 한용운 스님의 제자가 되어 10여 년 동안 시봉하며 공부했다. 석왕사에서 대교과를 마치고, 1919년에 설악산 신흥사 주지를 역임했다. 이 후 석왕사를 거쳐 1929년 만공선사의 법을 이었다. 1950년 6.25전쟁 중에는 망월사를 지켰고, 전쟁 후 절을 중수했다. 1977년 8월22일 봉국사에서 세수 87세, 법랍 74년으로 입적했다. 유언에 따라 다비한 사리와 재를 서해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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