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살의 성인이 되는 성행품은 계행과 정행 혜행을 닦도록 하고 있다. 전 번호에서 계행에서는 진정한 보리의 도를 구하려면 계율을 지키고 수호해야함을 밝혔고, 정행에서는 사념처를 닦아 전도된 중생심을 파하여 부정·고·무아·무상함을 얻음에 대하여 밝혔다. 이번에는 사제(四諦)를 중심으로 보살이 닦아야할 혜행(慧行)을 살펴보기로 한다.

대열반에 이르는 사제의 지혜행은 고제 집제 멸제 도제의 성행이다. 경에서는 고제란 중생들이 겪는 생사고의 진실한 모습으로 중생을 핍박하는 일체의 괴로움을 말한다. 집제란 이러한 고의 원인으로 중생의 고달픈 삶을 전전하게 하는 일체의 번뇌를 말한다. 멸제란 고의 원인을 제거한 적멸상을 말한다. 도제란 고를 멸하는 방법으로 여기서는 불보살의 지혜를 얻는 대승상(大乘相)을 말한다. 사제가 원래 아함경류에서 설해진 중요 법문이지만, 지금의 열반경에서는 사성제를 아는데 성문·연각의 지혜는 중품이요, 불·보살의 지혜는 상품의 지혜라고 하여 대승 열반에 들어가는 보살행으로 사제를 닦도록 하고 있다.

사성제의 고제에는 우리가 육신을 가짐으로써 겪게 되는 괴로움으로 고고(苦苦), 제행이 변천하므로 생기는 행고(行苦), 이러한 제법들이 괴멸해가는 것으로부터 생기는 괴고(壞苦)의 삼고가 있고, 이를 자세히 나누면 8고(八苦)가 있다. 집제는 이러한 고가 생기는 원인으로 25유의 애착을 말하며, 멸은 25유의 애착을 멸함이며, 도제는 계·정·혜를 닦는 갖가지 불도를 말한다.

먼저 8고에서 보면, 생(生)·노(老)·병(病)·사(死)·애별리고(愛別離苦)·원증회고(怨憎會苦)·구부득고(求不得苦)·오음성고(五陰盛苦)의 여덟 가지 고가 일어남이 고제이다. 이러한 고를 일어나게 하는 원인을 집제라 하며, 이러한 8고를 없앰을 멸제라 하며, 십력·사무소외·삼념처·대비를 도제라 한다.

8고를 관하면 생으로부터 7가지 고가 생겨난다. 부처님과 천인들은 쇠하여 늙는 온갖 일이 없지만, 사람들에게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여 일정치 않다. 중생들은 생을 탐하고 늙고 죽는 것을 싫어하지만, 보살들은 처음 생을 볼 때 이미 노·병·사의 괴로움을 알아 생사의 법을 받지 않는다.

중생들의 생사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열반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어떤 집에 용모가 아름답고 보배로 치장한 여인이 찾아왔다. 이름과 소속을 물었더니 공덕천이라 하였다. 주인은 그녀가 가는 곳마다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다. 공덕천이 대답하기를, “나는 가는 곳 마다 갖가지 금·은 등의 보배와 코끼리·말·수레·노비·하인 등을 줍니다”라고 하였다. 주인은 향사르고 꽃 뿌리며 환영하여 맞아들였다.

그런데 문 밖에 또 다른 여인이 왔다. 형색이 누추하고 의복이 남루하며 더럽고 때가 많이 끼었다. 주인이 똑같이 물었다. 여인이 대답하기를, “나의 이름은 흑암천입니다. 나는 가는 곳 마다 그 집의 재물을 소모하게 합니다”라고 하였다. 주인은 그 말을 듣고 쫓아내었다. 이에 여인이 대답하기를, “왜 그렇게 어리석고 지혜가 없습니까. 그대의 집에 들어간 이는 나의 언니이고, 나는 언제나 거취를 같이 하는 동생입니다. 그러니 나를 쫓아내려거든 언니도 함께 쫓아내야 합니다.” 주인이 언니에게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언니가 말하였다. “나와 동생은 항상 동행하며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나는 좋은 일을 하고 동생은 나쁜 일을 하며, 나는 이익되는 일을 하고 동생은 손해나는 일을 합니다. 만일 나를 사랑하려면 동생도 사랑해야하고 공경하려면 같이 공경해야 합니다.” 이에 주인은 그렇게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한다면 나는 받아들일 수 없으니 모두 마음대로 가라고 하였다.

