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초대 청와대 수석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우리들은 이명박 씨를 제17대 대통령으로 맞이했다. 축복할 날이었다. 그런데 씁쓸하다. 국무총리와 장관들을 임명하지 못한 채 새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정부조직법 개정이 늦어진 것이 첫째 원인이다. 더 큰 원인은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적 흠결(欠缺)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받아들인 사람들이 보기에는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미국국적 자녀’ 등의 의혹쯤이야 무에 그리 흠이 되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보통사람들이 보기에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전국에 40여 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고, 재산이 매년 10억원씩 증가했다는 데 대해 의아해하지 않을 보통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다가오는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이 든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후보자들을 비난하고 나서는 형국이다. 원희룡 의원은 ‘땅을 사랑한다’, ‘30억을 모은 건 양반이다’는 일부 장관후보자들의 해명 발언을 예로 들어 “정말 평생을 모아도 1억원도 못 모으는 서민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말씀을 하기 때문에 참 난감하다"면서 논란이 된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해명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두 사람의 문제라면 그럴 수도 있다며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후보자 거의가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명박 정부를 ‘땅부자 정부’, ‘의혹투성이 정부’라고 부르는 비아냥이 사실로 회자될 것이다.
15명의 후보자 중 5명(김경한 법무, 정종환 국토해양, 강만수 기획재정, 원세훈 행정안정, 이영희 노동)은 병역면제 사실이 의문시되고 있다. 140여억원의 재산을 신고한 유인촌 문화부장관 후보자는 “배우 생활 35년에 140억원의 재산은 벌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재산의 부실신고 내지 허위신고 의혹을 받고 있다. 남주홍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부인의 부동산 투기 및 누락 신고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는 농사를 짓지 않으면 소유할 수 없는 절대농지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과 세금 체납 의혹이 불거졌다.
김성이 복지부장관 후보자는 논문 5개를 내용과 제목 등을 바꿔 학술지 등 12곳에 중복 게재한 자기표절 의혹과 청소년보호위원장 시절인 2001년 공금 1천280만원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와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후보자,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우리 사회에서 한때 부(富)는 드러내기 껄끄러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부자에 대한 질투심이 작동하기도 했거니와 드러내놓기 부끄러운 치부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는 부끄러운 것이 전혀 아니다. 정당한 노력의 결과냐가 중요하다. 무소유를 지향하는 불교에서도 부는 장려되고 있다. 가족과 이웃에 대해 책임을 다 하고, 널리 중생들을 이롭게 하는 수단으로서 부는 긍정되고 있다.
어느 집단이든지 지도자에게는 집단을 이끄는 능력과 함께 높은 도덕성이 요구돼 왔다. 2000년 전에 살았던 공자는 이미 “위정자의 행동이 옳으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국가는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그러나 위정자의 사사로운 행동이 옳지 않으면, 명령을 내려도 백성들이 따르지 않을 것이다”(논어 자로편)고 설파했다.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후보자 모두 청문회를 거쳐 장관에 임명될 것이다. 정치는 어차피 타협의 과정인 것인만큼 야당인 민주당도 법적인 문제가 아닌 도덕적 문제를 가지고 임명동의를 부결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를 상당 부분 거둬들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50%대로 급락했다. 5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 당시 80%의 지지도와 비교할 때 한참 싸늘해진 민심이다.
이 대통령과 새 정부는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다. 야당이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원인 제공자는 이 대통령과 새 정부다. 이명박정부가 내세운 실용주의는 도덕적 둔감함이 아닐 것이다. 문제를 바로잡아 국민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것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것보다 더욱 실용적이다. 국민을 섬기는 것이기도 하다.

정성운/전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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