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영원한 창작의 주제이면서 작품 재료이다. ‘흙’과 함께 ‘땅[大地]’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흙이 물질적인 의미의 재료적 성분을 뜻한다면, 땅은 문화적 의미를 연상시킨다. 땅은 보다 포괄적이어서, 흙에 비해 많은 이야기를 제공한다. 땅은 문화를 생성시키고 역사를 보듬는다. 그래서 땅은 삶의 터전이자, 생명의 보금자리이다.


‘대지의 노래’

지난 3월 말 인사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는 흙과 땅의 모티브를 생각하게 하는 개인전이 열렸다. 도예가 변승훈<사진 designtimesp=13010 designtimesp=9056> 작가가 ‘대지의 노래’이라는 주제로 분청의 독특한 오브제를 선보였다.

이 전시회에는 목탄 드로잉을 바탕으로 흙, 유리가 어우러져 나무의 결을 표현한 ‘신목(神木)’, 만공 스님의 화두인 ‘세계일화(世界一花)’를 모티브로 한 ‘만다라’, 새로 솟아난 나뭇가지가 인상적인 ‘그루터기’, 한지를 붙인 채 구운 사각 화병 등 다양한 작품이 나왔다.

미술평론가협회 윤진섭 회장은 “20여 년을 분청사기와 함께 살아온 그이지만, 이번 개인전은 자신이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도조세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번 전시회를 평가했다. 사실 이번 개인전에 출품된 변 작가의 작품은, 그가 기존에 보여주었던 생활자기와는 사뭇 달랐다.

이를 변 작가의 갑작스런 변신으로만 보아야 할까. 아니다. 그는 “20년을 기다려온 개인전”이라며 “형태는 다르지만 흙을 소재로 ‘양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같지 않냐”고 설명했다. 즉, 기존의 작품이 몸의 양식을 담는 그릇이었다면,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마음의 양식을 담는 그릇이며, 그런 만큼 정성과 자부심을 담았다는 의미다.

생활 자기에서 회화적 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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