그들은 이번에는 가난한 집에 이르렀다. 그런데 주인이 기쁜 마음으로 이들을 맞이하여 항상 자신의 집에 있으라고 청하였다. 공덕천이 의아하여 다른 사람에게 쫓겨났는데 어찌하여 우리를 청하는지 물었다. 가난한 주인이 말하기를, “그대가 지금 나를 생각하기에 내가 그대를 위하여 저 사람을 공경하며, 그래서 둘 다 나의 집에 있으라고 청하는 것이오” 했다. 보살마하살도 이와 같아서 생하면 반드시 늙고 죽음이 있는 까닭에 모두 버리고 조금도 받을 마음이 없거니와 범부나 어리석은 사람은 늙고 병나고 죽음의 걱정을 알지 못하므로 나고 죽는 두 가지 법을 받으려고 탐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집제를 닦는 혜행이란 고의 원인이 되는 참된 이치를 관찰해보아야 한다. 모든 고의 원인은 오음의 인연으로 감수하여 일어난다. 곧 자신의 몸인 오온에 대한 애착과 나에게 소용되는 것 재산 명예 권력 등에 대한 애착이다. 오욕락을 얻지못하였을 때는 마음을 두어 오로지 구하고, 얻고 나면 오로지 집착한다. 이러한 애착에는 욕계에 대한 애착, 색계에 대한 애착, 무색계에 대한 애착이 있다. 생기는 원인을 보면 업의 인연으로 애착하게 되고, 번뇌의 인연으로 애착하게 되고, 고(苦)의 인연으로 애착하게 된다. 출가한 사람에게도 네 가지 애착이 있으니 의복과 음식과 좌복과 탕약 등에 애착하면 집제가 된다고 한다.

결국 사랑함에는 두 가지가 있다. 어리석은 범부가 구하는 것은 선하지 못한 사랑이고, 보살이 구하는 것은 선한 사랑이다. 또한 소승법을 구하는 것은 선하지 못함이고 대승법을 구함은 선함이라고 한다. 오음은 애착을 원인으로 하여 모든 업과 번뇌를 야기한다. 마치 임금이 나아가면 대신과 권속이 따라나서는 것과 같고 축축한 땅에는 모든 싹이 잘 나듯이 애착도 그러하여 모든 업과 번뇌의 싹을 낸다. 보살은 이와 같이 집제를 잘 관하여 고의 원인을 알고, 끝내 고의 원인도 없음을 알아서 진실하고 참된 이치에 머문다.

다음은 멸제를 관찰하는 혜행이다. 보살은 온갖 번뇌를 끊어버리고 번뇌의 불을 멸하면 적멸이라 하고 번뇌가 없어지므로 안락을 얻는다. 다시 25유를 받지 않아서 나고 없어짐, 남녀, 고락 등을 취하지 않아 적멸한 참된 이치를 관찰하므로 보살이 대열반에 머물러 멸제를 관찰한다고 한다.

도제를 관찰하는 혜행이란, 보살이 팔성도로 인하여 온갖 도법을 보게 됨을 말한다. 곧 항상함과 무상함, 함이 있는 것과 함이 없음, 중생과 중생 아님, 괴로움과 즐거움, 내가 있음과 내가 없음, 업과 업 아님, 승(乘)과 승 아님, 색과 색 아님, 도와 도 아님을 알아서 성인의 참된 이치를 관찰하므로 보살이 대열반에 머물러 성인의 도제를 관찰한다고 한다.

이러한 도는 한 가지로 부처님의 도이지만 둘로는 선정·지혜이고, 셋으로는 소견·지혜·슬기이며, 넷으로는 견도·수도·무학도·불도이고, 다섯으로는 신행도·법행도·신해탈도·견도도·신증도이며, 여섯으로는 수다원도·사다함도·아나함도·아라한도·벽지불도·불도이고, 일곱으로는 염각분·택각분·정진각분·희각분·제각분·정각분·사각분이며, 여덟로는 팔정도이며, 아홉으로는 팔정도와 믿음이고, 열 가지로는 십력이며, 내지 스무 가지로는 십력·사무소외·대자·대비·염불삼매·3정념처이다.

이와 같이 여래의 도는 하나이지만 중생들을 위하여 갖가지로 분별하여 설한 것이다. 불보살은 온갖 중생들이 일으키는 애착을 알아 청정한 도에 들게 하니, 불보살의 지혜인 상품의 지혜라 하고, 이를 불보살이 대열반에 머물러 성도의 참된 이치를 관찰한다고 한다.

-이기운/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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