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한국에 나투셨다고 가정해 봅시다. 불자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부처님을 친견하려고 야단일 것입니다. 또 부처님께서 수보리존자와 대화하시는 녹음테이프가 시중에 나돈다면 어떻겠습니까. 아마 불티나게 팔릴 것입니다.
물론 있을 수 없는 상상입니다. 안 계신 부처님의 형상과 음성을 보고 들을 수도 없지만, 설사 계신다 해도 부처님을 모습으로만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부처님은 일러주셨습니다. 『금강경』에서 “만약 모양으로 나를 보려하거나 음성으로 나를 찾으려하면 이 사람은 곧 삿된 도를 행하는 것이니 능히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고민과 번뇌를 눈에 보이는 대로 그때그때 풀어주셨습니다. 또 자비로운 음성, 쉬운 말로 일깨워주신 그 가르침이 팔만대장경 안에 오롯이 정리돼 있는 팔만사천법문이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는 마음만 내면 수시로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습니다. 경전을 읽으며 거룩하신 부처님, 인간적인 부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수보리도 되고, 옥야녀도 되어, 부처님과 무언의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렵지 않게 부처님을 친견하고 대화까지 나눌 수 있는데, 불자들은 왜 그 길을 외면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2월 25일 발표된 문화관광부의 ‘200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10명중 3명은 1년에 1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자들 역시 이 통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경전은 제쳐놓고 불교 교양도서도 안 읽는’ 불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불교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나오지 않습니까.
경전을 읽는 다는 것. 그것은 책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운다는 의미도 있지만 불자로서의 지극히 평범한 신행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분심을 내고, ‘경전읽기 신행’을 서원하는 불자를 기대해 봅니다. 정기법회를 마치고 가족끼리 경전을 정해 읽거나, 법회 전후에 ‘배움’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다면 경전읽기, 즉 ‘부처님 친견법회’가 탄력을 받을 것입니다.

법진 스님/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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